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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iantak Dec 14. 2020

내 리더십의 사각지대를 찾아라

나에 대한 진실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조심해요. 못 봤어요?”

하마터면 운전 중 사고가 날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우측은 당연히 안전하리라고 생각하고 좌측의 위험요소만 확인한 채 핸들을 돌렸는데 우측에 보행자가 있었던 것이다. 등골이 오싹했다.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다행히 보행자가 놀라긴 했지만 접촉 사고는 없었다. 잠시 정신을 차리며 기다렸다. 차량에 동승한 가족들이 옆에서, 뒤에서 뭐라 말하고 있었다. 뒤에서는 차량 경적음이 울렸다. ‘빵, 빵, 빵’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출발했다. 운전 중 제대로 살피지 못해서 사각지대가 생긴 것이다.   


리더십의 사각지대는 존재했다

한 번은 최전방에서 지휘관으로 근무할 때였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철책근무는 나의 삶에서 밤과 낮을 바꿔 났다. 지휘관으로서 넓게 펼쳐진 책임구역의 모든 것을 직접 통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아무리 부지런한 사람도 직접 보며 통제할 수 있는 공간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제대별로 책임을 부여하고 간접 통제를 하게 된다. 내가 직접 챙겨야 할 것과 간접적으로 챙길 곳을 상황에 맞게 적용해 갔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그 과정에서 내 몸은 축이 났다. 역류성 식도염도 걸렸다. 다행히도 적절한 치료로 몸은 건강을 되찾았고, 대외적으로 좋은 부대평가 결과도 받았다. 

그런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참모 중 한 명은 업무가 너무나 힘들어서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다고 한다. 실무 경험과 능력에 비해 업무량이 너무나 많아서 고민이 컸던 것이다. 그 소 식을 다른 사람을 통해 듣게 되었다. 다행히 그 힘든 시기에 마음을 터 놓고 얘기할 사람이 있어서 상담을 통해 위기를 잘 극복했던 것이다. 모두에게 감사했다. 나는 몸이 부서져라 열심히 한 것 같았지만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었던 것이다. 그 사각지대를 누군가 대신해 줌으로써 완전성을 기할 수 있었다. 조직의 리더는 홀로 완전할 수 없음을 알았다.

세계 최고의 리더십 코치인 마셜 골드스미스는 “나에 대한 진실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나온다”라고 했다. 내가 모르는 ‘나’가 있다는 것이다. 나에 대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직위가 높을수록 사각지대는 더 크게 존재하는 것 같다. 그래서 높이 올라갈수록 들을 수 있는 귀를 더 열어야 된다. 진실을 들려줄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와 말할 분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당 태종의 거울 '위징'처럼

‘당 태종의 거울’이라 불렸던 재상 위징은 주군에게 300번이나 ‘NO’를 외쳤다고 한다. 그가 외친 ‘NO’는 황제의 리더십 사각지대를 없애는 지우개였다. “그것은 아니 되옵니다” 태종이 국경지대 정벌을 위해 16세 이상의 남자를 군대에 입대시키는 법안을 지시했을 때 위징은 반대했다. “지금 폐하의 지시는 연못을 말려 물고기를 잡고 수풀을 태워 짐승을 사냥하고, 닭을 잡아 계란을 꺼내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병역은 숫자보다 질이 관건인데 나이도 안 찬 어린 남자들을 징병하면 그 원성이 하늘에 다할 것입니다.” 태종은 위징의 말을 받아들였다. 

이런 태종의 인내심도 위징의 계속되는 반대 의견에 한계에 달하기도 했다. “내가 오늘은 기필코 위징을 죽이리라” 그러나 곧 돌이켰다. 하루는 위징이 태종에게 고했다. 

“폐하, 저를 ‘충신 忠臣’으로 만들지 마시고 ‘양신 良臣’으로 살게 해 주십시오.” 

“그게 무슨 말인가? 그럼 충신과 양신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폐하, 충신은 자신도 죽고 가족과 가문도 풍지박살이 납니다. 물론 군주도 악인으로 낙인찍혀 결국 나라도 멸망합니다. 유일하게 남는 것은 충신의 이름 석 자뿐입니다. 하지만 양신은 살아서는 편안한 삶을 살고 명성을 얻고 죽어서도 가문도 대대손손 번창합니다. 군주 역시 태평성대를 누리고 나라도 부유해져 종사가 지속될 수 있습니다. 저는 폐하의 충신보다는 양신이 되고 싶습니다.” 

당 태종의 거울이라 불렸던 위징은 643년 죽었다. 태종은 위징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구리로 거울을 만들면 의복을 바로 입을 수 있다. 옛 일을 거울로 삼으면 나라의 흥망성쇠를 알 수 있다. 또한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세상사는 이치와 이해득실을 알 수 있다. 나는 이 세 가지 거울을 가지고 스스로의 잘못을 막으려 했다. 이제 위징이 죽으니 거울 하나가 없는 셈이다.” 

위징이 죽은 뒤 태종은 위징을 오해하는 일이 생겼고 생전에 약속했던 것을 파기했다. 그리고 위징이 살았을 때 그토록 반대했던 고구려 원정을 했다가 참패를 당하고 후회를 하였다. “만약 위징이 지금까지 살아있으면 나한테 이런 걸음을 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일로 위중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를 추모했다. 


리더십 사각지대를  찾아라

누구나 충언은 듣기 싫을 때가 많다. 왜냐하면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하는 일마다 장애물을 놓는 것과 같으니 얼마나 귀찮겠는가? 리더는 많은 결심을 해야 한다. 그래서 리더가 건전한 결심을 할 수 있도록 참모들은 조언을 해야 한다. 이것을 알지만 현실은 조언다운 조언과 진실을 말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들이 많다. 진급, 승진, 좋은 평가를 위해 ‘잘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리더가 추진하는 계획에 사사건건 부정적인 말만 한다면 어느 리더가 좋아하겠는가? 그리고 리더가 하고자 하는 것을 잘 파악해서 지원하는 것이 참모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그중에는 리더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경우들이 있다. 이럴 때 리더는 참모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이때 위징이 말한 것처럼 충신보다는 양신이 필요한 것이다. 리더라면 마지막에 실수는 하였지만 당 태종처럼 충언을 들을 줄 알아야 하고, 위징과 같은 사람을 통해 자신의 리더십 사각지대를 찾아 없애려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내 리더십의 사각지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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