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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Jan 20. 2024

#_산만함의 시대에서 살아남는 법

당신이 가진 '관심'의 힘


어떠한 행동에 관심을 쏟건 간에 관심의 크기는 행동의 가치와 비례해야 한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우리는 매 순간 무언가에 관심을 쏟으며 살아갑니다. 이 글을 읽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카톡알림이 오고, 온라인 마켓에서 홍보알림이 뜨거나, 내가 구독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의 새 영상 알림이 뜰 수도 있습니다. 그 짧은 관심은 우리의 주의력을 빼앗고, 잠깐만 확인하고 온다는 것이 나도 모르게 몇 분 혹은 몇십 분을 사용합니다. 때로는 몇 시간 동안 헤어 나오지 못하고 알고리즘의 미로 속에 갇힐 때도 있습니다.

불과 10년 남짓한 사이에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손바닥보다 작은 화면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관심을 자극하는 것들을 들여다보며 엄청난 시간을 소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거창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그렇게 우리의 관심을 빼앗아가는 아주 사소한 것들이 결과적으로 나의 하루를 온전하게 살아가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함께 발견하기 위함입니다.


그 '잠깐'의 관심은 우리에게 새로운 도파민을 선물할 가능성이 높은데, 우리는 아주 단순한 동작(터치나 화면 쓸어 올리기 등)만으로 더 많은 도파민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됨으로 나도 모르게 그 '잠깐'에 머물게 됩니다. 그 결과 원래 해야 할 일을 미루게 되고, 미뤄진 때문에 심리적 압박이나 스트레스가 발생하고, 뭔가 더 바빠진 마음의 조급함으로 인해 대인관계는 더 소홀해질 가능성이 높고, 조금 더 건강하게 먹기로 한 오늘 다짐은 내일부터로 계획변경되거나, 운동 가야 할 시간을 놓치게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자연스럽게 우리가 원래 이상적으로 살고 싶었던 삶을 만드는 시간은 극도로 줄어들고, 내가 원하지 않지만 처리해야 하는 것들(일, 감정, 스트레스, 숱한 정보들)에 갇히게 되는 경험을 합니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수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정보나 자극에 반응하는 강도는 다 다르고 그에 따라 행동하게 되는 일도 다를 테니까요. 하지만 분명 스마트폰을 가진 대다수의 현대인들이라면 이런 경험들을 겪어 보았을 것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그 '잠깐'의 관심을 빼앗기는 상황에서 이어지는 일련의 일들을 전혀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실제로는 하루에 유튜브를 3시간 이상 보고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는 시간이 2시간이 넘더라도 자신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죠.


재미있는 건 이게 꼭 2024년을 살아가는 현재의 인류만의 문제는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17세기에도 책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세상에 유통되는 정보의 양이 늘어나게 되자 데카르트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책에서 찾을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지식이란 게 수없이 많은 잡말에 섞여있고 분량도 당황스럽게 많다 보니, 현실을 살아가기보다 책을 읽는데 시간이 더 걸리고, 지식을 직접 발견하기보다 쓸모 있는 지식을 골라내는 것에 노력이 더 소요된다.


이 문장에서 책이라는 단어 대신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넣어서 읽어봐도 전혀 이질감이 없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가 우려하는 이 놀라운 정보의 대홍수 속에서 수영을 잘하거나 자기만의 배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즐거운 여행이 될 수도 있겠다고 말이죠.


그렇습니다. 사실 책과 정보는 한때 권력의 도구이자 상징이었습니다. 중세시대 교황과 가톨릭의 권력은 평범한 사람들이 가질 수도 읽을 수도 없었던 "성경"이라는 정보를 독점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종교혁명의 시작점이 루터의 <95개 반박문>이라는 걸 배워서 알고 있지만, 그 사회적 배경에 구텐베르크 혁명을 통해 인쇄술의 발달과 그로 인해 독일어로 번역된 성경이 유럽전역으로 뻗어나가지 못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책을 통해 정보를 얻게 되고, 그런 정보를 통해 새로운 의식이 생기고, 새로운 여론이 만들어지면서 혁명이 일어난 것입니다. 1,2차 산업혁명 역시 말할 것도 없죠. 

더 많은 정보, 더 많은 기술, 더 많은 생각들을 사람들이 쉽게 얻을 수 있게 됨으로써 인류는 끊임없는 성장의 길을 걸어온 것입니다. 책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역사를 통해서 지금을 새롭게 바라보기 위해서입니다.

제임스 윌리엄스는 <나의 빛을 가리지 말라>라는 책을 통해 지금 시대가 "정보의 시대"라기보다는 "관심의 시대"라는 맥락으로 말했습니다. 그의 생각에 깊이 공감합니다. SNS를 통한 소통이 일상화되면서 정보가 아닌 관심이 소비되기 시작했고, 결국 그 관심은 새로운 관심으로 이어지고, 관심이 힘이 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죠. 노래를 잘하는 가수들은 많지만, 이제는 실력이상으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 수백, 수천단위의 팔로우를 가진 가수들이 더 큰 영향력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힘의 중심이 능력에서 관심으로 이동한 것입니다.


그럼 다시 그 현상을 들여다봅시다.

힘의 중심이 능력에서 관심으로 이동했다면, 단순히 능력만 키운다고 해서 내가 세상에 가질 수 있는 힘은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단순한 능력을 넘어서 타인에서 "관심받을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합니다. 편의상 그걸 실력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런 관심에서 보면 실력은 능력보다 훨씬 포괄적인 개념으로 확장합니다. 나의 외모, 태도, 말투, 대인관계, 사고능력, 경제적 능력, 심지어 운까지도 실력의 범위에 넣을 수 있게 됩니다.


왜 나는 공부도 잘하고 능력도 뛰어난데, 세상은 날 알아봐 주지 않는가라고 생각이 든다면, 그 사람은 분명 자신의 능력이 아닌 실력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세상은 사실 실제 세상이 아닙니다. 그저 내가 이해한 막연한 개념에 불과하겠지요. 이건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내가 알고 있는 범위를 넘어 새로운 세상이 존재함을 자각하고, 현재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식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더 큰 세상을 이해하고 그곳에 내가 원하는 곳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될 겁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우리는 산만함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산만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보를 만들어내는 주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그 정보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해서 타인의 '관심'을 얻는 기술이 더 정교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정보의 바다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산만함은 매 순간 출렁이는 파도입니다. 파도가 칠 때마다 수영을 하지 못해 마구 팔과 다리를 휘두르며 허우적대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바다를 헤엄치는 방법을 배우고, 정보라는 물과 친해지면서 여유롭고 자유롭게 그 물속에서 누워있고, 수영할 수 있게 되면 보다 많은 가능성이 열릴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산만한 시대를 보다 온전히 이해하려면 우리는 그 산만함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합니다. 외부의 정보를 차단하고, 오롯이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때만 우리는 정보의 파도를 서핑하듯 다룰 수 있게 될 겁니다. 


관심이 힘이라면 우리가 관심을 주는 것이 바로 힘을 주는 일입니다. 내가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어떤 해외 가수에서 관심을 주고 있다면, 그는 당신으로 인해 더 큰 힘을 받게 됩니다. 만약 내가 대부분의 나의 시간을 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면, 나는 스스로 더 큰 힘을 얻게 되겠지요.


글의 도입부에 인용한 아우렐리우스의 격언을 한번 더 살펴봅시다.

"어떠한 행동에 관심을 쏟건 간에 관심의 크기는 행동의 가치와 비례해야 한다."

내가 관심을 쏟는 행동이 그 관심의 크기만큼 가치 있는 일인지 깨달아야 합니다.

그런 원칙을 통해 나에게 더 가치 있는 시간을 만들고, 나와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수록 나 스스로가 얻을 수 있는 힘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될 테니까요.



* 오늘 인용한 문장은 뉴필로소퍼 23호 <산만한 시대를 위한 변명>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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