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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Sep 30. 2023

#_책이 나에게 말을 걸어올 때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사물을 누군가는 볼 수 있는 이유는 그 사람한테 나타나 보이고 싶은 그 사물의 소망 때문이다. 


가끔 책의 소리를 들을 때가 있습니다. 물론 책에서 실제로 소리를 낼리는 없겠지요.

다만 책이 내 마음의 문을 똑똑하고 노크하면서 두드리는 듯한 느낌으로 말합니다.


“있잖아, 내가 할 말이 있어. 지금 너에게 꼭 필요한 말이야.”라고요.


그런 속삭임을 들으면 그 책을 펼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그렇게 펼쳐본 책에는 틀림없이 지금 나에게 필요한 구절이 있습니다. 어떤 문장 하나 혹은 이어진 몇 개의 문장이 쿵쿵 가슴을 때리며 파동을 일으킵니다. 어쩌면 책을 자꾸 읽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책이 나에게 말하는 속삭임을 조금 더 듣고 싶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책도 알고 있을 겁니다. 자기를 무시하는 사람과 자기를 아끼는 사람을. 책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아무에게도 말해주지 않는 책의 진짜 비밀을 알려줍니다.

누구나 똑같은 책을 보면 똑같은 걸 알 수 있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사람과 사람도 마음이 먼저 통해야 대화가 잘 통하듯이, 책과 사람도 먼저 마음이 통해야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아집니다. 


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말을 이해하실 겁니다. 책과 교감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엉뚱한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겪어본 만큼 느낄 수 있는지라. 

류시화 작가의 책을 읽다가 우연히 만난 문장 하나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비엔나소시지처럼 꼬리의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이러면 더 책을 읽긴 힘들어 집니다. 기분 좋게 책을 덮고 생각을 이어갑니다.


내가 책을 펼치며 경험했던 것처럼 이런 우연한 사건을 융은 ‘동시성’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눈에 보이는 세상에서는 알 수 없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이 세상의 ‘연결성’에 대한 증거가 아닐까요?


무언가 그것을 깊이 있게 좋아하고 사랑하고 심취한 사람에게는 분명 남들이 보지 못하는 무언가가 보이게 마련입니다. 정말 설레는 순간입니다.




* 매일 책 속의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 오늘 문장은 류시화의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에서 발췌하였습니다.

 할 말이 있어. 지금 너에게 꼭 필요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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