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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iantak Dec 14. 2020

나폴레옹의 사과(배려)를 생각하라

배려의 힘

두 사람의 차이

20년 전의 일이다. 지금도 술자리 모임이 있을 때면 생각나곤 한다. 한 번은 충청도 어느 음식점에서 부서원들이 모였다. 화합과 단결을 위해서다. 나는 술을 끊었던 터라 술 권유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저는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음료수로 받겠습니다.” 그러나 이 말은 허공에서 사라졌다. 돌아온 말은 충격이었다. “마셔! 안 마시려면 가” 내가 생각한 그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말이 내 귀에 닿았을 때, 나는 잠시 생각이 멈췄다. ‘어찌해야 할까?’ 그래도 나는 소신 껏 행동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술을 마시지 않아서 음료수로 마시겠습니다.” 이 정도면 이해해 줄 줄 알았다. 다시 돌아온 말은 “안 마시려면 가라니까!”였다. 술로 하나 되자고 모였는데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 있으니 불편하고 하나 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래도 “죄송합니다. 마시지 않겠습니다.”라며 고집을 부렸다. 그랬더니 이제는 음식점이 떠나갈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분위기 망치지 말고 안 마시려면 가! 가버리라니까!” 나는 더 이상 내 소신을 밝히며 자리를 지키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할 뿐이었다. 그래서 자리를 떠났다. 이후 감정의 불편한 관계는 지속되었다. 

이런 상급자와는 달리 나를 배려해 준 분도 있었다. 술자리가 있으면 시작 전에 항상 나에 대해 먼저 말씀해 주셨다. “이 사람은 술을 마시지 않으니까 이해하고 대신 음료수로 권하세요” 그 자리는 너무나 편했다. 내가 구태여 설명을 할 필요가 없었다. 정신이 또렷한 나는 술자리가 끝나면 뒤처리를 담당했다. 이런 사람이 꼭 필요하기도 하다. 이런 모임 후에는 조직과 상급자를 위해 더욱 열심히 하고픈 마음이 생겼다. 배려의 힘이다. 


나폴레옹과 사과가게 할머니

배려의 힘이 얼마나 큰지 널리 알려진 이야기가 있다. 나폴레옹에 대한 이야기다. 

프랑스 소년 사관학교 앞에 있는 사과가게에는 휴식 시간마다 사과를 사 먹는 학생들로 늘 붐볐다. 그러나 돈이 없어서 저만치 떨어진 곳에 혼자 서 있는 학생 하나가 있었다. 

“학생, 이리와요. 사과 하나 줄 테니 와서 먹어요.”

가게의 여주인은 가난한 그 학생의 사정을 알고 만날 때마다 불러서 이렇게 사과 하나씩을 주었다. 그 뒤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사과가게 여주인은 할머니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서 사과를 팔고 있었다. 어느 날 장교 한 사람이 그 사과가게를 찾아왔다.

“할머니, 사과 한 개만 주세요.”

장교는 사과를 맛있게 먹으면서 말했다.

“할머니, 이 사과 맛이 참 좋습니다.”

할머니는 빙그레 웃으며 그 장교에게 앉으라고 의자를 권하였다. “군인 양반, 자랑 같지만 지금의 황제이신 나폴레옹 황제께서도 소년 사관학교 시절에 우리 가게에서 가끔 사과를 사서 그렇게 맛있게 드셨지요. 벌써 30년이나 지난 이야기지만....”

“내가 듣기로는 그때 그 학생은 가난해서 늘 할머니께서 사과를 그냥 주셔서 얻어먹었다고 하던데요.”

이 말을 들은 할머니는 펄쩍 뛰면서 

“아니오, 그건 군인 양반이 잘못들은 거예요. 그때 그 학생은 반드시 돈을 꼭 꼭 내고 사 먹었지요. 한 번도 그냥 얻어먹은 일은 절대로 없었어요.”

할머니는 나폴레옹 황제가 소년 시절에 겪은 어려웠던 일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싫은 듯 이렇게 극구 부인하였다. 그러자 장교는 다시 물었다.

“할머니는 지금도 황제의 소년 시절 얼굴을 기억하십니까?” 할머니는 조용히 고개를 옆으로 저으면서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가난했던 그 학생에게 동정을 베풀던 옛날의 추억을 더듬는 듯했다. 이때 장교는 갑자기 먹던 사과를 의자에 놓고 일어나 할머니 손을 두 손으로 꽉 잡으며 눈물을 흘렸다.

“할머니, 제가 바로 나폴레옹 황제입니다.”

“예? 당신이 나폴레옹 황제라고요?”

“예, 제가 바로 30년 전에 돈이 없어 사과를 사 먹지 못할 때 할머니께서 가끔 저에게 사과를 주신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입니다. 그때의 사과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 그때 그 사과를 먹으면서 언젠가는 할머니의 은혜를 꼭 갚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을 했습니다.”

나폴레옹에게 두 손을 집힌 채 어찌할 줄을 모르는 할머니 눈에선 어느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나폴레옹 황제는 금돈이 가득 들어 있는 주머니를 할머니 손에 쥐어 주면서 말했다.

“할머니, 이것은 저의 얼굴이 새겨진 금돈입니다. 제게 세상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 주셔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할머니”


배려의 열매

최근까지 국내 최고령 현역 여의사로 활동하다가 향년 94세로 세상을 떠난 한원주 박사. 그분의 삶이 아름다운 이유가 있다. 배려의 마음으로 살아온 삶 때문이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은 그분의 환자를 향한 배려의 마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완전한 사랑이 될 수 없다. 사랑은 줌으로써 완벽해질 수 있다. 병원을 운영할 때 환자가 치료비를 낼 수 있을까 늘 염려했다. 그런 걱정 없이 무료진료를 하고 나면 얼마나 홀가분한지 모른다. 넘치는 재물보다 마음의 기쁨이 한량없으니 나로서는 손해 본 것이 없다.”

돈 없는 소년 나폴레옹의 상황을 알고 사과를 주었던 할머니처럼, 그리고 무료진료로 마음의 기쁨을 한량없이 누렸던 한원주 의사처럼 ‘배려의 마음’은 상대를 성장하게 만들고 유익하게 만들 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행복을 가져온다. 내가 소중하듯 타인도 소중함을 알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배려는 배신하지 않는다. 배려의 열매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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