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내 인생의 CCTV
오늘 오전, 그리고 지난 이틀간의 녹화영상
사이책방 클럽하우스에 CCTV가 설치되었습니다. 그동안 CCTV가 없어도 큰 문제없이 잘 운영되었지만, 계약시점부터 요청드렸던 부분이었고, 거의 한 달 만에 작업이 되었습니다. 이제 사무실에 앉아서도 책방에서 벌어지는 일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제가 없는 동안에도 이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일상처럼 녹화되겠지요.
CCTV를 설치하는 건 문제가 생겼을 때 녹화된 영상을 통해 문제해결의 단서를 얻기 위함일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녹화가 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사람들의 행동을 좋은 쪽으로 유도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가짜 CCTV가 있어도 효과가 있는 것처럼 말이죠.
문득, 낯선 CCTV 화면을 보고 있자니 어떤 식으로든 내 삶을 기록하는 일이 나를 통제하는 효과를 가져오겠구나 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냥 스쳐가는 일상일 때는 바라보지 못했던 내 모습을 기록된 글을 통해 보게 되는 것이지요. 마치 cctv에 녹화된 영상처럼 말이죠.
오늘 오전엔 강사과정을 했던 강사님 한분이 새로운 강의를 시작하는 날이었고, 제가 멘토링했던 작가님들의 공저책 출간기념회가 있었던 날이었는데요. 그저 스쳐가는 하나의 일정이나 행사일수도 있지만, 그 순간의 주인공이었던 분들에게는 일생에 한 번뿐인 특별한 날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녹화된 cctv를 보듯 천천히 오늘의 일상을 돌아봅니다. 그리고 기록해 봅니다. 나는 내 삶을 어떤 가치 있는 일들로 채워가고 있는지 말이죠.
다음 세가지는 남기고 떠나야 한다. 당신의 사진, 서재, 개인일지.
이것들은 분명히 후손들에게 가구보다 더 큰 유산이 되리라!
인생의 cctv를 이틀 전으로 돌려 봅니다.
수요일에 책쓰기 수업을 마치고 같이 식사하고 2분의 작가님과 차 한잔을 나누며 대화 나눈 시간들이 떠오릅니다. 작가님들의 밝은 표정 속에 남아있는 아름다운 삶의 흔적들이 보이네요.
하루 간격으로 선물한 2권의 책도 보입니다. 책선물을 하는 이유는 딴 거 없습니다. 받는 분께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하는 거지만, 무엇보다 제가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선물한 책이 다 마음에 들 수 없겠지만, 그렇게 곁에 두고 오래 함께 지내다 보면 언젠가 눈이 제대로 마주칠 때가 오더라고요. 그때를 위한 긴 안배랄까요. 인생이란 제법 긴 미로 곳곳에 보너스선물을 숨겨두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어제 오전 내내 밀린 집안일을 하는 제 모습도 보이네요. 몇 시간 걸렸지만, 다 마치고 집을 나설 때 그 개운함이란. 더불어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과 퇴근한 아내가 누릴 조금 더 쾌적한 공간에 대한 기쁨이 있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기분 좋은 미소를 띠게 됩니다.
어젯밤에는 <청소력>이라는 책으로 독서모임을 했는데, 참석하신 많은 분들이 책을 통해 자신의 공간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하시게 되셨다고 하니 또한 즐겁습니다. 모임을 마치고 영상과 자료를 공유하고, 이것저것 못한 일들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니 12시가 넘었습니다.
11시 반에 자기로 한 날이라 아내와 딸은 이미 잠들었나 봅니다. 아들은 자기 전에 숙제와 할 일을 다 못해서 게임금지가 되었는데, 오늘은 지각해서 11시 반에 자기로 한걸 까먹었나 봅니다. 많이 억울한지 잔뜩 심통이 나있습니다. 기분도 풀어줄 겸 아들이 좋아하는 피파 모바일 게임을 잠시 접속해 봅니다. 종종 아들과 함께 하는데 저보다 훨씬 게임을 잘하니 제가 도움을 요청하면 좋아하거든요. 후후. 10분 남짓 이런저런 게임이야기를 하면서 새로 영입한 선수들을 소개해 줍니다. 기분이 한결 나아진 것 같습니다. 피곤하지만 기분은 좋습니다. 이제 자자고 이야기하고 거실에서 아들과 둘이 잠이 듭니다.
이틀 사이에도 참 많은 일이 있었네요. 인생의 cctv를 다시 라이브 모드로 전환합니다.
금요일 오후네요. 오늘은 제가 가족들 저녁을 챙겨야 하는 날이라 서둘러 퇴근해야겠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일상에 감사한 날입니다. 나에게 모자란 것을 보기 전에 내 인생에 충분한 기쁨과 행복의 순간들을 보려 합니다. "인생의 cctv 행복 모드" 기능이라고 해야 할까요?
* 매일 책 속의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