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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iantak Nov 02. 2020

느림의 힘

성공하고 싶기 때문에 성장하고 싶다

오늘은 2020년 10월의 마지막 날이다.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 대전의 한 카페에서 스타트업 생존자 그린닷컴 강푸름 대표를 만났다. 1000개의 스타트업 중 단 3% 정도만 살아남는다니 어떤 분인지 만나보고 싶었다. 3개월 전에 서울에서 만남을 약속을 했다가 강 대표의 갑작스러운 출장으로 연기해야만 했었다. 그러다가 오늘에야 만남이 이루어졌다. 그때 너무 미안한 마음에 이번에는 대전으로 내려오셨단다. 이렇게 배려해 주시는 마음에 감사했다. 

 이겨내는 힘

서로 인사 후에 강 대표는 준비한 노트북으로 개인 소개를 했다. 어디를 가든지 그렇게 프리젠테이션을 먼저 한다고 했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그녀의 꿈은 엔터테인먼트였다. 그래서 취업을 해 보려고 몇 번 시도했으나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고 했다.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 등 힘든 일들을 해 내야 하기에 체력이 필요했다. 내가 만나 본 그녀는 그런 직업을 감당하기에는 가냘픈 모습이었다.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대표라는 꿈만을 생각하고 지원했다고 한다. 그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에 거쳐야 할 현실은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진로를 변경해서 대학 4년에 선거캠프에 지원하여 회계담당을 하게 되었다. 이때 다양한 상황을 접하면서 정신적으로 단련이 많이 되었다고 했다. 맷집이 강해졌다. 그 후 국회에서 비서와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활동 등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고 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분들 곁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궁금했다. "그분들께 무엇을 배우셨어요?" 그녀의 대답은 내가 오늘 이 만남의 자리에 잘 왔다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그분들은 높은 위치에 있는 분들 이어서 업무적으로는 배울 것이 많이 없었어요. 그분들께 배운 것은 정신적인 것을 배웠어요." 정신적인 것을 배웠다는 말이 강하게 들려왔다. "저 할아버지는 무슨 에너지로 저렇게 열심이지?" "아저씨인데 어떻게 저렇게 열정이 넘칠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그분들에게서 '열정, 힘'을 배우게 되었다는 그녀. 실패와 성공이라는 오르내림의 과정에서 실패를 '이겨내는 힘'을  배웠다고 한다.


성공하고 싶기 때문에 성장하고 싶다

누구에게나 터닝 포인트가 있는 것 같다. 그녀도 가정환경의 어려움을 겪게 되었는데 그것이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어려운 상황을 맞으면서 성공에 대한 간절함이 생기지 않았을까? 다른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보더라도 어떤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었다. 그녀 또한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성장을 위해 달려온 것 같다. "성공하고 싶기 때문에 성장하고 싶다"는 그녀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느림의 미학

느리기에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대화 중에 나를 돌아보게 한 그녀의 말이 있었다. "욕심부리지 않고 천천히 가고 싶어요." 일반적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성공하고 싶은 마음에 빨리 달리고 싶어 한다. 그래서 사무실도, 공장도 크게 확장해 나간다. 그런데 그녀는 그런 욕심을 다스려가며 천천히 가고 싶어 했다. 잠깐 있다가 사라질 기업이 아닌 장수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어서 일 것이다. 그녀의 꿈은 '일가'를 이루는 것이라고 했다. 지역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천천히 가볍게, 그렇지만 튼튼하게 만들어 가고 있음을 느꼈다. 스타트업 사업가들이 빨리 가려다가 놓치는 것들을 그녀는 느림의 철학으로 하나하나 챙기며 가고 있었다. 주변과 함께 상생하는 기업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나는 30년을 너무 앞만 보고서 달려오다가 보지 못해 놓친 순간들이 많음에 부끄러움이 찾아들었다.


마지막으로 신입사원을 뽑는다면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녀는 스타트업의 환경을 고려한 듯 인재상을 말했다. "묵묵히 자기 일을 해 낼 수 있는 사람, 버텨줄 수 있는 사람, 의논할 때는 감정의 충돌이 있을지라도 나중에는 감정의 잔재들이 잘 풀어질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이요" 결국 '함께 일 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인재상으로 삼고 있었다. 그러면서 청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을 추가했다. "작은 화사라도 들어가서 시야를 넓힐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자기 몸 값을 만들고 키워 나가길 바란다."


창업을 해 보고 싶어 아이디어  하나를 가지고 뛰어들었던 그녀. 자신의 아이디어를 상품화해 줄 공장을 찾아다녀야 했고, 제품 공장에 불이 나서 손해를 보기도 했다. 혼자 선택하고, 버텨내고, 견디며 걸어온 그녀의 삶의 자세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보통사람 그녀가 걸어가는 길을 더 많은 청년들이 함께 걸어갈 수 있길 희망해 본다. 그것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GREENDOT 대표 강푸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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