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대원 May 22. 2023

#_일상을 여행하는 법

신논현역 부근 일상여행 (3시간 반 코스, 12,500원)

* 장소 : 신논현역 부근 스타벅스, 강남교보문고, 걍우동

* 시간 : 8시 30분~12시 (3시간 30분)

* 경비 : 총 12,500원(쿠폰 사용으로 실제지출 8,000원)

* 세부내역 : 스타벅스 아메리카노(4500원, 선물 받은 쿠폰사용), 걍우동(8,000원, 걍우동+닭꼬치)

* 지도 확인


"변화를 원한다면 반드시 어제와 다른 새로운 무언가를 나에게 제공해 주어야 합니다."

어제 올린 글 끄트머리에 이런 문장을 적었었는데요. 오늘은 제가 종종 일상을 여행하는 방법을 공유드릴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월요일은 한주의 시작과 같은 느낌이기도 하고, 그래서 새로운 자극을 주기에 매우 적합한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후에는 업무일정이 있어서 1시까지 사무실에 들어와야 했기에, 가볍게 오전에 딱 3시간만 저에게 일상의 작은 여행을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이제와 기록하는 시점에서 돌아보면 선물이지만, 시작은 우연한 계기였습니다.

원래라면 7시 반에 집에서 나와서 출근하려고 했는데, 아침에 집에서 해야 할 일들이 생겨서 8시 반에 집을 나서게 되었습니다. 이 시간에 출근하면 버스에 사람도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책 보는데 지장이 있습니다ㅋ) 가급적 피하는 시간대라, 오늘은 오전 일정도 없는데 차라리 카페에서 책이나 좀 읽다가 갈까 싶었습니다. 평소에 종종 가던 커피빈도 좋지만, 오늘은 스타벅스 쿠폰도 쓸 겸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사실 논현역과 신논현역 사이에 스타벅스가 4개나 있는데 혼자서 책 읽기 좋은 곳은 "스타벅스(강남대로논현R점)"입니다. 보통은 그 옆 건물 2층에 있는 커피빈을 더 자주 갑니다. ^^ 2층이고 매장의 반이상이 통유리 인테리어라 채광도 좋고, 스타벅스에 비해 더 조용해서 선호하는 편입니다.


오늘 간 스타벅스는 아래 사진과 같은 거리뷰가 예뻐서 좋아하는 장소입니다. 제가 간 시간에는 무척 조용했는데, 스벅 특성상 아침 일찍(8시 이전) 가지 않는 이상 손님이 금방 많아지고, 시끄러워지기 때문에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꼭 지참하시길 권합니다. ^^


8시 42분에 커피를 주문하고, 읽으려고 가지고 온 책을 읽고, 10시 10분경에 나왔습니다. 오늘은 카페 갈 줄 모르고 책을 1권밖에 안 가져온 데다가 10시 전후로 손님이 급격히 많아져서 뭔가 분위기가 산만해져서 근처에 있는 교보문고로 이동하였습니다. (읽을 책이 충분하거나 책 읽는 속도가 느리신 분은 앞서 언급한 커피빈을 추천드립니다. ^^)


교보에서 만난 책들 1 

스타벅스를 나와 5분만 걸어가면 신논현역 건널목을 건너 맞은편 교보타워 지하에 교보문고 강남점이 있습니다.(저의 최애 책방 중 한 곳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서점만큼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도 드뭅니다. 사실 사이책방을 운영하기 때문에 다양한 책을 많이 구입하기도 하지만, 대형서점에서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또 있기 때문이죠. 가끔 시간이 나거나 혹은 따로 시간을 내서 서점에 들르면 이전과 비슷하지만, 달라진 책들 속에서 새로운 책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시집을 펼치니 시인의 멋진 문장들이 사정없이 날아와 가슴에 꽂힙니다.

시집의 머리말을 시로 풀어낸 김용택 시인의 시집에서 시인은 저에게 이런 말을 건넵니다.

"시를 기다리지 않는다"

시인의 마음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그저 막연히 시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낸 책이 아님을 못 박는 듯하였습니다.

묘한 울림이 마음을 파고듭니다. <생의 순간들>이라는 시에서는 어느 겨울 새벽에 만난 싸락눈을 보면 적은 듯한 시를 통해 "생의 순간들은 희고 차다"라고 말합니다. 작가의 짧은 생의 순간이 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경험을 합니다. 역시 시인의 언어는 위대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정끝별 시인의 새 시집과 토니 로빈스의 책도 보이네요. 토니 로빈스의 책은 이전에 출간되었다가 절판된 책이 다시 재출간된 듯합니다. 바로 장바구니에 담아 봅니다. 


교보에서 만난 책들 2 (빼기의 기술, 마흔에 읽는 니체, 돌연한 출발)


5월 10일 출간된 라이디 클로츠의 <빼기의 기술>도 눈에 들어옵니다. 얼마 전 도덕경의 문장을 접한 후 내 삶에서, 내 글에서, 내 일에서 무엇을 버리고 빼야 하는지 생각 중이었는데, 그런 질문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사야 할 것 같네요. ㅎㅎ)

장재형 작가님의 <마흔에 읽는 니체>도 2020년에 출간되어 꾸준히 사랑받더니 10만 부를 돌파하며 리커버 에디션이 나왔네요. 민음사에서 새로 나온 카프카의 책도 인상적입니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던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표지 디자인과 느낌이 비슷합니다. 홀로그램박으로 처리한 이미지와 폰트들이 세련되고 아름답네요. 책을 펼쳐보니 편집자들의 세심함이 돋보입니다. (작정하고 만들었군요..ㅎㅎㅎ) 이런 책들은 꼭 당장 읽고 싶지 않더라도 한 권쯤 사놓고 싶은 책이기도 합니다.


이 외에서 다양한 책을 만났는데요. 소개는 이 정도만 할까 합니다. 오늘은 짧은 일상의 여행이 목적이니 책구입도 하지 않기로 합니다.(이미 최근 2달 사이에 구입한 책이 50권이 넘는 관계로..) 하지만 이 여행코스를 경험해 보실 분들은 맘에 드는 책 한 권쯤 구입하시길 권해봅니다. ^^


어느새 11시 반입니다. 점심시간이 되어 붐비기 전에 식당으로 이동합니다. 오늘은 얼마 전에도 갔다가 사장님 사정으로 휴무여서 못 먹었던 우동 가성비 맛집 <걍우동>으로 갑니다. 처음 갔던 스타벅스 바로 근처에 있고요. 5평짜리 작은 가게라서 시간 맞춰서 안 가면 한참 기다렸다가 먹어야 합니다. 


제가 주문한 음식은 기본우동메뉴인 "걍우동(5,500원)"과 "닭꼬치(2,500원)"입니다. 비싼 우동 하나 먹는 것보다 기본우동에 닭꼬치를 하나 더 주문해서 먹는 걸 좋아합니다. 이 우동집은 사장님 혼자서 운영하시는 곳이라 알고 보면 재미있고 유쾌한 분이신데, 언뜻 무뚝뚝하고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가자마자 바로 주문하는 것이 예의이고, 앉으라고 하는데 앉아주는 게 좋습니다. 안 그러면 뭐 주문할 거냐고 막 물어보십니다.(말투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음)



기본우동이지만, 국물맛도 좋고 면발의 익힘이나 재료들이 가격대비 무척 양호합니다. 닭꼬치는 초창기에는 그냥 꼬치상태로 주셨는데, 요즘에는 저런 식으로 따로 빼서 소스와 파를 같이 얹어 주십니다. 진한 숯불파닭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단무지도 직접 무를 잘라 담근 거라서 아주 건강하고 맛입니다. 밥도 무료입니다. 전기밥솥에서 먹고 싶은 만큼 덜어먹으면 됩니다. 


어느새 짧은 여행을 마칠 시간이군요. 짧은 시간이지만, 다양한 내적, 외적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동집을 나와 근처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하여 버스를 타고 여유 있게 앉아서 사무실로 출근했습니다.


김영하 작가는 여행에서 이유에서 자신은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의 말에 100% 동의하진 않지만, 충분히 공감되긴 합니다.

'여행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라는 질문은 작가라면 한 번쯤 받아보는 것이다. 여행에서 영감을 얻은 기억이 나는 거의 없다. 영감이라는 게 있다면 언제나 나의 모국어로, 주로 집에 누워 있을 때 왔다.


사람마다 영감을 얻는 방식이 같을 수는 없습니다. 저의 경우 오늘 있었던 짧은 여행 자체가 글감이 되었고, 이렇게 글로 옮겨 놓음으로써 2023년 5월 22일 오전의 일상은 아마 오랫동안 기억되겠지요. 오늘 발견한 책들을 앞으로도 짧게는 일주일 내로 길게는 몇 년을 두고 차차 읽게 될 테고,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길을 걷다가, 교보문고에서 책을 뒤적이다가 떠오른 생각이나 영감들을 적어둔 메모는 이후 책을 쓰고, 유튜브 영상을 만들 때 필요한 소스가 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미 각자의 삶을 여행 중입니다. 다만 일상을 여행처럼 살지 못할 뿐이지요. 저는 오늘과 같은 일상의 여행을 일주일에 한두 번은 하는 편인데요. 매번 따로 시간을 내기보다는 약속이 있으면 조금 일찍 가거나 이후 일정을 여유있게 조정해서 1-2시간 저만의 여행을 하곤 합니다. 아니면 원래 있던 일정이 갑자기 취소되거나 조정되는 경우에도 불만을 가지기 보다는 나만의 여행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때로는 정신없이 다녀온 주말여행이나 빡빡한 일정의 해외여행보다 더 여유롭고 충만한 자유와 기쁨을 누리기도 합니다. 가까운 곳이기에 불안하지도 불편하지도 않고, 그저 나의 시간과 공간을 아주 조금씩만 비틀어서 새롭게 만끽하면 되기 때문이죠.


매일 똑같은 삶을 반복하고 있다면, 거창한 여행을 계획하기 전에 우선 반나절만 시간 내서 집이나 사무실 근처부터 짧은 여행을 해보면 어떨까요?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잖아요. 하여 평소와 다른 그런 일상의 경험들을 조금씩 풍요롭게 바꾸는 것만으로도 우리 삶이라는 큰 여행이 보다 아름다워지지 않을까요?




* 매일 책 속의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 오늘 문장은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에서 발췌하였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_존재하지 않지만 보이는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