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아! 글은 이렇게 쓰는 거구나

천국으로 가는 길(글쓰기 극락파트)

by 변대원
음악가 두 사람이 뉴욕의 웨스트사이드 거리를 걷고 있다. 이때 몸집이 작은 한 노부인이 이들에게 다가가 정중하게 묻는다. "실례지만 카네기홀로 가는 길을 아시는지요?" 두 음악가는 서로 바라보며 씩 웃더니 노부인 쪽으로 돌아서며 말한다. "꾸준히 연습하는 것입니다."


바버라 베이그의 <하버드 글쓰기 강의>에 나와있는 이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읽으며 참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날아들었습니다.


1) 글을 이렇게 쓰는 거구나(반전의 유쾌함)

2) 나의 카네기홀은 어디인가?

3) 나에게 가장 필요한 꾸준함은 뭘까?

4) 나는 내 생각에 빠져 타인의 의도를 잊고 나만의 대답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5) 내가 이런 글을 쓴다면 어떤 이야기로 풀어내야 할까?



1) 글을 이렇게 쓰는 거구나(반전의 유쾌함)

카네기홀은 장르를 불문하고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음악가들이 공연했던 장소이자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공연장입니다. 당연하게도 노부인이 음악가로 성공하는 방법을 물어본 것은 아닐 겁니다. 길을 물어본 것이죠.

추측건대 몇 시간 후 그곳에서 열리는 공연을 보러 가는 길이었을 겁니다.

저 평범한 질문에 저렇게 멋진 대답을 하는 두 음악가는 어쩌면 노부인이 미처 알아보지 못한 세계적인 아티스트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호로비츠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나는 날마다 연습한다. 하루라도 연습을 안 하면 나 자신이 그것을 안다. 이틀을 안 하면 비평가들이 알고 사흘을 안 하면 청중이 안다."

꾸준한 연습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위 말은 워낙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했던 말로 여러 책과 자료에 기록되어 있어서 정확히 호로비츠가 아닐 수도 있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닐 겁니다. 오늘 글을 발췌한 책이 <하버드 글쓰기 특강>이니 글쓰기의 꾸준함을 강조하기 위한 사례가 아닐까요? 맞습니다. 글쓰기는 꾸준함이 답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글을 읽으면서 독자로써 느껴지는 반전의 즐거움과 유쾌함을 나 역시 글로 써서 전달해 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이 글의 내용이 아니라, 이 글의 형식이 더 크게 와닿았다는 뜻입니다. 많은 글을 적고, 많은 말을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중에 더 중요하고 밀도 높은 단어들을 뽑아내고 걸러내어서 짧게 핵심만 심도깊게 전달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진정 글쓰기의 묘미가 아닐까요?


2) 나의 카네기홀은 어디인가?

음악가들의 꿈의 무대가 카네기홀이라면, 강사인 저는 미국 TED 무대에 서서 강연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그 영상이 수백~수천만명의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강의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요? 실제로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만, 의외로 그 기분이 생생히 느껴지고 낯설지 않아서 묘할 때가 있습니다. 상징적이고 좋은 지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강의할 때 그런 내가 도착하고 싶은 이상적인 지향점을 "에펠탑 이론"으로 설명한 적이 있는데요. 내가 궁극적으로 내 인생의 목적지를 어디에 두고 살아가느냐는 참 중요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또 한 번 들었습니다.



3) 나에게 가장 필요한 꾸준함은 뭘까?

더불어 나에게 있어 꾸준함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어제 모임에서 한 작가님이 걷는 건 운동으로 치지 않는다는 말씀이 참 인상적이었는데요. 매일 읽고 글을 쓰고 명상하고 하는 이런 활동 들은 마치 그분에게 걷는 것이 운동이 아닌 것처럼 저에겐 그냥 일상이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익숙하고 편안한 것만 반복해서는 성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 나에게 필요한 꾸준함이란 조금 불편하지만 해볼 만한 일들, 조금 힘들지만 이겨내면 보람될 일들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입니다. 낯설고 불편하고 고통스럽지만 결국에는 나를 더 자유롭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일 말입니다. 그게 어떤 일인지는 각자의 상황에 맞게 결정할 문제겠지요.


4) 나는 내 생각에 빠져 타인의 의도를 잊고 나만의 대답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다음 떠오른 생각은 이거였습니다. 본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제 생각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글을 쓰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걸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말하고 싶은 것만 떠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반성입니다. 물론 제가 상정한 독자가 있고, 제 글이 모든 사람에게 가닿는 글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제가 상정한 독자에게만큼은 그들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기대이상으로 채워주는 글이고 싶거든요.

그런데 글을 쓰다 보면 욕심이 나서 이 말도 하고 싶고, 저 말도 하고 싶고, 주절주절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또 알량한 지식을 자랑하려는 욕심을 부리기도 합니다. '나 이런 것도 아는데, 너는 몰랐지?' 이런 느낌이랄까요? 음 쓰고 보니 더 얄밉네요. 암튼 정말 독자를 위한 글이라기보다는 나를 과시하고 싶은 욕심이 묻어있는 글을 쓸 때도 있었을 겁니다. 그런 작가로서 부족한 제 모습들을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5) 내가 이런 글을 쓴다면 어떤 이야기로 풀어내야 할까?

마지막으로 저 이야기의 형식을 가져와서 나도 그런 글을 쓴다면 어떤 내용을 써야 할까 생각해 봤습니다. 만약 나에게 누군가 천국을 가는 방법을 물어본다면, 저는 가장 가까운 도서관을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남미의 유명작가 보르헤스는 천국이 도서관과 닮았을 거라고 상상하곤 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도서관은 이미 그런 장소일 겁니다. 하지만 설령 아직 책을 많이 읽지 않거나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도서관은 상징적인 천국의 열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곳에서 내 인생을 새롭게 열어줄 책을 만나고, 그런 책을 통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성장하는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인생은 천국처럼 변해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제가 서재를 꾸미고, 그곳에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을 채우는 일은 저만의 작은 천국을 만들어가는 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사이책방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책방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 역시 사람들에게 삶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작은 천국을 선물해 주고 싶었던 것 같네요.


만약 근처에 도서관이 있다면, 오늘 천국을 체험하러 가보시는 건 어떨까요?

아니면 집에 나만의 작은 공간부터 작은 천국으로 만들어 보는 건 어떠세요?


우리가 나의 일상에서 매일 작은 천국을 경험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 그 경험을 선물할 수 있다면, 그 세상 속의 풍경은 참 눈부시게 아름다운 봄날의 햇살처럼 따듯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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