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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Jul 15. 2023

#_우리의 독서에는 더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정답만 찾아가려는 마음이 삶을 구속한다

일반적으로 독서를 잘한다고 하면, 책을 빨리 읽고 많이 읽는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빨리 읽지 않아도 충분히 책을 잘 읽는 사람은 많고 책을 많이 읽은 분도 많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책을 읽어온 분이라면 나이 들어 굳이 속독을 배우거나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속독은 누구에게 더 필요할까요? 네, 맞아요. 그동안 책을 많이 읽지 않았거나 뒤늦게 독서를 시작하시는 분들에게 훨씬 더 큰 도움이 됩니다. 독서를 많이 하고 수준이 높은 사람이 하는 게 속독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초보들에게 속독이 더 도움이 된다니 기존의 막연한 상식과는 조금 다르지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빨리 많은 책을 읽으면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다독가들은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책을 읽어온 경험이 있습니다. 멋모르고 샀다가 실패한 책도 있고, 좋다고 샀는데 막상 읽어보니 별로인 책도 있습니다. 반대로 별 기대 없이 서점 한쪽 구석에 꽂혀있는 책을 뽑아 들어서 읽다가 운명적인 문장을 만나기도 하고, 친구집에 놀러 갔다가 친구 부모님 책꽂이에서 좋은 책을 우연히 발견하기도 합니다.  실패의 경험이나 뜻밖의 성공의 경험 모두 예상치 못한 '시행'과 '착오'입니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단순한 지식의 차이가 아닙니다. 그것보다 오히려 더 큰 것이 바로 시행과 착오의 경험에서 체험하는 독서 이면의 밑그림 차이입니다.


제가 속독을 가르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짧은 기간 동안 최대한 새로운 책을 많이 접하게 만드는 것입니다.(많게는 일주일에 20권 이상을 숙제로 내드립니다.^^;) 그러면 참여하시는 분들의 반응이 다 다릅니다. 어떤 분은 지레 겁먹고 시작도 못하고 포기하는 분들도 있고, 어떤 분들은 시작했다가 지쳐서 포기하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다 못 읽더라도 어떻게든 권수를 채우고자 이해가 안 되더라도 꾸역꾸역 제가 가이드한 대로 읽어오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끝까지 제가 요청한 미션을 다하신 분들만 경험하게 되는 뭔가가 있습니다. 복도 끝까지 가보기 전까지는 결코 보이지 않는 길이 있게 마련입니다. 3-4주간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패턴에 나를 맞춰가다 보면 이전과 다른 독서감각을 배우게 됩니다. 물리적인 완독을 넘어서 수십 권의 책을 읽어내려고 하는 노력에서 우리 뇌가 이전과는 다른 나의 상태에 적응하기 때문입니다. 


책을 많이 읽게 권하는 이유는 빠르게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도 그렇지만 혼자서는 익숙해지기 전까지 진짜 잘 안됩니다.) 우선 모든 책을 완독을 하라고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필요한 만큼만 읽고, 대략적으로라도 파악해 보라고 설명드립니다.  

약간은 단순하고 무식해 보이지만, 우리 뇌의 독해모드를 활성화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도 합니다.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에서 헤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세상 모든 책들이
그대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아
하지만 가만히 알려주지
그대 자신 속으로 돌아가는 길
그대에게 필요한 건 모두 거기에 있지


우리가 살아온 삶 속에 정답보다 오답이 많았던 것처럼 우리가 만나는 많은 책들이 다 정답을 알려주진 않습니다. 설령 정답을 알려주는 책을 읽더라도 우리는 곧잘 오독(誤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내가 아직 작가가 설명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만큼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시행착오 자체가 의미 있는 독서입니다. 인생에서 좋은 실패의 경험이 더 나은 성공을 만드는 것과 비슷합니다.

독서는 수많은 독서의 시행착오가 쌓이고 쌓여 내가 닿을 수 없던 높은 곳의 빛나는 통찰을 얻게 되는 경험입니다. 


더 좋은 책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마세요. 그저 더 많은 책을 자유롭게 만나보세요.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성장해 나가세요.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면 더 좋은 책은 자연스럽게 만나게 됩니다.

정답만을 추구하지 않고 시행착오를 허용하는 독서를 배우는 것은 그 자체로 삶을 배우는 귀중한 경험이 됩니다. 부디 책에서 스스로에게 돌아가는 길을 만나시길.



*매일 책 속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오늘 문장은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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