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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커홀릭 MONGS Oct 11. 2020

결혼 앞둔 예비신부 안면마비 오다(下)

워커홀릭 백수 되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는 밤 11시~12시(자정) 시간대를 많이 이용한다. 특히 돌아오는 날이 금요일이라면 하루 일정을 꽉 채워 쓴 후 자정 비행기를 탄다. 토요일 새벽에 인천공항을 도착하면 팀장 눈치도 안 보고 주말을 온전히 보낼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김대리님도 그랬을 것이다. 주말에 해야 할 것이 많으니,, 


기내 환경은 항공사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자정 시간의 비행은 대부분 잠들기 때문에 불을 소등하고 취침모드를 유지한다. 날씨가 유난히 습한 날은 에어컨을 조금 세게 틀어줄 때도 있다. 대리님이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도 기내에 특별한 것 없었다고 한다. 다만 습한 날씨 때문에 에어컨을 세게 틀어서 그런지 바람이 조금 차갑다 라고 느꼈고, 기내담요를 목까지 덮고 바로 잠이 들었다고 하니 우리는 짐작한데 얼굴에 에어컨 바람을 계속 쐐서 한쪽에 마비가 온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김대리님은 오전에 간단히 메일 정리와 급한 업무만 마무리하고 한의원으로 갔다. 당연히 침을 맞아 마비된 얼굴을 풀어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뜨거운 찜질도 함께 병행하셨다. 피부 마사지받기도 바쁜데 한의원에 침까지 맞으러 다녀야 하니 별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정말 별일이 다 있다. 한편으로는 의심도 된다. 정말 에어컨 바람이 세서 그런 걸까? 우리가 하는 일이 정말 정상적인 방법인가 등등 의심에 의심이 계속되었었다. 


업무과다로 인한 스트레스로 각종 원인모를 질병이 발생한다는 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결혼식 전까지 그렇게 한의원을 다니는 모습을 보니 주변에서는 얼마나 좋아졌는지 수시로 물어보곤 했었다. 이러다가 결혼식장에서 신부의 웃는 얼굴을 못 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드디어 결혼식 당일, 나와 몇 명의 사람들은 사람이 몰릴 것을 대비하여 조금 일찍 서둘러서 결혼식장을 갔다. 신부는 아직 드레스 입기 전이었고, 우리는 밖에서 조금 기다렸다. 신부대기실의 준비가 마무리되고 우리는 사진을 찍으러 들어갔다. 역시 신부화장은 사람을 달라 보이게 한다. 그리고 나는 살짝 신부님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다행히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신부의 가족도 아닌데 괜히 유난스러운 건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옆으로 가서 앉아 사진을 몇 컷 찍었다. 지금 그때 당시 사진을 다시 보면 나는 왜 이렇게 촌스러웠던지 다시는 사진을 꺼내보고 싶지 않다. 


그렇게 대리님은 무사히 결혼식을 마쳤고, 지금까지 잘~살고 계신다. 그때 당시 대리님 가족들은 무슨 얘기를 하셨을까? 우리 집이었다면 당장 회사 때려치우라고 난리를 쳤을 것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원인을 찾고 책임을 물으려고 하는 성향이 있기에 아마도 갑작스럽게 잡힌 출장 탓을 했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나의 첫 직장을 그만둘 당시 2010년 1월 나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 내가 체감하는 것보다 좀 많이 그랬던 것 같다. 퇴사 후 어학연수 준비를 하고 있던 어느 날 저녁 오른쪽 귀 뒷부분이 찌를 듯이 아파왔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병원에 가려고 하니 통증은 사라지고 아프지 않은 것이다. 순간적인 통증이었나 싶었는데, 아침에 세수하면서 한쪽 얼굴의 감각이 둔하다는 느낌과 함께 정확히 감각이 없는 얼굴 쪽 혀도 감각이 없는 것이다. 갑자기 사수가 생각이 났다. 거울 앞에 서서 활짝 웃어 보았다. 


젠장... 양쪽으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한쪽만 자연스럽게 움직일 뿐, 한의원보다는 신경과는 먼저 찾아갔고,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처방전 약을 받아오면서 사수와 통화를 하는데, 슬프기는 커녕 둘 다 너무 웃겨서 한참을 웃었다. 이런 거 까지는 배우지 않아도 되는데 이게 무슨 일이람, 사수는 신경과 약 먹지 말고 바로 한의원으로 가라고 얘기해 주셨다. 2주면 된다고... 


나는 2주 정도 한의원에서 침을 맞으며 얼굴 근육을 움직여 주었고, 뜨거운 찜질도 병행하였다. 무섭기도 했지만 너무 웃기지 않은가? 내 눈에만 보이는 미미한 차이는 아직도 남아 있지만 지금은 아주 자연스러워졌다. 역시 스트레스였어! 나는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스스로 경험을 하고 그 답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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