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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커홀릭 MONGS Jan 17. 2021

엄마를 인터뷰하다.

워커홀릭 백수 되다.

나는 요즘 컨셉진의 에디터 스쿨 수업을 들었었다. 5주간 에디터가 되어 보는 과정이며, 에디터로써 가져야 할 자질의 기초를 배우는 과정이다. 어렵지만 재미있게 들었고, 가장 긴장되는 마지막 과제 "인터뷰 하기"가 남아 있었다.


일을 주제로 인터뷰하는 과제이다. 누구한테 인터뷰해달라고 해야 할까 고민하다 나의 "첫 사수에게 얘기해보자"라고 생각했었지만. 코로나로 인하여 만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었다. 그렇다면 일을 사랑하고 일이 곧 삶의 원동력이라고 말하시는 우리 엄마를 인터뷰하는 건 어떨까? 인터뷰 도전기에 인터뷰이는 우리 엄마이다.



Q: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올해 60대 중반 10년 차 요양보호사 이 OO입니다.


Q: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에 대하여 간략히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A: 노인성 질환으로 앓고 있는(치매, 중풍 등) 환자분의 가사, 신체 등을 케어해주는 전문가입니다. 반드시 이론과 현장훈련과정을 거쳐야 하며, 요즘은 자격시험이 점점 엄격해지고 서류 절차도 까다로워지고 있는 직업입니다.  

 

Q: 몸이 힘든 일이라 결정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요양보호사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나이가 들면서 마땅히 들어갈 직장도 찾기 힘들 때, 신문에서 요양보호사 모집 기사를 보고 (그때 당시 나이 제한이 없었다. 지금은 있습니다.) 이건 내가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겠다 싶었고 학원에 바로 등록하면서 요양보호사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Q: 주로 각 개인의 집안에서 케어하기 힘든 어르신들이 요양원에 입소하시는데요, 요양보호사로써 어르신을 케어하는 일중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은 어떤 부분일까요?

A: 가장 힘든 부분은 치매 환자를 케어하는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행동이 크고 과격한 성향이 많다 보니 낙상의 위험이 가장 큰 어르신 이기 때문입니다.


Q: 낙상 위험이 있는 어르신들은 어떻게 케어를 하시는지요?

A: 나라와 보호자가 허락하는 선에서 양팔에 억제대라는 것을 착용합니다. 모든 케어에는 나라에서 설정해준에 따릅니다. 더불어 억제대 같은 것을 사용할 경우, 반드시 보호자의 허락하에 착용합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분이 계신가요?

A: 키가 크고 건장한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치매 증세가 악화되셨고, 그 증상은 점점 난폭해지는 성향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루는 제가 잠시 물품을 가지러 간 잠깐 사이에 침대에서 낙상하시는 일이 벌어졌었습니다.  침상의 높이는 낮습니다 하지만 체구가 크기 때문에 타격이 커서 병원으로 바로 옮겨 조치를 취하였지만, 골절이 발생했었습니다.


Q: 굉장히 놀라셨을 것 같은데 그럴 땐 어떤 조치를 취하시나요?

A: 먼저 원장님과 간호사에게 알리고, 병원으로 즉시 옮깁니다 동시에 보호자에게 연락을 합니다. 그리고 보호자 및 업무보고에 어떻게 해서 일이 발생하였으며 어떻게 조치를 하였는지 모든 보고를 구두와 서면으로 남기게 되어 있고 그렇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CCTV 화면도 볼 수 있습니다.)


Q: 요양보호사로 10년간 일하면서, 요양보호사가 꼭 가져야 하는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기본적으로 어르신을 생각하는 측은지심이 있어야 한다. 마음에 측은지심이 없는 사람은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 더불어 보호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오해받지 않도록 안내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므로 좀 더 부드러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로 하며,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 회사에서 의무적으로 일한다는 마음가짐 일하게 되면 요양보호사로서 오래가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Q: 측은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씀이 뭔가 내공이 많이야 한다는 얘기인 것 같기도 합니다. 요양보호사 일을 하면서 보람 있었던 점과 후회되었던 점이 있다면 한 가지씩 말씀해주세요.

A: 뜻하지 않게 상을 받게 되었을 때 가장 보람 있었습니다. 나는 잘하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보험공단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요양보호사님을 뽑아서 상을 줍니다. 소속 요양원의 원장님께서 저를 추천해주셔서 상을 받게 되었던 일이 가장 보람이 있었습니다.


후회되었던 점이라고 보다는 가슴에 오래 남아있었던 일이 있는데요, 낙상 사고가 있었던 그 할아버지께서 골절 치료를 한 후, 며칠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는데, 그때는 정말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요양원이 술렁거렸고, 잠시 물품 가지러 간 그 순간이 계속 생각이 났고, 모두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Q: 보호자 분들은 당시에 별말씀 없으셨나요?

A: 보호자분들은 할아버님의 거친 성향을 알고 있었고, 모든 조치를 취한 내용을 보신 후, 별다른 말씀은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그때 당시 상황은 한참 동안 마음이 남아 있을 정도로  마음에 우울함이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마음 다잡으라고 위로해주셔서 지금까지 해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요즘은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하는 것 일수도 있는데요, 나도 요양원으로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A: 모든 요양보호사들은 거의 대부분이 스스로 나이가 들어서 누군가의 케어가 필요하게 된다면 얼마든지 자발적으로 요양원으로 들어가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나 또한 그렇다. 100세 시대에 노령화가 심해지면서 집에서는 도저히 케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요양원과 요양보호사는 필수 직업군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치매라는 것은 가족이 집에서는 절대 돌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있다. 생각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옛날 말로 자식이 없으면 요양원에 들어간다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앞으로는 요양보호사가 필수 직업군이라고 하셨는데요, 앞으로 요양보호사를 바라보는 인식에 대한 바람이 있으신가요?

A: 어르신들 케어라는 것이(와상, 치매, 중풍 등) 신체 및 가시지원 등 모두 챙겨야 하며 식사 또한 환자의 상태에 맞게 드려야 하는 부분이 중요합니다. 생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다 보니, 집에 있을 때와 요양원에 들어오셨을 때의 환자의 심적, 정신적 상태가 많이 달라지고 본인 스스로 적응기간이 필요합니다. 그렇다 보니 살이 빠지는 등 신체적으로 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의 지식을 이제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요양보호사는 어르신을 케어하는 전문가다.라는 인식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문가라는 인식이 어렵다면 요양보호사들을 하대하듯 하는 행동들은 한 번쯤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집에서는 못 보시는 어려운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 모든 케어를 해주시는 요양보호사들을 존중하는 태도는 꼭 인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추가로 신문, TV에서 잘못된 요양원이나 요양보호사들이 나오긴 하지만 정말 소수이지 다수가 그렇다 라는 인식은 하지 말아 달라고 꼭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Q: 이 일을 하기 전 우울증이 있으셨던데 일을 하면서 우울증상도 없어지셨나요?

A: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치유가 되었습니다. 사회생활하면서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우울증 치료에 가장 좋은 치료재였습니다 그래서 체력이 허락하는 데 까지는 계속 일을 하고 싶습니다. 나이 많다고 무시하지 마십시오 ㅎㅎㅎ


Q: 보호사님께서는 언제 까지 일을 하고 싶은지요?

A: 짧게는 70세 까지, 길게는 75세까지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건강하니까요.


Q: 일에 대한 열정이 남달라 보입니다.마지막으로 나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A: 삶입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이 일에 임하고 있기 때문에 좀 힘들어도 내가 살아가는 원동력이 됩니다.




나는 우리 엄마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었구나, 나는 내가 보호해야 한다는 집착이 강했는데 우리 엄마는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었고,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 속에서 그 누구보다 강한 내공을 가지고 있으셨다. 그래도 키도 작고 체구도 작은 우리 엄마 공중파 방송도 아닌 그저 딸내미 과제인데 괜히 긴장을 하셨다. 인터뷰하면서 뿌듯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엄마에 대해서 좀더 알아가는 좋은 시간이었다. 앞으로 종종 다른 주제로 인터뷰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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