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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Nov 20. 2023

#_책 이야기 안 하는 독서모임

오랜만에 만난 책벗들

오늘 오전엔 오래된 독서모임 멤버 3명이 만나는 날입니다.

독서모임 멤버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선정도서도 없고, 책이야기도 별로 하지 않습니다.

그저 만나서 서로 요즘 어떤 책 읽고 있는지만 물어보고, 추천해 주면 끝입니다.

나머지 시간은 거의 다 일상적인 이야기들, 평소의 고민들, 시간을 조금 더 잘 보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들 같은 소소한 대화로 채워집니다.


이런 모임이 가능한 이유는 저마다 이미 한 분 한 분이 멋진 한 권의 책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더불어 그 책(삶) 속에 최근에 업데이트된 다양한 책의 각주들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엄청난 즐거움입니다.

서로 생소한 책들도 부담 없이 추천해 줄 수 있습니다. 몇 달 만에 만나는 모임이다 보니 그간에 놓치고 추천 못했던 책들도 대화 중에 툭툭 나오면 바로바로 검색해서 장바구니에 넣어둡니다.


어떤 사람들의 상식에는 한 달에 책 한 권을 읽는 것도 대단한 일일 수도 있고요.

어떤 사람들의 상식에서는 루에 책 한 권 이상 읽는 것도 일상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서로 평소에 읽는 책의 양이 많다 보니 다양한 주제와 관심거리에 대해 조금 더 폭넓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읽은 책 중에서 추천하려면 한참을 서로 머릿속에서 생각해 봐야 합니다.

무엇보다 책이든 서로의 삶에서 배우게 되는 경험이든, 그런 다양한 대화과 오고 가면서 진심으로 서로의 삶을 배워가는 시간일 겁니다. 더불어 지지하고 응원하기 때문에 더 힘이 나는 모임이기도 하고요.

강남에서 만나 커피 마시고, 분식집에 가서 간단한 김밥과 라볶이 비빔밥을 먹는 시간도 즐겁습니다.

그렇게 순식간에 4시간이 지나갑니다. 올해 지나기 전에 다시 만나 송년회를 하자고 말합니다.


그때는 조금 더 여유 있게(?) 만나자고 말합니다. 우리에게 4시간은 너무 짧은 시간이니, 1박 2일 코스로 모임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책방으로 돌아와 얼른 궁금했던 책들을 구입해 봅니다. 추천받은 건 2권인데,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니 결국 12권을 구입하였습니다. 요즘은 책장에 여유가 있으니 책구입에 망설임이 없어졌달까요?


알라딘에 들어가 보니 올해도 한 해 동안의 독서기록을 공유해 주네요. 일 년간 구입한 책이 350권 정도 되네요. 다른 루트로 구입한 것까지 하면 400권 정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시다시피 책을 많이 산다고 다 읽는 건 아닙니다. 그 책을 내가 언제든지 접근할 수 있는 사유의 공간 안으로 데려다 놓는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오늘은 일찍 와야 하는 날이라 책방에 올까 말까 망설이다가 주말에 못 온 만큼 오늘은 잠시라도 오자는 마음으로 왔는데 역시나 잘한 선택입니다. 몇몇 책들이 저를 반겨줍니다. 마치 이 책들을 읽으러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말이죠.


음, 혹시나 오해가 있으실까 봐 말씀드리지만, 책을 많이 샀다거나, 책을 많이 읽었다는 것은 전혀 자랑할만한 거리가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들의 오해만 살 가능성이 높죠. 책을 많이 사고, 읽는 이유는 그만큼 제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지적 자양분이 많이 필요한 사람이라서일 뿐입니다.  그러니 저처럼 책을 많이 사실 필요 없습니다. 그저 저는 중고책이라도 사서 직접 그 종이의 물성을 느끼며 읽을 때 보다 많은 소통이 이루어지는 듯한 그 느낌이 좋을 뿐입니다.


다만 한 가지, 더 많은 책과 만나는 것이 어떤 식으로든 의미 있다는 사실만은 확실합니다.

사람도 이 사람 저 사람 많이 만나 보다 보면 점점 사람을 보는 안목이 생기는 것처럼 책도 이 책 저 책 많이 만나다 보면 점점 더 나에게 어떤 책이 필요하고, 어떤 것을 더 가까이하면서 실천하려고 노력해야 하는지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사람책과 내 서재의 익숙한 책, 그리고 내 삶의 한 페이지까지 읽을 수 있는 소중한 하루였네요.

오늘 느낀 이 책의 깊은 향기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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