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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Aug 08. 2019

#_김영하 작가님 도대체 어디 계세요?

그것을 잃어버리기 전엔 소중함을 모른다

3주 전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읽었다. 나름 재미있게 읽었고, 한 꼭지는 안 읽은 부분도 있어서 조만간 다시 읽어야지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사무실 책장을 뒤져봐도 집엔 책장을 살펴봐도 도무지 책이 보이지 않았다. 책을 빌려주면 곧잘 까먹곤 해서 그 사이 만났던 몇몇 분들에게 물어보기까지 했다. 아무도 빌려간 사람은 없었다. 도대체 어디서 잃어버린 것일까? 기억이 없다.


올 초에도 레오 버스카글리아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를 잃어버려 속이 쓰렸었는데, 이번이 벌써 두 번째다.

새 책을 잃어버리는 건 그래도 괜찮다. 다시 구입하면 책값은 한 번 더 들겠지만, 속이 쓰릴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한 번 읽은 책은 그렇지가 않다. 내가 책과 만난 시간의 흔적들이 밑줄로, 접힌 모서리로, 메모로 남아있다. 책을 잃어버리고 힘든 경우는 그 흔적들을 함께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마치 여행가서 친구와 찍은 하나밖에 없는 폴라로이드 사진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어쨌거나 내 어설픈 기억의 공백이 메워질 틈도 없이 2주가 흘렀다. 오늘 아침 화장실을 가면서 읽을 책을 꺼내려고 가방을 열었더니 가방에 아무 책도 없었다. 어제 너무 늦은 시간에 귀가하면서 책을 챙기지 않은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집에 있는 책들 중에 읽을 책을 찾아야 했다. 뭘 읽을까? 고민하며 책장을 살펴보던 찰라 세로로 꽂혀진 책들 위에 가로로 얹어진 책 한권이 눈에 띄었다. 뭐지? 하고 책을 빼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찾았다!!”

잠에 덜 깬 아이들이 달려왔다. 

“아빠 뭘 찾았다는 거야?”

“응, 아빠가 얼마 전에 책 한권을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오늘 책장에서 찾았어!”

“아~ 그렇구나.”

아이들은 시시하다는 듯 방으로 돌아갔다. 

기분이 무척 좋았다. 책과의 추억을 되찾은 기분이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기뻐하고 있는지.


우리는 무언가 잃어버리기 전까지는 그 소중함을 모른다. 막상 뭔가 하나를 잃어버리게 되면 그 때 그것의 가치를 느낀다.

책을 읽어버린 뒤에 책의 소중함을 깨닫고, 건강을 잃어버린 뒤에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고, 인생의 수많은 시간이 지나간 뒤에 한살이라도 젊었을 때의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비록 책 한권을 다시 찾았을 뿐이지만, 아직 잃어버리지 않은 것들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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