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방문을 열고 문득 첫사랑이 찾아왔다
이것은 잊혀져가는 사랑의 기록이다.
어쩌면 실제하지 않았는지도 모를.
기억 속 아득히 멀어져 가는 그녀의 모습을 담으려는
조급한 발자국이자, 서툰 연민이다.
사랑은 사랑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때만 진짜다.
사랑이라는 말은 그 단어가 주는 감정의 크기를 담기에는 너무 협소하기에.
기억의 방 속에
여전히 머물고 있는 그 해 봄 풍경들을 마주한다.
강의가 끝나면 뛰어내려갔던 동아리방에서
처음 마주친 한 낯선 여인의 얼굴
그땐 그렇게 뜨거운 사랑이 될 줄 몰랐던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았던 그 짧은 순간들이
평생 잊혀지지 않는 아득한 기억이 된다.
또 봄이 오고, 윤중로에 벚꽃이 피지만,
그 해 봄 첫사랑과 함께 거닐었던 그 날의 햇살은
한결같이 눈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