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작품으로 살아가는 방식에 대하여
새로 이사 온 사무실이 사뭇 삭막하다.
그 공간에 내 마음을 채우고자 이리저리 애쓰고 있다.
회색톤으로 물들어있던 공간을 내가 좋아하는 우드톤으로 바꿔가는 중이다. 자연스런 오크나 메이플, 아카시아 톤의 책상과 책장을 배치하고, 깔끔하지만 배전함으로 인해 보기 싫었던 곳에 모네의 그림을 걸어본다.
한 번에 너무 많은 걸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 관계가 그렇듯 공간도 그 사이를 채워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에는 일관된 관심이 요구된다.
삶의 변화는 시간과 공간, 인간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7년 전에 시작했던 사이책방의 이름도 그 세 가지 단어에 공통적으로 포함된 '사이 간(間)'자에서 착안했다.
변화는 결국 그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다.
시간이 쌓이고, 공간이 물들고, 관계가 무르익으면 거기엔 어떤 아우라(Aura)가 깃든다.
발터 베냐민(Walter Benjamin)은 그의 저서『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 ‘아우라(Aura)’의 원천에 대해 원본성과 독창성(originality), 고유한 현존(現存, presence)으로 설명한다.
사이책방은 "책은 상품이 아니라, 작품입니다"라는 모토를 가지고 있다. 이 말은 책만을 위한 문장이 아니라, 우리 삶에 대한 은유다.
소비되는 삶이 아닌 창조되는 삶에 대한 선언.
우리의 삶은 저마다 하나의 작품이다.
다만 스스로를 상품화하는 사람과 작품화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대부분의 상품은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그 가치가 떨어지는데 반해, 작품은 시간이 갈수록 그 가치를 더한다. 그런 연유로 우리의 삶은 작품이길 바란다. 삶이라는 작품의 원본성과 독창성 고유한 현존을 찾는 것이 의미 있는 인생이 아닐까?
그것이 나라는 사람의 아우라로 드러나는 것이리라.
모든 공간을 한 번에 채울 수 없고, 모든 시간을 한 번에 바꿀 수 없다. 모든 관계가 한 번에 나빠지지 않듯 단 번에 좋아지지도 않는다.
새로운 공간을 조금씩 채우고 나만의 색깔로 바꿔가면서 이곳에 머물 시간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나는 이곳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고 또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 것인가?
오늘 해야 할 일, 오늘 채워 넣은 공간의 마음, 오늘 쓴 글 한 편을 뒤로하며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