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다르게 본다

성장의 고통이 삶의 눈높이가 된다

by 변대원

개인적으로는 5권째이자, 올해 시작한 출판사의 3번째 책이 나왔다.

제목은 "다르게 본다"다.

디자인 회사 대표, 정신의학과 전문의, 19년 차 영어강사이자 라디오방송 진행자와 함께 총 4명이서 함께 한 공저책이다.

각자의 전문분야에서 세상을 다르게 보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보았다.

나는 기획자이자, 글쓰기 강사로써 "당신은 삶은 어떤 문장인가요"라는 주제로 글을 담았다.

특히 글쓰기 수업을 하고, 몇 년간 꾸준히 글을 쓰면서 느꼈던 삶의 변화와 글이 주는 가치에 대해 쓴 글이 제법 많았고, 그중에서 전체 책의 방향에 어울릴만한 글들을 엄선해서 담았다.


매번 느끼지만, 글을 쓰는 것과 책을 내는 것은 전혀 다른 행위다.

하나하나 좋은 글을 모은다고 해서 좋은 책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아주 클래식하고 진지한 분위기의 모임에 참여한다고 하자. 그때는 격식에 맞는 정장이나 그에 준하는 품위 있는 옷을 입어야 할 테고, 반대로 체육대회에 참여하려면 최대한 활동이 편하고 스포티한 복장을 입어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나의 글은 그때의 상황에 따라 분명 좋은 글이었을지 몰라도 전체 책의 방향과 어울리지 않는 글은 적어도 그 책에서는 좋은 글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출판을 하면서 느끼는 괴로움이 그런 것이다.

분명 미팅할 때만 해도 너무나 좋은 책이 될 것 같더라도 막상 글로 된 원고를 받아보면 또 다른 난관을 만난다. 그래서 처음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기획이 바뀌기도 하고, 바뀐 기획에 따라 글의 느낌도 달라지게 되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런 창작의 고통이 나를 성장시켜나가고 있음을 안다.


만약 단순히 사업적 성과만 본다면 지금 출판업을 해서는 안되지만, 어떤 알 수 없는 동기가 내 안에 있었고, 미루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면 바빠도 지금부터 시작해 보자는 생각을 했다. 덕분에 4월 중순에 출판사를 오픈하고 6월 말까지 2달반동안 3권의 책을 출간했고, 지금은 7월에 출간할 책을 작업하고 있다.


"다르게 본다"는 제목을 자꾸 되뇌어 본다.

나는 지금 내 일을 어떻게 다른 시각으로 볼 것인가?

나는 나에게 주어진 일을 어떤 남다른 시각으로 해결할 것인가?

어쩌면 이 책의 제목은 올 상반기 내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졌던 질문의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일이 더 이상 단순한 성과가 아니라는 걸 자주 생각한다.

‘다르게 본다’는 말은 어쩌면 나에게 주어진 일, 이미 하고 있는 일,

그리고 언젠가는 그만두게 될 일조차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이 될 것 같다.


같은 글쓰기라 해도 언제나 같지 않았다.

어떤 글은 내가 쓰는 순간에는 한없이 서툴러 보여도 몇 달 뒤에 다시 꺼내 보면 그 시절의 나를 다르게 볼 수 있게 해 준다. 책이라는 건 그런 기록의 무늬가 한데 모여 다른 사람에게도 건네질 수 있는 그릇 같다.

출판사를 시작하고 나서 비로소 알게 된 것이 있다.

사람들은 책을 읽으며 세상을 다르게 보는 법을 배우지만, 책을 만드는 사람도 그 과정을 통해 자기 시야를 '새로고침' 하게 된다는 것이다.


원고를 고르고, 순서를 바꾸고, 때로는 애써 쓴 글을 빼면서까지도 더 좋은 흐름을 찾으려는 건, 결국 내 생각을 다시 열어보는 일이다. 남들이 보기엔 작은 규모의 출판사이고, 몇 권의 책으로는 큰 성과라고 말하기 어렵다. 출판사만 보자면 매출도 초라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분명 의미가 있다.

이 일이 내 안에 묻혀 있던 오래된 생각을 꺼내게 하고, 어제와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오늘을 살게 하기 때문이다.


책을 만드는 일이 내 삶을 다시 쓴다.

글을 고르는 일이 나를 고른다.

어쩌면 이건, 내 삶의 모든 질문을 ‘조금 더 다르게 보고, 조금 더 오래 붙들어보라’는 나 자신을 향한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젠가 먼 훗날 다시 이 책을 꺼내 읽게 될 때, 지금의 내가 품었던 질문과 다짐들이 어떤 모습으로 자라 있을지 기대해 본다.


그때도 나는 내 삶을 조금 다르게, 조금 더 단단하게 보고 있기를 바란다.

성장의 고통이 결국엔 삶의 눈높이가 되리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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