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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Jul 01. 2019

#_당연의 경제학

당연한 기대를 배신하는 것이 마케팅이다.

당연하다는 것은 하나의 상식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게 상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상식만큼 개인차가 큰 것도 없습니다. 대체로 갈등이란 지식의 차이가 아닌 상식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지식이 머리로 이해하고 알고 있는 것이라면, 상식은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식이 다른 사람이 만나면 서로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소고기를 맛있게 먹는 사람을 우리는 당연하게 여기지만, 인도사람 중 상당수(힌두교인)는 경악을 금치 못할 것입니다. 손윗사람을 보면 고개 숙여 인사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생각하지만, 영미권 사람들은 편하게 악수를 청하는 걸 더 당연하게 여길 겁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당연히 그래야 한다’라는 수많은 상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고, 때론 그 상식이 편견이 되고, 고집이 되어 타인을 억압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요.


사람들이 물건을 구입하거나 서비스를 받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큰 비즈니스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상식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물건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치약과 칫솔이 그렇습니다. 꼭 칫솔과 치약을 써야 하나요? 생각해보면 꼭 그렇진 않죠.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양치질을 하나의 상식으로 생각하고 있고, 그 상식의 기준에 따라 치약을 소비하고 칫솔을 소비합니다. 비오는 날엔 막걸리에 부침개를 먹어야 하나요? 물론 아닙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런 이야기를 상식처럼 생각하기도 합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바람이 투영된 결과일수도 있지만요.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으로 수많은 물건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고, 물류서비스의 발달로 주문하고 다음날이면 택배를 받아볼 수 있게 되었어요. 심지어 당일배송까지 제공하는 곳도 많고, 요즘은 로켓배송, 샛별배송같은 저마다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이런 노력의 결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택배로 물건을 주문하면 하루~이틀이면 당연히 받아볼 수 있을거라 생각하게 되고, 그 시간 내에 물건을 받지 못하면 불만을 가지게 됩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이나 와이파이 속도에 익숙해진 분들은 해외여행가서 많이 불편하실거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속도 수준이 워낙 높다보니 우리보다 인터넷 속도가 느린 곳에 가면 답답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죠. 상식의 기준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사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스마트폰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그전에도 비슷한 기계는 많았거든요. 근데 왜 굳이 아이폰이 스마트폰의 시작이라고 보는지 궁금했습니다. 여러가지 자료를 찾아보고, 영상을 보고, 책을 읽고 난 뒤 알게 된 사실은 그 전까지의 휴대폰(셀룰러폰)과 아이폰(스마트폰)이 생각하는 상식의 기준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아이폰을 처음 발표하던 스티브잡스의 프리젠테이션 영상을 몇 번은 본 것 같아요. 언제 봐도 소름끼치지요. 그 날이 역사적인 이유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분리되어 있던 "인터넷, 핸드폰, MP3플레이어"를 하나로 합친 이전과는 새로운 상식을 제시했기 때문이지요. 지금은 너무나 익숙한 우리의 일상이 되었지만, 분명 그 이전까진 분리되어 있었거든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비즈니스는 새로운 상식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레이 크룩이 맥도널드 시스템을 구축하기 전까지의 햄버거는 한 명 한 명 주문하면 하나의 요리를 만들 듯 한참의 시간이 걸려서 만들어야 했지만, 맥도널드는 최고의 맛을 내는 햄버거를 놀랍게도 빠른 시간 내에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죠. 그 당시 다른 어떤 매장에서도 맛볼 수 없었던 프렌치후라이는 덤이었고요. 이후 햄버거 시장의 상식이 바뀌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가전제품인 김치냉장고는 어떨까요? 원래 김치는 그냥 냉장고에 보관하면 되는 건데, 한 회사가 소비자의 상식을 바꾸어 놓았지요. 만도기계라는 하청전문 기업이 독자적으로 내놓은 이 제품은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도 20년 넘게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죠. 사람들의 상식을 바꾸는 일이 이처럼 강력합니다.


상식을 바꾼다는 것은 아주 작은 변화에서 시작됩니다. 예전에는 냉동커피, 프리마, 설탕 이렇게 3가지가 병 채로 사무실이나 집에 놓여있었어요. 자기 입맛에 맞게 2:2:3 혹은 1:1:1 등 다양한 조합 레시피로 커피를 타먹던 시절이 있었지요. 그러다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맛을 찾아낸 동서식품에서 이른바 "다방커피"로 불리는 최상의 맛을 내는 조합을 찾아내어 믹스커피를 만들었죠.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사무실에 100개,200개짜리 믹스커피 박스가 예전에 3가지 병이 놓여있던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은 물론입니다. 간편하게 뜯어서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는 단순함이 사람들이 커피를 타마시던 상식을 바꾼 것이지요.


이러한 예를 너무나 많아 다 나열할 수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상식을 어떻게 바꾸느냐는 것이지요.

지금 소개한 예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놀랍도록 혁신적인 기술들은 사실 별로 없어요. 오히려 기존에 있던 것들을 조합해서 훨씬 편리하게 만들어 준 경우가 대부분이죠. 상식에 너무 위배하는 것은 반발을 사게 됩니다. 코카콜라가 펩시콜라의 맹추격을 받던 1985년 무렵 수십만명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쳐 펩시콜라보다 맛있는 새로운 코카콜라 New Coke를 선보인 적이 있어요.(원래 코크보다 훨씬 달았다고 해요.) 문제는 팹시콜라를 마시던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기존까지 코카콜라를 마시던 소비자들이 난리가 났어요. 원래 코크를 돌려달라고 시위를 벌였을 정도니까요. 코카콜라는 스스로 만들어 놓은 콜라시장의 상식을 조금더  단맛으로 추격해오던 펩시의 추격을 신경 쓰다 스스로 버린 꼴이 되었지요. 결국 클래식 코크라는 이름으로 원래 코크의 맛으로 돌아왔고, 코카콜라의 역사상 가장 뼈아픈 캠페인으로 남은 사례였습니다.


이처럼 비즈니스의 기회는 사람들의 상식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부터가 그 출발점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비즈니스 영역에 인문학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도 같아요. 사람들이 말하지 않는 욕구와 내면의 변화를 알아내야만 더 성공적인 사업을 전개할 수 있기 때문 아닐까요?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모든 것엔 새로운 기회가 있죠. 스스로 가장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감수하고 있는 불편함들이 있나요? 그런 불편함을 발견하여 더 새롭게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면, 놀라운 기회가 당신에게 열릴지도 모릅니다. 누구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제공할 때, 고객은 기분 좋은 배신감을 느끼며 기꺼이 새로운 상식에 합류하게 될 테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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