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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Aug 13. 2019

#_기억은 언제나 개정판이다

기억은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재해석된다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이다.

- 줄리언 반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중에서


나는 26살에 군대에 갔다. 일반적으로 21살 무렵에 가장 많이 입대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임들이 나보다 4~5살 어렸다. 군대는 계급사회니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런데 유독 나를 못살게 구는 선임이 있었다. 5살 어린 친구였는데, 틈만 나면 나를 괴롭혔다. 그렇게 시간이 1년쯤 흘렀다. 나이도 많은데 상병이 되선임이라고 해도 더 이상 불편하게 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신병일 때 날 괴롭히던 선임도 어느새 말년병장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함께 야간 경계근무를 나가게 되었다. 여전히 나는 불편했지만, 그는 아닌 듯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그래도 자기는 나한테 잘해주지 않았냐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그건 아니었다고, 사실 나를 가장 괴롭힌 사람이었다고 말해주었다. 그는 황당해하며 자기는 전혀 그런 기억이 없다고 했다.


그 날 알게 된 중요한 진실 하나. 기억은 언제나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재해석된다는 사실.

반대로 생각하면 나의 말과 행동도 타인에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이 초판이라면, 기억은 언제나 개정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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