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대원 Jun 16. 2023

#_일상을 여행처럼 사는 법

마로니에 공원을 몽마르뜨처럼

우선 이야기부터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진행하는 책쓰기 클래스에 "아이유(필명)"작가님이 계십니다. 이번주 수업은 원래 강의하던 교육원이 아니라, 제가 일하는 사이책방에서 진행하게 되어서 수강생분들이 모두 모여서 함께 책 이야기도 하고, 식사도 하고, 훈훈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모임을 잘 마치고 아이유 작가님이 이런 수업후기를 올려주셨습니다. 만약 저처럼 여기에서 일한다면 "무조건 아무것도 안 하고 몇 날 며칠 잠만 자고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면서 동네를 구경 다닐 거 같습니다. 가끔 대학로에 공연을 보면서요~ㅋㅋ"라고 말이죠.

문득 저는 이사 온 지 4달이 넘었는데, 한 번도 제대로 놀러 나간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저 사무실 와서 책 읽고, 글 쓰고, 일하고, 밥 먹고 등등 매우 단조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물론 그런 일상의 루틴도 중요하지만, 여기서 할 수 있는 걸 조금 더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급하게 해야 할 일들을 마무리하고 빈가방을 메고 집을 나섭니다. 목적지는 2km 정도 떨어진 이마트입니다. 마침 구입할 식재료도 있고 해서 산책하듯 집을 나섭니다.


근처에 흥인지문 공원이 있습니다. 일부러 가는 길을 돌아 공원으로 올라가 봅니다. 금계국이 예쁘게 피어있습니다. 완연한 여름 날씨지만 여전히 봄처럼 느껴지는 기분입니다. 조금 언덕으로 올라오니 흥인지문(동대문)이 내려다보입니다. 멀리 두타몰도 이고, 그 앞으로 흥인지문을 마주 보고 있는 JW 메리어트 호텔도 보입니다. 조금 더 걸어가니 평소 도로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던 흥인지문의 뒤쪽 성곽이 보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이 공원에서부터 동대문까지가 다 연결된 하나의 성벽이었을 테니, 마음속으로 몇 백 년 전 풍경을 잠시 떠올려 봅니다.

흥인지문 공원


동대문을 지나 동묘에 가니 세계가 놀랐다던 K-동묘 패션의 거리가 등장합니다.

사진 왼쪽에 찍힌 할아버님의 비비드 한 컬러의 옷과 백팩이 벌써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ㅎㅎ

오래된 중고서점들도 간혹 보이고, 골동품을 파는 곳도 보입니다. 사진을 좀 더 찍었어야 했는데, 눈으로만 즐기며 지나가기 바빴네요. 다음에는 조금 더 사진으로 담아봐야겠습니다.


동묘와 청계천


동묘 골목을 빠져나오니 이번에는 청계천 길이 맞이해 줍니다.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이마트에 가서 여러 가지 식재료를 구입해서 백팩에 담고 돌아옵니다. 마트에 차를 안 가져지고 와본 것도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생각 없이 부피가 큰 야채들을 구입해서 짐이 생각보다 많아졌습니다. 아무래도 돌아갈 때는 버스를 타고 가야 할 것 같네요.


이렇게 마트를 다녀온 짧은 시간에 즐겁게 나들이를 즐겨보았습니다. 이 글을 읽으실진 모르겠지만, 아이유 작가님 덕분에 오늘도 일상을 여행처럼 보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내 생애 증거는 언제나 여행에 있었다. 내가 살아 있음을 가장 잘 증명해 줄 수 있는 것은 곧 여행이었다. 여행 중일 때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나 자신일 수가 있었다.


류시화 작가의 <지구별 여행자>라는 책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이 문장을 보면 당장 비행기 티켓을 끊고 어디든 날아가고 싶어 집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내가 사는 이곳으로 여행을 옵니다. 오늘도 많은 외국인들을 길에서 만났습니다. 요 몇 년 사이에 부쩍 늘어난 듯합니다. 다시 말해 나 역시 이곳에 여행을 와있다고 생각하면 그게 여행인 것입니다.


우리가 지구라는 별에,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한 사람으로 태어나 여행온 사람이라는 걸 종종 까먹습니다. 하여 우리의 인생이 사실은 여행 중이고, 매 순간 우리는 여행을 즐겨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맙니다. 저도 그랬지만, 일에 매여서, 습관에 매여서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맙니다.

결국 나의 하루를 바라보는 작은 관점 차이라는 사실을 또 한 번 깨닫습니다.


나는 매일 주어지는 소중한 하루를 마치 해외여행 중 하루를 보내는 심정으로 보내고 있는지, 아니면 군대 훈련소에서 보내던 하루처럼 보내고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물론 그 중간 어디쯤이겠지만, 조금만 더 여행처럼 느낀다면 주어진 시간에 느끼는 감사함의 크기가 훨씬 더 커질 것 같습니다. 매일 지나다니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을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처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땅에 함께 여행 온 모든 이들을 축복하며.



*매일 책 속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오늘 문장은  류시화의 <지구별 여행자>에서 발췌하였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_인생의 각도, 온도, 밀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