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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책을 읽어도 남는 게 없는 이유

속독의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연결이다.

by 변대원

책을 읽어도 남는 것이 없다고 느낀 적 없는가?

많은 사람이 독서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하나뿐이다.

틀린 방식으로 읽기 때문이다.


흔히들 유명한 책이라면 자신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제대로 독서를 해보면 깨닫게 된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책인지, 내 기준에서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인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또 하나 자주 하는 오해가 있다. 모르는 분야의 책을 억지로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똑똑해질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접근은 오히려 독서를 멀어지게 만드는 주범이 된다. 자신의 수준과 상관없이 철학서나 어려운 전문서를 붙잡고 씨름하다가 결국 책과 멀어지고 만다.


생각해 보면 처음 읽는 책이라고 해서 100% 새로운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의 난이도에 따라 적게는 20%, 많게는 70% 이상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들어 있기 마련이다. 이는 우리 머릿속에도 보이지 않는 가상 폴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컴퓨터에서 파일을 폴더별로 정리하듯이 머릿속에도 지식을 담는 분류함이 있다. 의식하든 못하든 이미 쌓여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매일 하는 일은 이 가상의 폴더 덕분에 자동으로 기억을 불러와 처리할 수 있다. 독서도 같다. 많은 사람이 읽지 않은 책은 모두 모르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완전히 모르는 책은 사실 읽을 수조차 없다. 눈으로 글자를 볼 수는 있어도 머릿속 어디에도 매칭할 지식 폴더가 없으면 의미가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기존에 알고 있는 지식에 새로운 것을 덧붙이는 과정이다.

따라서 배경지식이 풍부한 사람일수록 새로운 내용을 더 빠르고 깊게 받아들일 수 있고, 반대로 지식의 폭이 좁으면 읽는 속도도 느려지고 내용도 잘 남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속독에 대한 생각도 달라진다.

속독은 단순히 빨리 읽는 기술이 아니라 배경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내용을 더 빠르게 연결하는 전략이다. 이런 독서를 "스키마 독서법"이라 부르는 이유도 같다. 처음에는 느릴 수 있어도 점점 더 다양한 책을 전략적으로 접하면 머릿속 가상 폴더가 커지고 연결이 빨라진다. 그러면 읽는 속도는 자연스럽게 빨라지고, 내용은 더 오래 남는다.


결국 속독은 속도가 아니라 연결이다.

이 원리를 알게 되면 책 읽기가 훨씬 가벼워지고 덜 부담스러워진다.

그렇게 독서가 습관이 되면 누구나 진짜로 30분 만에 한 권을 완독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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