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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Oct 08. 2023

#_일의 우선순위

무엇이 더 중요한가?

며칠 전부터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심란합니다.

인터넷상에서 누군가 저를 사칭하면서 투자 관련 리딩방 등을 운영하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예전에 출간한 책을 선물로 준다는 식으로 해서 사람들을 모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찾아보니 광고가 제법 많았습니다. 저뿐 아니라, 더 많은 유명인들을 사칭하기도 하고, 이미지를 가짜로 합성해서 홍보를 하고 있었습니다. 제 책이 홍보도구로 활용되고 있었고 일부 글에 들어가면 제가 주식투자로 수백억을 벌어서 나눔을 하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었습니다. 참,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구나 싶습니다. 


서둘러 경찰서에 가서 신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더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직 피해사실이 없고, 저를 사칭한 사람을 특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수사가 힘들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요? 정황상 사칭을 한다는 건 정상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 아닐 테고, 그로 인한 피해자가 생겨날 게 보이는데 수사를 못한다니요. 우선은 변호사분과 상담을 해보라고 해서 알겠다고 하고 상담을 받아봤습니다. 변호사님의 이야기도 비슷했습니다. 형사고소에 해당하는 요건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는데요. 그러면 민사로 가야 하는데, 어떻게 대응할지 쉽지 않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요즘 금융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이런 예민한 사항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게 느껴졌습니다. 저 역시 갑자기 그 중심에 뚝 떨어진 느낌이네요.


모르는 번호로 저에게 "본인확인"을 요청하는 디엠이 오고, 다른 유명 유튜버나 해당 채널에서 연락이 옵니다. 사칭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제가 죄송할 일이 아닌데, 마치 내가 잘못한 것처럼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 일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나 자신을 어떻게 지킬 것이며, 또 이후에 혹시 모를 피해자들이 생길 수 있을 텐데 어떻게 해야 그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을까? 


잠시 마음을 가라앉혀 봅니다. 눈을 감고 명상을 해봅니다. 

문득 대학의 경문이 떠오릅니다. 항상 마음이 심란할 때마다 저를 일으켜 세워주는 문장이 있는 구절입니다. 


大學之道(대학지도) : 큰 배움의 길은
在明明德(재명명덕) : 밝은 덕을 밝힘에 있고
在親民(재친민) : 백성을 새롭게 함(친함)에 있으며
在止於至善(재지어지선) : 지극한 선에 머무름에 있다.

知止而后有定(지지이후유정) : 그 머무를 바를 안 뒤에야 정함이 있고
定而后能靜(정이후능정) : 정하여진 뒤에야 고요할 수 있고
靜而后能安(정이후능안) : 고요한 뒤에야 편안할 수 있고
安而后能慮(안이후능려) : 편안한 뒤에야 생각할 수 있고
慮而后能得(려이후능득) : 생각한 뒤에야 얻을 수 있다.


하나씩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 봅니다. 

내 생각과 내 마음이 어디에 머물러야 하는지 알아야 무언가를 "결정"할 수 있게 되고, 그렇게 결정을 내려야 마음이 고요해지고, 편안해지며, 그래야 비로소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있고, 그렇게 생각한 것으로부터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결정한 일은 소극적인 방어가 아닌 적극적인 대응과 예방입니다.

아마 다들 저와 비슷하겠지만, 나에게 올 손해와 위험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더군요. 당연한 건지 모르겠지만, 그런 마음으로는 더 나은 결론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책판매는 책을 더 팔 수 있는 기회지만, 이게 좋은 의도가 아니고, 악용된다면 그런 수익은 과감히 포기하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저야 저자의 입장이지만, 실질적으로 출판사의 입장에서는 나쁠 것 없는 입장일 수 있기 때문에 설득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출판사 대표님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이전에 책대량 주문이 들어온 적이 있었고, 이후 그중 일부를 판매했었는데요. 정황상 그 주문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는 주문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후에는 더 이상 대량주문 건에 대해 판매하지 말자고 부탁드렸습니다. 출판사 대표님도 전후 사정을 듣고는 흔쾌히 수락해 주셨습니다.


김미경TV 인스타 계정에 디엠을 보냈습니다.

현재 사칭과 관련된 이슈로 불필요한 피해를 보는 분이 생기지 않도록 어떤 식으로든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예방이 최선의 전략인데, 저는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제 의견을 알릴 만한 충분한 플랫폼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영향력 있는 분들이 발언을 해주시는 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무거운 마음을 날려버리고 더 크게 넓은 마음으로 이 예상치 못한 바람을 이겨내야겠습니다. 

배움이란, 그저 공부하는 것에 머무르기 위함이 아니라, 내 삶을 더 적극적으로 살아나가기 위한 것일 테지요. 무엇이 먼저인지,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를 똑바로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物有本末(물유본말) : 사물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고
事有終始(사유종시) : 일에는 끝과 시작이 있으니
知所先後(지소선후) : 먼저 하고 나중 할 바를 알면
則近道矣(칙근도의) : 곧 도에 가까운 것이다.



* 매일 책 속의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 오늘 문장은 자사, 증자의 <대학.중용>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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