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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iantak Sep 25. 2020

카카오톡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리더의 착각 4

한 번은 청년 리더를 양성하는 임무를 희망하여 면접위원 앞에 앉았다. 한 면접위원의 질문이 시작되었다.

“젊은 사람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 SNS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나는 당황하지 않고 자신 있게 답했다.

“네. 카카오톡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것은 사용하지 않나요?”

“네. 카카오톡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당당한 대답에 좀 의아했는지 물었다.

“그러면 인스타, 페이스북 등을 사용하는 젊은이들과 소통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압박면접이 계속되었다. 마음의 편지, 독서활동 등을 통한 소통의 방법을 적용했던 사례들을 이야기하며 압박의 현장에서 벗어나려 애를 썼다. 다행히 결과는 좋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 환경에서는 최선을 다한 소통의 도구들이었지만 새로운 환경에서는 보완이 필요했다.


전화기 사용이 자유롭지 않은 환경에서 근무할 때였다. 부하들과 소통을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마음의 편지함’을 설치하였다. 생활권별로 가장 쉽고 마음 편하게 종이쪽지를 적어 넣을 수 있는 위치에 설치했다. 그리고 1주일 단위로 회수해서 직접 편지함을 개봉하고 확인했다. 10개가 넘는 편지함을 회수하고 그 안의 사연들을 읽는데 2시간이 넘었다. 편지를 한 장 한 장 읽어 나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고 인상이 찌푸려지기도 했다.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 준 부하들이 있었고, 고통을 호소하는 부하들도 있었고, 불평불만을 털어놓은 부하들도 있었다. 내용별로 분류하여 조치가 필요한 것들을 구분하였다. 먼저 급하게 조치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고민했다. 이렇게 하다 보면 4시간 정도가 흘러갔다. 이렇게 매주 직접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지 않은 것은 신뢰 때문이었다. 마음의 편지함은 신뢰가 무너지면 아무 쓸모가 없어지고 만다. 비밀이 보장된 상태에서 조치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글이기에 지휘관이 직접 봐야 했다. 그래서 편지함 회수도 지휘관이 직접 한다는 것을 일부러 목격할 수 있게 연출도 하였다. 그 결과 동료 간의 문제, 상급자와의 문제, 자기 자신의 문제 등을 안심하고 이야기해 주었다. 나도 성심성의껏 조치해 주고 답변해 주었다. 물론, 조치가 어려운 것들도 있었다. 그런 문제는 직접 찾아가서 대화를 통해 이해시키고 공감해 주었다.

지금은 스마트폰 사용이 너무나 자유로운 환경에 살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면 못할 것이 없을 정도의 단계까지 생활방식이 변했다. 구성원들과 의사소통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또 구성원들이 직접 무슨 말을 하지 않더라도 분위기를 먼저 알아차릴 수도 있다. SNS상에서 자기의 마음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는 세대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물론, SNS 활동을 활발히 하지 않는 젊은 세대들도 있다. 시간이 아까워서, 귀찮아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등등의 이유에서다. 얼마 전에 20대, 30대의 젊은 사람들과 식사할 시간이 있어서 그들의 SNS 활동에 대해 물었는데 3명 모두 카톡만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인스타 계정이 있는 사람도 가입은 했지만 거의 활동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충격이었다. 시대의 흐름이 있지만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추구해 나가는 사람들도 있음을 알았다. 결국 소통의 방법은 각각일 수밖에 없다. 소통을 위한 창구가 있어도 자기가 원하는 창구를 사용하여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사소통 창구는 왜 필요할까? 리더와 조직의 성공을 위해서일 것이다. <리더의 길>의 저자 신재구는 ‘리더는 직원들의 아픔과 불편을 포함한 감성적 저항을 방치하지 않아야 하고 늘 잘 살펴야 한다.’고 했다. 그 바탕 위에 리더의 소신이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의사소통 창구는 조직원들과의 감성적 교감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결국 나의 생각도, 다양한 SNS를 사용해야 한다는 면접위원의 생각도 정확한 답은 아니었다. 아무튼 의사소통을 위한 다양한 채널을 열어놓되 진심이 오갈 수 있는 마음의 창구를 열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채널은 하나의 도구일 뿐 그 채널을 이용해 서로의 마음이 잘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길은 만들어 놓았지만 이용자가 없다면 그 길은 더 이상 길이 아닌 것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잘 만들어 놓은 길이 있는데 사람들은 정작 길이 없는 곳으로 다니는 경우가 있다. 그곳으로 가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런 곳은 편하게 다닐 수 있게 빨리 길을 내주어야 한다. 길이 아니라고 해서 무조건 막으면 그때부터는 불통이 된다. 의사소통 체계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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