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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Jun 10. 2019

#_스마트폰 중독의 본질

중독(中毒)되는 사람과 축적(蓄積)하는 사람의 결정적인 차이

스마트폰은 불과 10년 만에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을 바꿨다. 세상은 이미 손 안에서 모든 게 이루어지고 있고, 그 손 안의 혁명을 만들어 내는 회사만이 살아남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가정의 현실은 어떤가? 아이들이 게임에 빠져있는 모습, 동영상만 몇 시간씩 보는 모습에 경각심을 느낀 어른들은 서로 경쟁적으로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시대가 바뀌었다고 스마트폰을 무작정 허용하자니 겁나고, 그렇다고 쓰지 못하게 막자니 그것도 불안하다. 어쩌면 대부분의 어른들은 스마트폰을 쓰는 게 좋은가? 안 쓰는 게 좋은가라는 흑백논리에 빠져있는지도.


본질은 '쓰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다.


스마트폰 중독을 이해하려면 '중독(中毒)'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중독은 무언가를 반복적으로 행동함으로써 탄생한 습관이다. 문제는 자신이 그것에 휘둘린다는 점이다. 반대로 똑같은 반복이지만, '축적(蓄積)'이 되는 사람들도 있다. 반복을 통해 축적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것을 자기 뜻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아무리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라도 그가 책에 휘둘려 스스로를 컨트롤하지 못하는 경우 활자 중독자가 된다. 책을 읽는 건 일반적으로 좋은 행위라고 생각하지만 활자중독은 결코 건강한 상태가 아니다. 독서를 하느냐 안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즉, 스스로의 기준을 가지고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것을 반복하면 축적이 되지만, 스스로의 기준 없이 타인에게 휘둘려 무언가 반복하면 중독이 되는 것이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을 쓰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변화다. 아이가 스마트폰을 못하게 무조건 막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스마트폰을 통제하고 유용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필자는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할 때 반드시 시간을 정해놓고 하게끔 한다.

10분을 하기로 했으면 그동안 어떤 영상을 보든지 어떤 게임을 하는지 관여하지 않는다. 게임을 하면 어떤 게임인지 물어보고, 영상을 보면 어떤 내용이냐고 진심 어린 관심을 가져준다. 그러면 아이들은 신나서 이야기해 준다. 아이들이 보는 영상이 유익하고 재미있으면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고, 별로 유익하지 않은 영상이나 게임은 꾸짖거나 혼내는 대신, 철저히 무관심하려고 한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관심받지 못하는 콘텐츠에 대해서는 흥미를 덜 느끼게 마련이다. 반대로 적극적으로 말리면 그건 부모의 적극적인 관심의 표시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더 그것에 집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5분이든 10분이든 스스로 알람을 맞춰놓고 스마트폰을 하게 하고, 끝나면 다시 가져다 달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 역시 무얼 하다가도 중요한 일이 아니면 언제든 아이가 부르거나 밥을 먹어야 하거나 여러 가지 다른 일을 해야 할 때 스마트폰을 과감히 끄려고 노력한다. 그런 모습을 보여야 아이들이 그러지 못할 때 뭐라고 할 자격이 생기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하는 시간은 스스로 벌 수 있게(?) 만들었다. 책을 보면 3분, 만화책은 1분, 종이 접기나 창작물을 만들면 작품의 수준에 따라 1~5분을 준다. 제 때 시간 맞춰 스스로 목욕을 잘하면 3분 양치를 잘하면 1분, 스스로 잘 머리랑 몸도 닦고 옷까지 잘 갈아입으면 1분. 이런 식이다. 이런 방법을 통해 아이들은 하루에 10분~30분가량의 시간을 스스로 벌 수 있고, 자기가 한 약속이나 생활습관을 스스로 알아서 지키려고 노력하게 만들고자 했다. 이 방법이 특히 강력한 이유는 장기간 스마트폰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엄마 아빠가 못하게 막아서라고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 해야 할 일들 혹은 시간을 벌 수 있는 방법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데 있다.


어차피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못하게 막을 수는 없다. 친구들은 다 하는데 본인만 못하면 속상하거나 자존감이 낮아질 수도 있으니 스마트폰을 하는 것을 나쁘게 말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스스로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것이다.


아이가 게임만 한다고 컴퓨터를 못하게 하는 것이 답일까? 아마 아닐 것이다. 문제는 컴퓨터도 아니고, 게임도 아니다.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확립하지 못해 무언가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진짜 문제다.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스마트폰으로 SNS 중독, 쇼핑중독, 검색 중독, 게임중독까지 어른들도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중 상당 시간을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수익을 위해서 쓰고 있다.


결국 중독이나 축적이냐는 무엇에 기준이 있는가의 관점으로도 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이런 자신의 기준을 확립하기 위해 부모가 먼저 기준을 잡아줘야 한다. 만약 아이가 궁금한 게 있을 때마다 위키피디아를 검색하고, 자신의 지식을 확장하며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는 흥미 있는 분야를 발견할 수 있다면 어떨까?

불과 12살에 대학생들과 대화할 수 있는 수준의 지식을 갖춘 분야를 여러 개 가질 수 있다고 해도 스마트폰을 못하게 할 것인가? 결국 스마트폰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으로 무엇을 하게 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요즘은 아이들과 초성 퀴즈 게임을 같이 한다.

예를 들면 "ㄲㅂ"이라는 문제가 나오고 힌트로 "꽃, 꿀"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꿀벌"이라는 정답을 맞히는 게임이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 책 좀 읽는(?) 아빠로서 당당하게 모르는 단어 있으면 아빠 찬스를 쓰라고 말한다. 대체로 아이들이 초성을 말 안 하고 힌트만 들어도 초성을 맞추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이 아빠를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종종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같이 고민하면서 네이버에 키워드 검색을 하거나 사전 검색을 하면서 답을 찾는 방법을 보여준다.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무엇을 가르치려고 하기보다는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지식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아빠는 왜 모르는 게 없냐고 물어보면 당당히 "그야 책을 많이 읽어서 그렇지"라고 대답한다.(이런 대답을 하려고 평소에 책도 많이 읽는 편이고, 아이들에게 책 읽는 모습도 자주 보여준다.ㅋㅋ)


현상 뒤에 숨겨진 본질은 '진실'을 말해준다.

아직 어른들조차 스마트폰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올바른 본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진짜 문제다. 아이들이 동영상을 보는 것을 뭐라고 하기 전에 부모로서 내가 아이들에게 보여준 모습은 무엇이었는지 먼저 반성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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