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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Jun 14. 2023

#_인생의 각도, 온도, 밀도

나의 삶의 기준을 찾아서

우리가 측정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예컨대 아침에 오늘 날씨를 찾아보면 맑은지 비가 오는지, 최저 온도와 최고 온도는 몇 도인지 알려줍니다. 날씨가 추우면 조금 더 따뜻하게 입어야겠구나 생각하고, 비가 올 가능성이 있으면 우산을 챙깁니다.

각도나 밀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확한 측정도구만 있다면 언제든지 측정 가능합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이렇게 측정하는 이유는 그렇게 측정된 값을 통해 새로운 행동의 기준을 잡기 위함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인생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요?



1. 인생의 각도


인생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고들 합니다. 그때 말하는 방향이 바로 인생의 각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생의 각이 살아있으면 엣지있는 삶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각이 살아있으려면 동일한 각도가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자신만의 삶의 철학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만 느껴지는 삶의 엣지는 결코 잠깐 따라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어떤 각도로 살고 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부는 떠나는 것이다


강민혁 작가의 <자기 배려의 인문학>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공부란 나 자신만의 삶의 각도를 찾아 떠나는 행위입니다. '떠난다'는 단어만 듣고 '회사를 관둬야 하나'라고 떠올리셨다면 잠시만 참아주세요. 떠난다는 단어는 집을 나서서 새로운 여행을 출발하는 것입니다. 이어령 교수는 100명이 모두 한 방향으로만 달리면 1등부터 100등까지 등수가 생기게 되지만, 100명이 모두 다른 방향으로 달리면 각자 자기만의 위치에서 1등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생의 각도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달려갈 방향을 찾는 것입니다. 저는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회사에 들어가서 억대연봉을 달성할 때까지도 제 인생의 방향을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삶에서 만난 여러 계기들, 좋은 책들을 통해서 제 삶의 방향을 알게 되었고, 책을 읽고, 쓰고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기획과 디자인일을 병행하고 있는데, 이 역시 제 방향에 부합하는 재미있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인생의 각도를 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강력한 사건입니다. 그날이 시작하는 날이고, 그날이 1일입니다. 그 자리에서부터 출발하면 됩니다. 나만의 각도로 출발하는 순간 나는 'only one'의 삶을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2. 인생의 온도


우리는 일상의 관계에서 온도차를 가지고 있습니다. 더 따뜻하게 대하게 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더 차갑게 대하게 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말이죠. 마찬가지로 내 인생을 대하는 태도 역시 온도차가 존재합니다. 내 인생인데, 나를 위해 살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온도가 뜨거울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차갑지도 않죠. 그저 미적지근합니다.  성경에서도 이를 질책하는 내용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나는 네가 한 일을 잘 알고 있다. 너는 차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다.
차라리 네가 차든지, 아니면 뜨겁든지 하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 공동번역 <요한의 묵시록> 3장 15절


나는 아직 내가 열정적으로 쏟아부을 일을 찾지 못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일수록 정작 그런 일을 열정적으로 찾지도 않는 함정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생의 온도는 내 인생을 대하는 나의 태도입니다. 열정을 쏟을 일을 찾아야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반대로 먼저 진심으로 대하다 보면 더 많은 것들을 알아가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자신이 정말 원하는 일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대형 식당 프랜차이징을 하고 싶다면, 우선은 식당 허드렛일부터 열정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장이 되고 싶다면 우선 사원부터 뜨거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무런 경험도 노하우도 없이, 흘린 땀도 고뇌하는 밤도 없이 얻어지는 건 의미 없는 욕심으로 가득 찬 마음뿐일 테니까요.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뜨거워져도 좋고, 지금 하는 일을 먼저 뜨겁게 해 봐도 좋습니다. 뭐든 뜨겁게든 차갑게든 살아봐야 합니다. 스스로 삶의 온도를 높이고 식힐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 삶이 능동적인 삶이고, 주체적인 삶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모든 조건이 다 갖추어지면 그때 마지못해 할 수 있다는 식의 마음으로는 결단코 아무것도 얻지 못합니다. 설령 얻게 되더라도 <한비자> 오두편에 나오는 "수주대토"의 이야기처럼 더 많은 인생만 낭비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 지금 눈앞에 해야 할 일들부터 뜨겁게 혹은 차갑게 그러나 온전히 진심으로 대해 보세요. 특정 온도가 되어야 열리는 인생의 문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실 겁니다.



3. 인생의 밀도


인생의 각도를 찾고, 그 각도에서 충분한 온도로 살아가게 된다면 그때부터 우리 삶의 밀도는 점점 높아지게 됩니다. 내가 보내는 매일매일이 더 큰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오늘 하루의 실천이 내일의 디딤돌이 됩니다. 

인생의 밀도가 조금씩 차오를수록 일이나 관계에 휘둘리지 않는 무게 중심이 생깁니다. 더 이상 일에 끌려다니기보다는 일을 끌고 나가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결국 좋은 인생이란 그 속을 무엇으로 채운 삶인가로 판가름 나게 될 겁니다. 가치 없는 것들로 내 인생의 대부분을 채워놓은 삶과 매일 일분일초를 아껴가며 더 가치 있는 것들을 만들어내려고 최선을 다한 사람의 삶은 극명하게 달라질 수밖에 없을 테니까 말이죠. 최재천 교수는 <최재천의 공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알아가려는 노력이 축적될수록 이해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내 삶을 더 깊이 알아가려고 애쓰고, 내가 연구하는 분야를 더 깊이 알아가려고 애쓰고, 내가 하는 일을 더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그 모든 시간들은 내 삶이라는 그릇에 차곡차곡 축적되어 시간이 갈수록 더 아름답고 풍성하게 바뀌어가는 거라 생각합니다. 내 삶을 녹여 만든 정갈한 그릇에 더 가치 있는 시간과 관계들이 채워진다면 그걸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이처럼 우리는 각자 자신의 삶에서 어떤 각도의 삶을 살 것인지, 어떤 온도의 삶을 살 것인지, 어떤 밀도로 살아갈 것인지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각도, 밀도, 온도에서 반복적으로 표현되는 도(度 : 법도 도)라는 단어는 측정의 단위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하나의 법도를 말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즉, 하나의 기준이 된다는 뜻입니다. 우리 역시 삶의 기준을 3가지 측면에서 헤아릴 수 있게 된다면,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삶의 기준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자기만의 기준을 찾은 삶은 쉬이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어떤 각도로 살아가고 있는지, 나는 어떤 온도로 살아가고 있는지, 나는 어떤 밀도로 삶을 채워가고 있는지 조용히 제 자신에게 되물어 봅니다.



*매일 책 속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오늘 문장은  강민혁의 <자기 배려의 인문학>과 최재천의 <최재천의 공부>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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