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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iantak Aug 25. 2020

리더의 착각

자기 자식도 못 다스리면서...

어느 날, 지인 중 한 명이 나를 찾아왔다. 상담이 필요했던 것이다. 아들 문제였다. 중학생 아들이 게임에 빠져 가족 간에 충돌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게임을 어느 정도 허용해 주어야 하는지 고민이란다. 게임을 하고 있는 아들에게 엄마가 그만하라고 하면 평소에 들을 수 없는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동생들도 못살게 군다는 것이다. 직장 때문에 함께 살지 못하는 마음에 늘 미안한데 중2병이 가족들을 힘들게 하고 있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 마음을 나는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춘기. 나에게는 무섭다. 인생의 기록을 지울 수 있는 지우개가 있다면 지우고 싶은 시간들이 있다. 아이들의 사춘기와 함께 한 시간들 중에 모두를 지울 수 없다면 일부라도 지우고 싶다. 그때만 생각하면 아찔하다.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 동시에 그러니 미칠 노릇이었다. 나도 직장 때문에 가족들과 따로 살 때였다. 사춘기 아이들의 행동에 한 번은 택시를 타고 총알같이 달려보기도 했다. 그 거리가 얼마인지 20만 원이 나왔다. 그러나 돈이 문제는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그렇게 했을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집에서 전화가 오면 반갑게 받을 것이다. 나는 그렇지 못했다. 전화벨이 울리고 집에서 걸려온 것을 확인하는 순간 나의 가슴은 뛰었다. 전화받기가 두려웠다.
'또 무슨 일이.....'
 끝날 것 같지 않은 사춘기의 어두운 터널을 걸었다. 출구의 빛은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이었다. 상담을 요청한 지인의 마음을 조금 알 수 있다고 한 이유다.

나도 답이 없어 존경하는 멘토님께 편지를 드렸다. 부끄럽고 죄송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도 살고 가족 모두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체면은 묻어 두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한 통의 편지가 왔다. 그분이었다. 과연 무슨 말씀을 해 주셨을까? 편지를 펼쳤다. 내 머리에 천둥번개가 쳤다.
 "자기 자식도 못 다스리면서 어떻게 수 천 명을 다스려?"
모든 게 멈춘 것 같았다. 시간도 멈췄다. 심장도 멈췄다.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멈출 수 없었다. 장마에 폭포수가 쏟아지듯 했다. 아무 변명도 할 수 없는 따끔한 채찍이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위안이 된 것은 편지의 끝부분에 함께 노력해보자는 말씀을 해 주셨기 때문이다. 감사했다. 그래서 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가 겪은 아이들의 사춘기, 중2병에 대해 얘기하며 상담을 했다. 그러나 지금도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아이들의 사춘기를 겪으며 내 나름대로 깨달은 부모의 마음을 얘기해 줄 뿐이다. 그래도 분명한 점은 어쩌면 부모보다 더 힘들어할 아이가 제정신이 들 때 돌아올 수 있는 곳은 '부모'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만은 꼭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게임을 못하게 하는 방법보다는 다른 것에 호기심을 갖도록 해 주고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자주 가져보라고 했다. 참고 기다려주면 꼭 돌아올 것이라고 위로해 주었다.


우리는 잘 갖추어진 조직의 리더를 꿈꾼다. 그곳에서 성공한 리더가 되고 싶어 한다. 큰 조직의 리더이기에 가정의 리더는 쉬울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살아보니 그것은 착각이었다. 규모는 작지만 구성원을 이끄는 것은 더 힘들다. 가장이라는 리더의 또 다른 이름. 가장의 임무를 위해 배운 것이 없다. 우리는 배우지 않아도 가장이라는 리더의 역할을 잘할 수 있다고 믿어서일까? 지금에야 깨달은 것은 미리 준비하고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리더가 되고 싶은가? 진짜 리더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자기 자식부터 잘 다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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