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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Aug 15. 2023

#_책을 읽어도 변화가 없는 이유

책의 지혜를 충분히 소화시키고 있나요?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좋은 문장을 만나게 됩니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순간의 기쁨을 즐깁니다. 생각도 못했던 관점이나 내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했던 무언가를 작가의 글을 통해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설령 잠깐이라도 그 순간의 강렬함의 크기가 좋은 책이라고 느끼는 기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대부분 "이거 너무 좋다"하고서는 다시 그 책을 읽는 경우가 없다는 겁니다.

모든 좋은 것들이 여전히 내 것이 되지 않는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책 속에서 만난 멋진 삶과 꿈을 내 걸로 만들려면 그 책에서 나한테 필요한 부분이 더 이상 이 책을 읽지 않아도 기억될 때까지 읽어야 합니다. 그렇게 반복해서 읽는 이유는 어떻게든 기억해서 내가 적용하고 실천하기 위해서지요. 우리가 음식을 먹는 이유는 맛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음식을 통해서 살아가는 에너지를 얻기 때문이지요. 만약 아무리 음식을 많이 먹어도 전혀 소화시키지 못한다면, 식사의 의미는 퇴색되어 버릴 것입니다.


좋은 문장을 만나는 건 정말 맛있는 음식의 냄새를 맡는 일이 뿐이거든요. 그 음식을 내 걸로 만들려면 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시간을 들여서 맛있게 먹어야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조차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 더 좋은 삶을 위해서는 말할 것도 없겠지요.


저는 책이 좋아서(맛있어서) 제법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이제 조금은 아는 게 많아지긴 했어요. 그런데, 문득 돌아보니 제 삶은 그렇게 많이 달라지지 않았더라고요.

곰곰 생각하고 보니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저는 맛있게 읽을 뿐 충분히 영혼을 살찌울 영양분으로 소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는 책에서 배운 대로 살지 않고, 다시 원래 내가 살던 대로 살았구나.


이 단순한 깨달음을 느낀 후부터는 하나씩 행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참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 무언가 새롭게 시도할 때마다 수많은 저항에 부딪히곤 했습니다. 원하는 삶을 향해 나아가는데 여전히 나의 지식과 지혜를 소화하는 능력은 아이 수준이라 눈으로 읽고, 소리 내어 읽고, 손으로 필사하고, 다시 읽기를 반복하면서 어떻게든 소화시켜 보려 애쓰고 있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어떻게 했는지 살펴보니 그들은 조금 달랐습니다. 그들과 평범한 사람들과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읽고, 생각하고, 경험하면서 알게 된 깨달음을 잊지 않기 위해 자신만의 원칙을 만들고, 그 원칙을 지킨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저에게도 작지만 확실한 원칙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작은 원칙들을 만들고 매일 지켜나가고자 노력합니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고, 무너질 때도 많지만, 다시 원칙을 세우고 지키는 것을 반복해 봅니다.


앞서 나간 사람들이 한결같이 독서를 강조하는 건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더 나은 삶을 찾아서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가장 쉬운 방법이 때문입니다. 그들은 독서 그 자체에 매몰되기보다는 독서가 주는 의미와 성장에 집중합니다. 다시 말해 단순히 책을 몇 권 읽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책을 통해 내가 얼마만큼 성장했는지가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들을 수치화하는 것도 무척 중요하지만, 그것을 수치화하는 이유는 계량화하기 어려운 내적 성장을 가늠하기 위한 방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삶의 스승들이 쓴 글들을 읽으라.
그들이 하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라.
자신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하고 싶은가에 대한 당신 자신의 확신을 정립하라.


에리히 프롬은 <존재의 기술>에서 위와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가 책을 통해서 얻어야 하는 것은 단순한 정보가 아닙니다. 좋은 책에서 제시하는 문장의 행간을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독서를 배우는 이유는 그것 때문입니다. 저 역시 수년간 독서를 배우고 가르치면서 집중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그런 독서를 통해 나를 발견하고, 세상을 이해하고, 스스로의 삶의 방향과 원칙을 세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입니다.

이미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면 더 이상 독서법 같은 건 배울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자신의 원칙을 지키며 실천하는 삶에 집중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고도 여전히 그동안 살아오던 방식대로 변함없이 살아가고 있다면 책을 백 권을 읽었든, 천권을 읽었든 제대로 독서한 게 아닐 겁니다. 책 속에 살아 숨 쉬는 지혜의 영양분들을 내 영혼에 공급해 줄 수 있도록 소화시키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야만 합니다. 독서법은 비슷할 수는 있지만, 모두가 달라야 정상입니다. 내가 경험한 나만의 삶의 체험과 내가 읽은 나만의 독서 체험이 나라는 특별한 존재를 완성하는 재료가 되기 때문이죠. 저마다 재료가 다른데 레시피가 똑같을 수는 없을 테니까요.


솔직히 책 읽는 것에 관심 없는 분은 이 글 역시 읽지 않으실 테니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

대신 책을 잘 읽고 싶고, 책을 통해 성장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 분이라면, 오늘 나눈 이야기를 천천히 생각하며 나는 독서를 통해 어떤 삶을 만들고 싶은지, 그러기 위해서 어떤 원칙이 필요한지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특별한 이유는 그 사람이 모든 사람에게 특별하기 때문이 아니라, 나에게 특별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독서의 가치도 똑같은 원리로 적용됩니다.

독서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10분의 독서도 삶을 바꾸고 성장시키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독서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은 10년을 읽어도 겉돌다가 말뿐입니다. 독서가 우리 삶에 얼마나 가치있는 것인지 부디 삶으로 체험하길 바랄 뿐입니다.



* 매일 책 속의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 오늘 문장은 에리히 프롬의 <존재의 기술>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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