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 민음사) 그는 너무 뜨겁고, 너무 차갑다.
이 책으로 시작해야할 것 같다.
학창시절 데미안과 함께 읽고 충격을 받았던 책.
다시 읽어도 여전히 가슴을 뒤흔드는 책.
싯다르타.
오랜 기다림 끝의 재회였다.
책을 읽는 것도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운명적인 순간들이 있다.
그렇게 운명적으로 뜨거움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그를 만났다.
한없이 무념한듯하다가 한없이 뜨거워지고, 모든 것에서 해탈한 듯하다가 하염없이 하나에 집착하는 그의 삶을 만났다. 그를 통해 나의 내면을 만나고, 오랜 화두를 만나고, 하나님을 만나고, 예수님을 만나고, 부처를 만난다.
삶이란 무엇인가?
내일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 인생을 살면서도 한없이 영원히 살것처럼 생각하는 우리의 삶 속에 진정한 의미란 무엇인가?
문득 김혜자의 모노드라마 <오스카! 신에게 보내는 편지>의 한 대목이 생각난다. "사람들은 삶을 처음에는 과대평가해요. 영원한 삶을 선물 받았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다가 또 과소평가해요. 지긋지긋하다느니, 너무 짧다느니 하면서 내동댕이치려해요.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요, 결국 선물 받은 게 아니라 잠시 빌린 거라는 사실을 알게 돼요. 빌린 거니까 잘 써야죠." 나는 누구인가?
내 삶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세상 모든 것에는 저마다의 가치가 있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가치가 있음을 알았다.
그럼 나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이어진다.
이 책의 스토리가 무엇인지 그런 건 이야기하지 않겠다. 읽어보면 알게 될 터
헤세의 글은 언제나 내면 가장 깊숙한 곳에서 가라앉아 있는 질문들을 수면 위로 올라오게 만드는 힘이 있다.
다 읽은지 몇시간 지나지도 않았는데, 또 읽고 싶다가 시간이 좀 지나면 다시 읽기 두려워지기도 하는 책. 누구보다 뜨겁고, 누구보다 차가운 삶을 살아간 그가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너의 삶은 무엇인가?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기 전에 먼저 읽어야 하는 책.
읽고나면 줄거리가 아닌 싯다르타가 끊임없이 제게 던진 질문만 남게 되는 책.
이 책이 첫번째 책인 이유는 삶에서 가장 본질적인 질문을 하게 만드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어떤 질문을 가지고 살아가느냐가 그 사람의 삶의 방향을 결정하니까요.
삶을 진지하게 대하고 있지도 않으면서 정작 삶에 대한 질문들은 무겁게만 여기고 있었던 저를 돌아봅니다. 생각해보면 삶의 대한 질문은 결코 무거운 것이 아니었어요. 깊이있게 마주한 적이 없어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져서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삶을 향한 질문은 당연한 것이어야 하고, 매순간 할 수 있는 일상적인 질문이 되어야 합니다. 그 편이 훨씬 더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오늘 아침 6시반에 출근하는 아빠에게 인사하기 위해 두 아이가 골목어귀까지 따라와 인사하고 돌아갔습니다. 귀찮아하면서도 만약 언젠가 더이상 이렇게 아빠랑 헤어지는 걸 아쉬워하지 않으면 섭섭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 작은 마음의 자리가 삶에 대한 질문의 자리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