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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커홀릭 MONGS Sep 17. 2020

수다쟁이의 모닝

수다쟁이의 모닝은 돌고 돌고 또 돌았다. 

사수와 함께 일한 지 6개월 정도 지났다. 아침에 출근해서 메일 확인을 하고 오늘 주요 업무, 먼저 해야 할 일을 정리를 한다. 그리고 생산 작업하고 있는 공장의 출근 시간에 맞춰 바이어의 주요 내용, 변경사항, 요청사항 등 정리하여 전달하며 오전이 다간다. 그 사이에 미팅이라도 잡히면... 점심시간을 1시가 넘어서 가질 때도 있다. 

그래도 밥 때는 지켜줘야 하는 거 아냐.. 배고프면 일도 손에 안 잡힌다고... 


숨도 안 쉬도 일을 해도 샘플이 많고 오더가 많은 상태에서는 야근을 피할 수가 없다. 아니다, 야근을 선택하게 된다. 안 그러면 내일, 또 그다음 날 최악에는 주말까지 업무에 치이기 때문에 주말이라도 지키려고 야근을 선택한다. 그래 우리의 주말은 소중하니깐. 


그러다 보니 가족보다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더 오래 보고, 공감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회사 사람이다. 나와 내 사수는 잠자는 시간 빼고는 하루 종일 붙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이한 건, 수다쟁이 두 명을 사수, 부사수로 붙여 놓았는지 신기할 정도로 우리는 업무 이외의 모든 얘기를 공유하며 스트레스를 수다로 풀었다. 


회사 2층에는 샘플실이 있다. 전 영업팀 샘플이 만들어지는 곳인데 샘플이 많은 develop season에는 이곳도 capa가 부족하다. 그래서 외주 샘플실도 2~3곳 잘 뚫어놔야 일에 큰 지장이 없다. 우리 팀이라도 capa 부족을 피하기 위해 미리 booking을 해 놓았어도, 입김이 센 바이어팀이 먼저 밀고 들어오면 부킹 된 capa를 뺏기기 마련이다. 따지긴 하지만 별다른 해결 방법이 없다. 자재를 와 샘플을 들고 외주 샘플실로 갈 수밖에....


외주 샘플실에서 들어와 자재를 픽업해 가긴 하지만, 샘플과 디테일 설명을 꼼꼼하게 하지 않으면, 잘못된 샘플이 나오기에 샘플실 사장님께 얘기하고 또 얘기하고 턱이 아프게 얘기한다. 하지만 샘플을 만드는 건 미싱사 언니, 궁금한 게 생기고 질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거짓말 조~금 더해서 전화 100통은 오는 것 같다. 


통화하는 시간이 오히려 더 낭비다. 그래서 어느 날 사수가 차를 뽑았다. 출퇴근도 하고, 샘플실도 왔다 갔다 하려고 뽑았다고 한다. 하긴 야근도 많으니 대중교통 보다야 차가 편하다.  사수와 나는 업무가 나눠져 있지만, 또 연결되어 있는 부분이 많이 있다. 그래서 가끔 샘플실을 함께 가야 할 때가 있다. 같은 외주 샘플실에 작업을 시킬 때는 함께 가서 작업지시 싹 해주고 온다. 전화도 덜 오고 작업도 더 빨리 끝난다.  샘플의 종류가 엄청 많기 때문이다. [Develop, Salesman, Pre-Production, 1st in_line, TOP, AD SAMPLE.. etc] 공장에서 받아도 되지만, 품질 및 시간을 save 하기 위해서 국내 샘플실을 선호했었다. 


요즘 이 많은 샘플을 국내에서 작업한다고 하면, 아마 손실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요즘은 주로 공장에서 만들어서 모두 보내는 시스템을 바뀌었다. 생산 라인과는 별도 운영되어 예전보다는 시간도 많이 빨라진 편이다. 


한바탕 샘플 소동이 끝나면 저녁시간, 우리는 지칠 때로 지쳐 저녁을 간단히 먹고 오늘 끝내지 못한 일을 부리나케 하여 마무리한다. 마무리라는 건 없다. 내일로 넘긴 일, 이번 주 까지 끝내야 하는 일 들을 적어 놓고 일을 덮고 퇴근을 한다.  사수가 차를 뽑은 뒤로는 집에 가는 길에 나를 태워주었다. 다행히 퇴근길이 같아 중간에 내려주면 되었기 때문에 부담 없이 편하게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퇴근하면서 스트레스도 풀어야 하니 수다가 시작된다. 어느 팀 부장이 샘플을 빌려가서 안 가져온다는 둥, 에이젼트 MR들이 달달 볶는다는 둥, 업체가 뭘 잘못해서 다시 해야 한다는 둥... 수만 가지 이야기가 퇴근길 차 안에서 쏟아져 나온다. 그러다 한 번은 바로 100M 앞에 차를 세우고 나를 내려주면 되는데 그날따라 우리는 이성을 잃을 정도로 얘기가 딱딱 맞아떨어졌다. 웃고 떠들다가  그만 내가 내려야 할 곳을 지나친 거 아닌가... 

그래도 금방 알게 되어 다시 유턴해서 돌아와서 내려주려고 유턴할 곳을 찾아 차를 돌리고 또 돌렸다. 그럼 잘 내려야지.... 그 사이를 못 참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역시 남에 험담은 사람 이성을 잃게 하나보다. 또... 내릴 곳을 놓치고 말았다. "대리님 이러다 대리님 집에서 자겠어요~ ㅋㅋㅋㅋㅋ" 눈물이 날 정도로 웃다가 또 차를 돌린다. 내 기억으론 2~3번 돌고 또 돌았던 것 같다.  


이러다가 정말 날 샐 것 같았다. 수다쟁이 두 명은 입을 꾹 닫고 조용히 유턴을 하고 돌아와서 나를 무사히 내려주었다. 그러면서 또 얘기한다. "못한 얘긴 내일 하자! 조심히 들어가!"  나는 알겠다고 대답하고 내려서 집으로 들어갔다.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이 상황이 너무 웃긴 거다. 길거리에서 혼자 킥킥 대로 웃었으니, 사람들이 처다 본다. 머리에 꽃단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다.     

언제 짜증내고 일했냐는 듯, 그날에 스트레스는 모닝과 함께 돌고 돌고 또 돌면서 다 날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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