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혁의 생각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카네기 인간관계론』이라는 책은 1937년도에 초판이 발행되었고 데일 카네기가 죽는 순간까지 개정판을 내놓은 심혈을 기울인 책이다. 따라서 이 책의 내용을 읽다 보면 최근에 읽었던 많은 대인관계 서적의 내용과 유사함을 느낄 수 있다. 모든 인간관계 서적의 근간이 된 책이 바로 이 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책은 다단계 회사의 바이블이기도 하다. 암웨이나 하이리빙 등의 유명 다단계 회사부터 군소 회사에 이르기까지 이 책을 읽히지 않는 곳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이 다단계 회사에 대한 나쁜 이미지와 더불어 저평가되어왔다.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속에 무슨 법칙, 무슨 방법 등을 내세우며 마치 기계 조작법을 보는 듯해서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 더구나 종합적이고 유동적인 성향이 강한 동양인들의 사고방식에 이와 같은 분석적 책은 어쩌면 크게 어필하기 힘들었던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있다. 우리의 모든 사회 체계가 서구화되면서 세부적인 모든 관계까지도 서구적인 틀로 바라봐야 하는 것이 요즘의 대세가 되었다. 이러한 세태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껴도 어쩔 수 없다. 우리는 결국 먹고살아야 된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정당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관계의 3가지 기본 원칙, 인간관계를 잘 맺는 6가지 방법, 상대방을 설득하는 12가지 방법, 리더가 되는 9가지 방법이 각 챕터의 내용이다. 글을 읽다 보면 너무 뻔하고 진부한 내용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지만 결국 우리는 그 진부한 내용마저도 실천하지 못하는 데에 이 책을 읽는 이유가 있다고 깨닫게 된다.
인간관계의 3가지 기본 원칙은 꿀을 얻으려면 벌통을 걷어차지 말라, 칭찬은 무쇠도 녹인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라 이다. 특히 두 번째 원칙은 칭찬은 무쇠도 녹인다는 최근 유명해진 책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를 연상시킨다. 그만큼 카네기의 책은 요즘 유행하는 많은 자기 계발서들의 모태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간관계를 잘 맺는 6가지 방법은 어느 곳에서나 환영받는 방법, 첫인상을 좋게 하는 간단한 방법, 상대방의 이름을 잘 기억하라,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쉬운 방법,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방법, 사람들이 나를 즉시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핵심으로 처음 만남의 중요성을 꼽는다. 어느 곳에서나 환영받기 위해서나 첫인상을 좋게 하는 것이나, 상대방의 이름을 기억하라는 것 등등 처음 만남에서 중요한 것들을 나열하고 있다.
상대방을 설득하는 12가지 방법은 먼저 논쟁을 피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적을 만드는 확실한 방법과 그런 상황을 피하는 방법을 소개하면서 유연성 있는 자세를 견지할 것을 주문한다. 잘못했으면 솔직히 인정하라에서는 솔직함의 중요성을, 꿀 한 방울이 쓸개즙보다 더 많은 파리를 잡는다에서는 칭찬의 말의 중요성을, 소크라테스의 비결을 활용하라에서는 솔선수범의 자세를, 불만을 해소하는 안전밸브에서는 다양한 안전장치를 가지고 대화를 하는 것의 중요성을, 상대방의 협력을 얻어내는 방법에서는 주변 사람을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이끄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런 식의 12가지 방법을 통하여 논쟁 없이 오히려 적마저도 자신을 도울 수 있게 만드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리더가 되는 9가지 방법에서는 칭찬과 감사의 말로 시작하라, 미움을 사지 않고 비평하는 방법, 자신의 실수를 먼저 이야기하라, 아무도 명령받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체면을 세워주어라, 사람들을 성공으로 이끄는 법, 개에게도 좋은 이름을 지어주어라, 실수는 고치기 쉽다, 즐거운 마음으로 협력하게 만들어라 등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9가지 좋은 리더가 되기의 핵심은 역시나 역지사지의 정신이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헤아려볼 때에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고 나아가 그 사람을 설득하여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향하여 나아갈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습관의 무서움은 가식도 반복되면 진심이 된다는 것.
데일 카네기도 서문에서 말했듯이 이 책은 한번 읽고 끝내는 책이 아니다. 종교 서적처럼 곁에 두고 수시로 밑줄 긋고 곱씹으며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이 이론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완전히 체화되었을 때 이 책을 읽은 목적이 드러나는 것이다.
한편으로 이런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책대로 하면 너무 인생을 가식적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느낌 말이다. 하지만 인간관계에서 솔직하게 행동해서 분쟁을 일으키기보다는 가식적으로 행동해서라도 부드럽게 어울리게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가식도 반복이 되다 보면 진심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자신의 행동에 대한 거부감도 사라지고 상대방도 자신의 진심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습관의 무서움이다.
카네기도 말한다. 처음에는 어렵다고. 처음에는 거부감도 느껴진다고. 하지만 이것이 지속되다 보면 주변이 변화함을 느끼고 결국 그 좋은 반응들에 부응하여 자신이 더 노력하게 된다고 말한다.
관계의 핵은 '긍정'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냥 뭐 다 비슷한 말들이네’ 하는 느낌도 든다. 그러나 과연 핵심을 꼽으라고 하면 막연하기만 하다. 분명 비슷비슷한 말들이기는 한데 조금씩 다른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핵심을 말하라고 하면 ‘긍정’이라고 하고 싶다. ‘비판하지 말라, 남을 칭찬하라, 남에게 열정을 불어넣어라, 자신의 실수를 먼저 이야기해라’ 등등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핵심은 ‘긍정’이다. 반대로 ‘말하면 부정하지 말라’이다. 어느 누구도 부정치가 강한 사람 곁에는 머무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또한 우울한 사람 곁에도 머무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냥 가만히 않아서 전화번호를 뒤지다가 연락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괜히 힘을 얻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곰곰이 분석해 보면 된다. 그 사람은 분명 ‘긍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일 것이다.
이론 서적이라는 느낌이 강해서 딱딱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이 책은 사례 위주로 되어 있어 천천히 이야기 책을 읽는 기분으로 읽다 보면 금방 읽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