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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기록, 그 해 봄

기억의 방문을 열고 문득 첫사랑이 찾아왔다

by 변대원

이것은 잊혀져가는 사랑의 기록이다.

어쩌면 실제하지 않았는지도 모를.


기억 속 아득히 멀어져 가는 그녀의 모습을 담으려는

조급한 발자국이자, 서툰 연민이다.


사랑은 사랑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때만 진짜다.

사랑이라는 말은 그 단어가 주는 감정의 크기를 담기에는 너무 협소하기에.


기억의 방 속에

여전히 머물고 있는 그 해 봄 풍경들을 마주한다.


강의가 끝나면 뛰어내려갔던 동아리방에서

처음 마주친 한 낯선 여인의 얼굴

그땐 그렇게 뜨거운 사랑이 될 줄 몰랐던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았던 그 짧은 순간들이

평생 잊혀지지 않는 아득한 기억이 된다.


또 봄이 오고, 윤중로에 벚꽃이 피지만,

그 해 봄 첫사랑과 함께 거닐었던 그 날의 햇살은

한결같이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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