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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May 13. 2023

#_신은 디테일에 있다

인간의 뇌가 욕망을 만드는 원리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결정적인 순간'을 한 번쯤 만나게 됩니다.

자신의 삶의 방향을 바꿀 만큼의 큰 변화의 소용돌이를 경험하게 됩니다. 

커다란 성공, 쓰라린 실패, 가족과의 이별, 무지에 대한 각성, 성공에 대한 깨우침 등등 똑같은 일을 겪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그런 결정적인 순간으로 인해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런 '결정적인 순간'들은 성공담을 다룰 때 사람들에게 쉽게 그들의 성공을 설득시키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린 압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특별한 경험을 하지만, 비슷한 일을 겪고도 변화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말이죠.


인류의 역사도, 한 개인의 서사도 있는 사실 그대로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저 몇가지 사실을 통해 진실의 조각들을 발견할 수 있을 뿐이지요. 예를 들어 히어로 영화에서 주인공이 각성하는 장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감명을 받습니다. 그들의 각성은 영화를 보는 우리에게도 무언가 느끼게 해주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은 변화하고 성장합니다. 이 부분은 무척이나 고되고 지루한 부분이기 때문에 핵심적인 장면들을 보여주면서 스킵됩니다. 짧게는 5분, 길게 잡아도 30분입니다. 영화의 러닝타임이 있으니 당연합니다.

이제 성장한 주인공은 한 단계 높은 수준의 히어로로 거듭나고 악당을 물리치러 갑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죠. 악당을 마주한 주인공은 다시 한번 큰 시련을 겪게 되고 자신의 한계에 부딪치게 됩니다. 그리고 그 한계는 주인공을 2차 각성으로 이끌어주는 촉매제가 됩니다. 결국 주인공은 악당을 물리치고, 자신을 믿어준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내는 이야기로 마무리됩니다.


사랑받는 히어로 영화일수록 주인공에게는 뚜렷한 핸디캡이 존재합니다. (심지어 슈퍼맨조차도 크립토나이트라는 약점이 있죠.) 그런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주인공이 강력한지가 아닙니다. 어떻게 평범하고 단점이 많은 주인공이 수많은 핸디캡을 "극복하고 성장하느냐"입니다. 관객들은 그 지점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됩니다.


스토리 갭의 힘을 이해한다는 것은 인간의 뇌가 욕망을 만드는 원리를 이해한다는 뜻이다.


도널드 밀러는 <무기가 되는 스토리>에서 스토리 갭이 가진 힘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스토리 갭이란 캐릭터와 그 캐릭터가 원하는 것 사이의 간격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영화 아이언맨에서 모든 걸 다 가진 듯한 천재부자 토니 스타크는 사고로 게릴라군에서 포로로 붙잡히게 됩니다. 사고로 인해 폭탄의 파편이 몸에 박혔고, 그걸 방지하기 위해 소형 발전기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합니다. 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미사일을 대신 아이언맨 슈트를 만들어서 게릴라군의 기지를 탈출합니다. 이런 식으로 영화는 계속 주인공에게 문제가 되는 상황이 던져지고 주인공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는 식이지요. 그게 바로 스토리갭입니다. 그리고 작가가 말한 것처럼 이 스토리갭을 이해한다는 것은 나 자신의 욕망의 원리를 이해하는 일입니다.


이제 영화 얘기는 그만하고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와 봅시다.

우리 삶에도 늘 스토리 갭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늘 더 나은 삶을 원하고 있고, 그것을 위해 매일 열심히 살아갑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매일 열심히 살아도 큰 진전이 없다는 것이지요. (물론 열심히 안 살아서 진전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이 글을 여기까지 읽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열심히 살고 있고, 자신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분일 겁니다.)


설령 저마다의 "결정적인 순간"을 만났다고 하더라도 그때의 열정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결정적 순간'은 아쉽게도 유효기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왜 죽을 만큼 사랑했던 사람인데, 결혼하고 몇 년이 지나면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거나 혹은 의리로 살고 있는 것일까요? (이 말에 공감을 못하시는 분이라면 당신이 위너(winner)입니다! 엄지 척! ^^)

왜 이를 악물고 다짐했던 일인데, 오늘은 아무것도 하기 싫은 걸까요?

왜 정말 해야 할 일이 태산인데, 나도 모르게 유튜브 영상을 30분째 보고 있을까요?

왜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는 걸까요?


저는 작심삼일이 아니라 작심반나절인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오전에는 열정으로 타올랐는데, 점심 먹고 와서 나른한 오후가 되면 뜨겁던 의지는 온데간데없곤 했습니다. 더이상 영화나 드라마 같은 삶의 변화를 기대해선 안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영화에서 5분에서 길어야 30분 동안 보여주는 주인공의 변화와 성장의 과정이 실제로는 최소 5달에서 30달이 걸리는 일이라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지요.


여기서 위인전에는 나와있지 않은 비밀을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이 진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결정적인 순간 그 자체가 아니라, 그런 다짐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상의 보호막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보호막의 이름은 "매일(every day)"입니다.


그리고 그 '매일'을 다시 들여다보면 더 사소한 일상의 디테일들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랑이 어디서 시작할까요? 화려한 고백? 위험한 상황에 빠진 나를 구해주는 영웅담? 아닐 겁니다.

정~말 별거 아닌 작은 일에서 시작했을 겁니다. 우연히 본 그의 미소에서, 혹은 정말 사소한 작은 배려 하나에서 시작했을 겁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이나 신뢰가 어디서 무너질까요?

정~말 사소한 말 한마디, 나를 무시하는 듯한 눈빛,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딘가 불편한 태도에서 금이 가기 시작하는 거죠.

다이어트를 하기로 한 굳건한 결심은 어디서 무너질까요? TV나 유튜브에서 우연히 본 라면 먹방이나 별 것 아닌 과자 하나에 무너지는 겁니다. 오히려 진수성찬은 이기기 쉽습니다. 사소해서 쉽게 지는 겁니다. 이런 사소한 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속일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알다시피 그 사소한 것에서 한번 지고 나면 도미노가 쓰러지듯이 와르르 무너지기 일쑤입니다. 

금연, 금주, 영어공부, 운동, 독서, 글쓰기 등 분야는 다르지만, 한 번쯤 다들 경험 있지 않나요?


현재의 나(히어로)와 내가 원하는 것(힘을 키우는 것, 악당을 물리치는 것 등) 사이에 스토리 갭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스토리갭을 이해하는 것은 거창한 원리를 이해하는 게 아니라, 일상의 별 것 아닌 나의 사소한 행동들을 컨트롤(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드는 일입니다.


제가 글을 쓸 때 이런 사소하고 작은 습관들, 짧은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언급하는 이유는 그만큼 중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고, 다른 누구도 아닌 저 자신부터 보다 완벽하게 그 작은 것들을 통제하는 힘을 얻고 싶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도 온전히 사랑할 줄 모르면서 인류애를 말하는 건 위선일 겁니다.

하루도 온전히 통제할 줄 모르면서 1년 계획이 순조롭게 달성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착각하고 있는 거겠지요. 저는 제가 여전히 하루도 아니고, 고작 몇 시간조차 온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일 더 자주 제 자신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전략을 고민합니다. 

요즘은 매일 명상과 낭독, 독서, 글쓰기라는 작지만 강력한 보호막을 얻었습니다. 그 보호막의 목적은 그 행위 자체가 아니라, 제가 매일 나 자신을 위한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내 시간을 더 가치 있게 쓸 수 있도록 지켜주는 것입니다.


"지극히 작은 일에 충실한 사람은 큰 일에도 충실하며 지극히 작은 일에 부정직한 사람은 큰 일에도 부정직할 것이다." (공동번역 성서, 루가의 복음서 16장 10절)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s)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일상의 디테일 속에 잠들어 있는 신을 깨워야 합니다. 우리가 바라는 큰 성취는 항상 이전에 이루었던 작은 성취 위에 쌓을 수 있는 법입니다.



* 매일 책 속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 오늘 문장은 도널드 밀러의 <무기가 되는 스토리>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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