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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May 21. 2023

#_존재하지 않지만 보이는 것들

게으른 뇌가 작동하는 방식

우리의 뇌는 익숙한 것을 보려 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대체로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일 테지요.

아래 그림은 1955년 이탈리아 심리학자인 가에타노 카니자 교수가 고안한 "카니자 삼각형"입니다. 분명히 어디에도 삼각형은 그려 넣지 않았지만, 우리 눈에는 하얀색 삼각형이 잘 보이죠.


<카니자 삼각형>

이 실험은 우리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알려주는 단서가 됩니다. 저 그림에는 그저 3개의 팩맨과 3개의 V가 존재할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 눈에는 삼각형이 왜 더 강하게 인식되는 것일까요? 이유는 가장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게으른 뇌는 익숙한 것을 좋아하기에 해석하기 어려운 다른 모양들보다는 보이지 않는 흰색 삼각형을 떠올리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것이죠.


이렇게 우리 뇌가 작동하는 방식은 우리 삶의 매우 많은 부분들을 어제와 같은 익숙한 삶의 패턴으로 살아가게 만드는 힘으로 작동합니다.


그레고리 번스는 <상식파괴자>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상식파괴자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사물을 '보는 것'이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는 다른 사람과 다르게 사물을 '지각'한다. 두뇌가 게으른 방식으로 지각하지 않게 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대개의 경우 핵심적인 방법은 두뇌를 놀라게 하는 것이다.



세상을 다르게 보는 상식파괴자들이 정말 사물을 다르게 보는 게 아니라, 다르게 지각하는 것이라고 말이죠. 그리고 이처럼 다르게 '지각'하려면 두뇌를 놀라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입니다.

두뇌를 놀라게 하라는 것은 새로운 것을 제공해 주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여행을 가면 즐거운 이유는 뇌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이 제공되기 때문입니다. 이전에 보지 못한 풍경, 이전에 맛보지 못한 음식, 이전에 본 적 없는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 자극이 바로 뇌를 놀라게 하는 것입니다. 독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껏 본적 없는 새로운 문장들을 통해 뇌는 불편함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낍니다. 그 적응도에 따라, 기존의 좋은 경험의 여부에 따라 불편함과 즐거움의 강도가 다를 뿐이지요.


저는 책을 처음부터 읽지 말라는 조언을 많이 합니다. 그 조언이 효과적인 이유는 새로운 책의 불편한 자극을 즐거운 경험으로 쉽게 바꿔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처음 읽을 때 목차를 보고 가장 읽고 싶은 부분을 찾아서 먼저 읽으면, 내가 궁금한 무언가를 찾아서 호기심을 충족해 가는 과정을 통해 큰 저항 없이 그 작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2-3번 반복하여 가장 궁금한 부분부터 찾아서 보면 어느새 뇌는 그 책의 내용이나 문체에 조금 적응하면서 배경지식(스키마)이 생기게 되고, 내용이 맘에 들수록 더 많은 내용을 읽고 싶다는 호기심이 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책을 더 깊이 이해하며 읽을 수 있게 됩니다.


저도 요즘 매일 새로운 책 속의 문장을 하나씩 찾다 보니 더 많은 것들이 궁금해지고, 더 깊이 있는 독서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경우도 많지만, 한번 읽었다고 그 책의 모든 내용을 다 기억할 수 없는 일이므로 오히려 처음 읽을 때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깊이 있는 독서를 하게 됩니다.


독서가 재미없는 이유는 내 삶과 연결되어있지 않는 내용들을 억지로 읽기 때문입니다. 내가 궁금한 부분, 나에게 필요한 지식, 나를 변화시켜 줄 책을 만나면 쉽게 독서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변화를 원한다면 반드시 어제와 다른 새로운 무언가를 나에게 제공해 주어야 합니다. 새로운 공간, 새로운 지식, 새로운 사람, 새로운 경험들이 우리의 뇌를 깨워줄 테니까요.



*매일 책 속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오늘 문장은 그레고리 반스의 <상식파괴자>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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