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흔들어 놓을 작은 관점의 차이
나는 책을 빨리 읽는 편이다.
한 권을 30분 만에 읽을 때도 있고, 대충 보고 안 읽는 경우도 많다.
내가 책 읽는 모습을 누군가 본다면, 영 제대로 된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여길지 모른다.
상관없다.
나는 그 사람에게 보여주려고 책을 읽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나에게 필요한 걸 얻기 위해서다.
그리고 내가 대충 읽고, 빨리 읽는 이유는 더 깊이, 여러 번 읽을 책을 만나기 위해서다.
마치 가볍게 소개팅하듯 사람을 만나다가 이 사람이다 싶으면 더 여러 번 만나보고,
더 좋아지면, 연애까지 하게 되는 것처럼.
나는 그렇게 책을 읽는다.
좋아하는 책은 몇 번이고 다시 본다.
시시한 책은 대충 보다 덮어 버린다.
아니 잠깐, 대충 보고 그 책이 시시한 책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냐고?
틀린 말은 아니다. 내 느낌이 100% 정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분명 놓치는 책이 있을 거다.
그러나 이전의 나처럼 한 달에 겨우 1-2권 읽고, 1년에 많이 읽어야 15-20권 읽는 수준의 독서만 하면서
놓치는 책이 없을까 전전긍긍하는 바보가 되진 않기로 했다.
대신 시간이 허락한다면 하루에도 몇 권씩 읽고, 필요하다면 읽었던 책도 몇 번씩 보는 독서를 하기로 했다.
이 모든 게 가능해진 이유는 내가 책을 읽는 기준이 타인이 아닌 자신으로, 책이 아닌 나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완독의 기준은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는 것'일까?
아니면 현재 내 수준에 맞게 '이해하는 것'일까?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 무엇이 더 좋은 독서인지.
왜 우리는 그토록 이해하지도 못하고, 재미도 없는 책을 억지로 읽고 있었는지.
완독의 기준은 책이 아니라, 철저히 나여야 한다.
'지금 나'에게 맞지 않는 책이라면 과감하게 덮어야 한다. 지금 내 수준에 맞는 책, 지금 너무 궁금한 책을 읽기에도 시간은 부족하다. 심지어 그렇게 나에게 맞춰서 읽다 보면 독서력이 몇 배는 더 빨리 향상된다.
결국 '예전의 나'는 읽기 어려웠던 책들이 자연스럽게 쉬워지고, 재미있어진다.
그동안 막연하게만 이해되던 것들이 선명하게 보이고, 복잡하게만 느껴졌던 것들이 단순해진다.
독서란 무작정 세상의 지식을 많이 주입시키면 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철저히 나라는 존재를 이해해 나가는 과정일 뿐이다.
세상이 얼마나 넓고 나라는 존재는 얼마나 작은 지를 깨달아가는 과정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결국 온전히 달라지는 것은 나에 대한 이해다.
내가 바뀌니 자연스레 내가 보는 세상이 바뀐다.
과연 무엇이 진짜 독서인가?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완독의 기준이 나에게 있는 것처럼,
좋은 독서의 기준도, 좋은 책의 기준도, 다 그때그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디, 나를 책에 맞추지 말고, 책을 나에게 맞춰 가시길.
그 작은 차이가 당신의 삶을 분명 크게 흔들어 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