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대원 Nov 25. 2023

#_책을 (굳이) 사는 이유

읽기만 한다고 다 같은 책이 아니다

책을 사는 것을 좋아합니다. 일주일 사이에 구입한 책만 스무권이 넘습니다. ㅠㅠ

심지어 별로 읽지 않는 책도 사서 보는 편입니다. 물론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가능하면 중고책부터 구입할 수 있는지 찾아보는 편입니다. 밀리의 서재를 통해 전자책도 정기적으로 결제하고 보고 있습니다. 전자책이나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좋았던 책은 대체로 구입합니다.


언뜻 보면 무작정 사는 것 같아 보일 수 있고, 또 이미 읽은 책을 사는 게 이해되지 않는 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지점이 진짜 독서의 세상으로 넘어오게 도와주는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읽은 책도 다시 구입하는 이유는 다시 읽기 위해서입니다.

당장 다 읽을 것 같지 않은 책이라도 가능하면 같이 구입합니다. 그렇게 구입하는 책을 다 읽느냐 하면 또 그렇진 않습니다. 이상하죠? 읽지도 않을 책을 사고, 이미 읽을 책을 사고, 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작태인가요. ㅎㅎ


하지만 그 비효율성이 주는 뜻밖의 가치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효율적인 기준에서 보자면 도서관처럼 비효율적인 곳도 없습니다. 99%의 책은 그냥 늘 책장에 꽂혀있기만 하잖아요. 그리고 분명 누구도 빌려보지 않는 책들도 많이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런 책들은 다 소용없는 것일까요?


우리가 생각하는 어떤 존재의 쓸모는 매우 근시안적입니다. 저는 제가 그런 근시안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가급적 구입해서 보려고 하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책을 인터넷 서점으로 살펴볼 때, 서점에 서서 읽어볼 때, 도서관에서 읽을 때, 그리고 직접 사서 읽을 때 모두 그 책과 만나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즉, 내가 소장했을 때만 발견할 수 있는 모드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앞서 도서관을 예로 들었지만, 도서관이 좋은 이유는 어떤 특정한 분야의 책 한 권을 찾기 위해 그 서가를 살펴보면서 다른 책들을 우연히 발견할 수 있는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글을 잘 쓰고 싶어서 글쓰기 관련 책을 찾다 보면 그 책 주변에 관련된 여러 작가의 책들 동시에 볼 수 있게 됩니다. 물론 딱 그 책만 찾아서 빌려보는 경우도 있지만, 가능하면 그 주변의 책들을 여유 있게 살펴보려 합니다. 그리고 궁금한 책을 자유롭게 꺼내서 펼쳐봅니다.


'아~ 이 작가는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구나'

짧은 감상을 느끼면서 더 궁금한 책은 그 자리에서 더 읽거나 빌려보고, 지금 나와 맞지 않는 책은 다시 꽂아놓습니다. 그런 경험들을 반복하다 보면 짧은 시간이지만, 내가 읽고자 했던 책을 넘어서 그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저는 이걸 세상의 퍼즐조각처럼 느끼곤 합니다. 하나하나만 볼 때는 그게 무슨 그림인지 알 수 없지만, 설령 흐릿할지라도 더 많은 조각을 모을 수도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서입니다.


같은 이유로 저는 제 공간 안에서도 언제든지 다양한 책을 구입해 주고, 가끔은 비슷한 종류끼리 같은 책장에 꽂아두기도 하고, 때론 전혀 다른 장르의 책이지만, 지금 나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내용들의 책을 따로 눈에 잘 띄는 책장으로 옮겨놓기도 합니다. 특정 시점의 저에게 보내는 하나의 선물이랄까 메시지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군요.


어떤 날은 10권이든 20권이든 여러 책들을 거침없이 펼쳐보면서 지금 나에게 필요한 내적 영양분을 찾아보기도 하고요. 어떤 날은 그렇게 살펴보다가 더 깊이 읽고 싶은 책을 천천히 여유롭게 읽으면서 더 깊은 교감을 나누기도 합니다. 그저 눈으로 읽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싶으면, 밑줄 쳐 놓았거나 접어놓은 페이지의 내용을 따로 노트에 옮겨 적기도 하고, 책 전체를 낭독하면서 읽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친 책은 이제 처음 읽을 때와는 전혀 다르게 느껴지곤 합니다. 그러니 모든 책을 다 똑같은 모드로만 읽지 마세요. 시기마다 나에게 의미 있는 책이라면 조금 더 깊은 독서를 시도해 보셨으면 합니다.


대체로 가장 기분 좋은 독서경험은 이와 같이 천천히 여유롭게 깊이 교감한 책을 통해 하게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그런 독서를 통해 의미 있는 경험을 했던 사람들은 많은 책을 읽는 것에 너무 치중하지 말고,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으라고 말하곤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여러 책을 살펴보고 읽으면서 나랑 잘 맞는 책을 찾고 발견하는 과정 역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정말 연애하는 거랑 비슷하지 않나요?

누굴 만나든 한 사람을 만나 진지하게 제대로 사랑하는 게 중요하지만, 애당초 그 연애 대상이 나와 맞지 않으면 만남의 기쁨을 느끼기가 어렵게 될 뿐일 테니까요. 정말 많은 분들은 잘못된 책과의 연애를 통해 독서에서 멀어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가볍고 재미있게 나와 맞는 다양한 책들을 발견하는 시간을 먼저 가진다면 분명 그렇게 만나게 된 책은 나에게 놀라운 경험을 선사해 줄 것입니다. 그리고 운 좋게 그런 책을 이미 만나셨다면 그 책을 다시 읽어보고, 낭독해 보고, 필사도 해보면서 더 깊이 있는 독서를 해보세요. 저는 그런 과정이 마치 스킨십과 비슷하다고 느끼거든요.


만나는 사람마다 포용하고 키스하고 할 수 없는 거잖아요. 책도 마찬가지로 모든 책을 다 그렇게 읽긴 어렵더라고요. 좋은 책이라도 스쳐 지나가는 책도 있게 마련이고요. 남들이 보기엔 폄범한 책에 꽂혀서 연애를 할 수 도 있는 법입니다. 시행착오를 두려워 힐 필요 없습니다. 더 많이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말 좋은 책을 만나게 될 테니까요. 중요한 건 모든 기준을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 혹은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방향성에 맞추고 책을 선택하고 읽어 보는 것입니다. 그런 독서를 경험한다면 당신은 책을 통한 성장의 상승작용을 분명히 느끼게 될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_책 이야기 안 하는 독서모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