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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Nov 29. 2023

#_효과적인 확장과 효율적인 차단

빠른 독서와 느린 독서의 결정적 순간들

효과적인 독서방법을 실천하다 보면 종종 삶을 더 효과적으로 살 수 있는 방법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깨닫곤 합니다.


예컨대 속독은 단순히 책을 빨리만 읽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지식에 걸쳐 나의 시야를 확장하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속독을 연습할 때는 완독 하지 않더라도 최대한 많은 책을 대략적으로라도 이해하는 수준으로 빠르게 읽으라고 요청드리곤 합니다. 물론 이런 요구는 여러 가지 저항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냥 빨리만 읽는 게 무슨 소용이 있지?'

'책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는데, 많이 본다고 뭐가 달라지지?'


아마 이런 생각들이 들기 때문에 중간에 쉽게 포기하는 분들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당연한 의문입니다. 저도 똑같이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새로운 걸 배우기 위해서는 잠시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에 적응하는 시기가 필요합니다. 제가 요청하는 훈련들은 다 새로운 방식에 조금 더 빠르게 적응하기 위한 '훈련'일뿐이지, 앞으로 모든 책을 그렇게 읽으라는 것이 아닙니다.


즉, 효과적인 확장을 위한 효율적인 방법을 제안하는 것일 뿐이죠.

그 방법대로 하지 않고 원래 내가 하던 방법을 유지하면서 속독을 배울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플랜 B로 평소에 책을 읽을 때도 이해가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집중해서 읽는 속도를 높여서 읽어보라고 권해드립니다. 그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고요.


뭔가 우리가 보내는 다른 일상과도 닮지 않았나요?

우리는 늘 더 나은 삶을 꿈꾸지만, 어제와 똑같이 살고 있거든요.

더 나은 삶을 살려면 어제보다 더 나은 무언가를 오늘 해야 할 겁니다.

기존의 방법이 나를 성장시키지 못했다면, 우선은 새로운 방법을 나 자신에게 시도해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 시행착오가 반복될 때 사람은 변화하고 성장하게 마련이니까요.


다양한 책을 최대한 빨리 많이 읽으라고 하는 것 역시 비슷합니다.

수업이 진행되는 1달여간의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함으로써 우리 뇌가 새로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모드를 바꿔주는 것입니다. 스스로 변화의 모드를 만드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거든요.

그래서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거나 평소에 나에게 새로운 지식이 유입되는 시기에 그런 모드를 세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이렇게 한 달 정도의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책을 "억지로"라도 읽어내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기존에 반복되는 생각의 틀 속에 갇혀있던 뇌가 자극되면서 활성화됩니다. 자연스럽고 본능적으로 더 나에게 필요한 책들을 읽고 싶은 욕망이 생깁니다. 천천히 더 음미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는 뜻입니다. 저는 빠른 독서를 하면서 한 번에 충분한 이해와 실천까지 하는 걸 바라지 않습니다. 물론 충분히 숙달되면 그런 것도 가능해지지만 처음에는 내가 더 집중해야 하는 중요한 포인트를 찾고, 나의 뇌가 학습모드로 전환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여행을 간다고 하면 최대한 빨리 부산까지는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가 목적지 근처에 도착해서는 천천히 길을 찾아가는 것과 비슷하달까요?

이렇게 4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난 후에야 비로소 우리는 느린 독서를 배우게 됩니다. 


빠른 독서가 자신의 시야를 폭발적으로 확장하는 시기라면, 느린 독서는 반대로 나에게 불필요한 자극을 차단하는 시기입니다. 단언컨대 깊이는 차단에서 비롯됩니다. 좋은 관계가 현명한 거절에서 비롯되는 것처럼 말이죠.


그동안 다양한 영역에 호기심을 가지고 관심을 가져보았다면, 이제는 그중에서 나에게 가장 필요한 한 가지에 집중해 보는 것이지요. 가장 읽고 싶은 책 한 권을 다시 읽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깊이 있는 독서의 시작은 '재독'이거든요. 어떤 누구도 책을 한번 읽고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그 책을 쓴 작가조차 한 번에 그 책을 쓰지 못합니다. 내가 쓴 글을 읽고 또 읽어가면서 책을 완성해 나 가거든요. 그럴진대 독자가 된 우리가 한번 읽고, '좋은 책이네'라고 생각하고 덮고 나면 사실상 남는 건 거의 없습니다. 그저 좋았다는 감상정도만 남을 뿐입니다. 그런 독서는 전혀 깊이 있는 독서가 아닙니다. 제가 속독강의할 때 누차 말씀드리는 거지만, 그렇게 읽을 거면 빨리 읽는 것과 천천히 읽는 것이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냐고 강조하곤 하거든요. 네, 어차피 남는 게 거의 없다면 빨리 읽는 게 훨씬 효과적인 셈이죠.

그러므로 느리게 읽는 모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부분은 내가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을 발견하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은 실천 여부를 떠나 노트해 두어야겠죠. 책에다가 바로 표시해 두기도 하고, 필요한 부분은 노트에 내 생각을 중심으로 다시 정리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런 과정이 진짜 즐거운 독서의 과정이거든요. 나와 잘 맞는 좋은 책을 낭독하고, 필사하고, 거기서 떠오른 생각들을 내 노트에 정리하고,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은 체크리스트를 만들거나, 포스트잇에 적어서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이 유익한 가장 큰 이유는 훨씬 더 깊이 있게 책을 이해함으로써 충분히 나에게 적용가능한 상태로 바뀐다는 점입니다.


그저 한번 빠르게 읽는 정도로는 이런 변화를 만들기가 쉽지 않거든요. 유튜브에서 아무리 좋은 영상을 봐도, 좋은 이야기를 들어도, 좋은 책을 읽어도, 대부분 "피상적"인 상태로 머무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어떤 강렬한 감정이나 감상은 남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내가 적용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느린 독서의 목적은 실질적인 변화와 성장을 만드는 것에 있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느려지는 것이지, 이전에 읽던 방식처럼 그저 천천히 읽는 것과는 전혀 성질이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차단이 중요합니다.

숙독(느린 독서) 모드에서는 이 책에 나와있는 이 좋은 내용을 어떻게 내 삶에 적용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읽어야 하기 때문에 높은 집중력을 발휘할수록 더 효과적입니다.


빠른 독서와 느린 독서를 배우는 과정이 전체적으로 조금 이해가 되셨을까요?

부디 여러분의 독서가 그저 "책"에만 머물러 있지 않기 바랍니다. 책을 넘어 나를 만나고, 내를 성장시켜 더 큰 세상으로 나가갈 수 있는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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