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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Sep 21. 2023

#_책 1만 권을 주문받았습니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라.

오전에 낯선 번호로부터 전화가 한통 왔습니다.


"여보세요?"

"네, 변대원입니다."

"혹시 <주식투자 초보 탈출하기>라는 책을 구입하고 싶은데요. 가능한가요?"

"네, 그럼요. 몇 권 구매하시나요?"

"음, 5천 권에서 만권정도 구입할 것 같은데요. 수량에 따라 견적을 좀 내주실 수 있으신가요?"

"네, 대량으로 구매하시네요. 개인으로 구매하시는 건 아니신 것 같은데, 구매처를 알 수 있을까요?"

"아, 지인이 베트남 증권사에서 근무하는데요. 알아봐 달라고 해서 대신 연락드렸습니다. 아마 증권사에서 구매하는 것 같고요. 견적 주시면 전달하고 나서 다시 연락드릴게요."

"네, 잘 알겠습니다. 그럼 혹시 연락 주신 분 성함이..."


전화 주신 분 성함을 여쭙고 난 후 통화를 끝냈고, 바로 전화번호를 저장해 두었습니다.


아니, 50권도 아니고, 500권도 아니고, 5천 권이라니!

그것도 최소가 5천이고, 많게는 1만 부까지 구입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속으로는 사실 무척 놀랐습니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라서 말이죠. 왜냐하면 단위가 1천 부 이상을 넘어가게 되면 한 쇄를 따로 찍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 쇄당 1천 부를 찍는다고 하면 주문 한 번에 5쇄~10쇄 규모의 거래가 되기 때문입니다. 책도 두꺼운 주식책이라 25,000원이라서 최소 1억이 넘는 주문을 요청한 셈이거든요.


다만 문제는 몇 부를 주문하시든, 우리나라의 도서정가제로 인해서 제가 해드릴 수 있는 할인은 10%가 끝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5%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적립을 해주거나 사은품을 줄 수 있긴 합니다만, '견적'을 요구하시는 입장에서는 크게 메리트 있게 느껴지는 부분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정말 눈 한번 꾹 감고, 출판사와 조율해서 추가할인을 해드릴 수도 있겠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애당초 원칙이라는 것은 그것을 통해 나에게 주어지는 이득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솔직히 잠깐 고민이 되기도 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문자를 보내드렸습니다.


"우선 도서정가제로 인해 도서수량에 따른 추가할인은 어렵습니다. 현재 법적으로 도서정가제로 인해 일반적인 구입에 대해서는 10% 할인과 5% 금액에 해당하는 사은품 제공이 최선입니다.(모든 서점이 다 일괄적으로 적용받는 항목입니다.)"


다른 책을 구입하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다만 감사한 것은 예전에 쓴 책인데도 이렇게 읽고 좋다고 기억해 주시고, 찾아주셨다는 사실입니다. 소개해주신분이 읽고 만족하셔서 가능하면 이 책으로 하고싶다고 하셨다는군요.

만약 주문하신다면, 출판사 대표님과 상의해서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좋은 방법을 찾아드려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읽었던 라이언 홀리데이의 <브레이브>에서 마주친 문장을 다시 한번 읽어 봅니다.


마음을 크게 먹지 못해서 치러야 할 대가를 생각해 보라.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은 일종의 신호다. 용기를 낼 일이 없다면 지루한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러니 도약해야 하는 이곳에 서라.


매 순간을 새롭게 인식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씩 걸어가는 게 좋은 인생일 겁니다. 나 자신과 한 사소한 원칙을 지키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인 줄 알았는데, 짧은 시간이나마 고민했던 걸 보면 오늘 일은 '자만하지 말라'는 일종의 테스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 매일 책 속의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 오늘 문장은 라이언 홀리데이의 <브레이브>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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