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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Aug 04. 2019

#_인생의 높은 벽을 만날 때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

어리석은 자는 벽을 쌓지만, 현명한 자는 다리를 놓는다.

- 영화 <블랙팬서> 중에서


군대를 전역하고 부푼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올 때, 자신감이 가득했다. 전역만 하면 세상을 다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으니까.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 보니 나를 기다리는 건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남겨진 빚과 신용불량뿐이었다.

대학에 복학할 학비도 없었고, 당장 무언가 해야만 했다. PC방 알바를 시작했다. 오픈을 준비하는 가게라 일은 많았지만, 정산은 시급으로 받으니 얼마 되질 않았다. 한 달을 일하고 받은 돈은 27만원. 그나마 여러모로 신경써준 게 고맙다고 하시며 10만원을 더 주셔서 37만원을 벌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입대하기 전 일했던 회사 사장님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다. 운 좋게도 사업이 그동안 확장되어 신규매장을 오픈하는데 거기에 매니저로 일해 보겠냐고 제안을 받았다. 월급은 150만원이었다. 대학도 졸업 못한 내가 당시에 벌 수 있는 최대치라는 생각이 들었고, 흔쾌히 수락했다.

그나마도 100만원은 매월 빚 갚는데 써야했고, 30만원은 집에 생활비로 드렸다. 차비를 제외하면 개인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은 10만원 남짓. 그렇게 1년 가까이 일하며 가장 힘든 고비를 넘겼던 시절이었다. 평생 담배를 펴보지도 안았는데, 그 때 처음 담배를 배웠다. 담배를 피우면 티 안 나게 한숨을 쉴 수 있다는 말이 생각나서였다.


살다보면 내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인생의 벽을 만날 때가 있다. 도전할 엄두조차 나지 않고 실패와 좌절감에 방황하게 되는 그런 때가 한번쯤은 있게 마련이다.


그런 인생의 벽을 만날 때 우리는 삶의 중요한 기로에 서게 된다.

마치 신이 나를 위해 예비한 무대처럼.


한 번도 인생의 높은 벽을 만나보지 못했거나, 혹 만났더라도 넘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사실이 하나있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그 고통의 시간들이 나를 가장 크게 성장시키는 기회라는 사실이다. 그 고통의 순간들 속에서는 그 사실을 알기 어렵다. 시간이 한참이나 지나야 알게 된다. 


안젤라 데이비스는 말했다. 벽을 눕이면 다리가 된다고.


힘든 시절을 지나오면서 그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어차피 한번 넘지 못한 벽은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언젠가는 다시 넘어야 할 벽이 된다는 사실도 배웠다. 애써 몇 년을 돌고 돌아 결국 같은 자리에서 그 벽과 마주해야 했으니까.

누구나 인생의 높은 벽을 만날 때가 있다. 감히 그 벽을 넘어뜨리라고 함부로 조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아무도 각자 마주한 벽의 크기와 두께를 단정할 수 없는 법이다. 

다만 어차피 한번은 넘어야 하는 벽이라면, 당신이 용기만은 잃지 않기를 응원한다. 용기를 잃지 않고 그 벽을 가까스로 쓰러뜨렸을 때 그 벽의 두께만큼이나 더 단단한 다리가 되어 당신을 더 멋진 곳으로 이끌어 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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