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대원 Jan 19. 2024

#_나만의 기본, 나만의 취향 _물건편

취향은 숱한 시행착오 끝에 하나씩 완성된다.

개인의 취향이란 말 그대로 개인적인 것입니다.

남들과 비슷하다고 해서 흠이 되지도 않고,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우월한 것도 아닙니다.

즉,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자기만의 취향과 기본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기만의 개성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저 역시 아직 진행 중이고 평생 다듬어가며 만들어가겠지만, 제법 단단해진 몇 가지 취향과 기본이 있습니다.

오늘 마쓰우라 야타로의 <나만의 기본>이라는 책을 읽고 나니, 나만의 기본은 뭐가 있는지, 취향은 뭐가 있는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자신의 기본부터 발견합시다.
먼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런 다음 자신의 취향에 대해 생각합시다.



1. 노트

대체로 양장라인노트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책을 읽을 때는 편하게 한 손으로 잡고 읽을 수가 없어서 양장이 불편하기 때문에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데요. 노트는 다릅니다. 바닥이 고르지 못해도 딱딱한 하드커버가 있어서 보다 안정적으로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스타벅스 프리퀀시로 받은 노트와 따로 구입한 양장노트를 같이 구입해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라이프로그(일상기록/다이어리) 노트, 독서노트, 필사노트를 따로 씁니다. (올해는 운 좋게 스타벅스 노트를 개인적으로 여러 권 좋은 조건에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스벅노트가 유독 많은데요. 작년까진 1권이었습니다. ㅎㅎ)


2. 펜

몇 년 전에 우연히 알게 된 샤오미펜을 꾸준히 쓰고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선물도 많이 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파는 곳이 거의 없더군요. 저는 3개 정도가 있는데, 하나는 사무실, 하나는 가방, 하나는 코트나 재킷 안주머니에 넣고 다닙니다. 늘 같은 펜을 쓰는 것은 제법 효율적입니다. 적당한 무게감과 한결같은 필기감이 글을 쓴다는 하나의 리츄얼(의식)이 되어 줍니다. 그래서 아주 빠르게 내 생각과 글을 연결해 주는 기분 좋은 감각으로 나를 이동시켜 주는 힘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많이들 쓰시는 제트스트림 펜을 많이 썼고, 지금은 3색펜과 비상용으로 쓰는 편입니다.


3. 색연필

책에 색연필로 밑줄 긋는 걸 좋아해서 여러 개의 색연필이 있습니다. 보통은 스테들러 색연필을 주로 썼었는데, 한번 국내문구사의 펜을 써보고 싶어서 문화와 동아에서 나온 색연필도 같이 쓰고 있습니다. (근데 다 쓰면 다시 스테들러로 갈 것 같아요.ㅎㅎ) 일반 연필도 그렇지만, 색연필은 더더욱 연필깎이를 써서 뾰족하게 깎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항상 심이 짧아질 때마다 칼로 하나하나 깎아줍니다. 색연필을 자주 깎으면 그만큼 내가 독서량이 많아졌다는 뜻이고, 색연필을 깎는 주기가 길어지면 반대로 독서량이 줄어들었구나 느낄 수 있는 의외의 측정효과도 있습니다. 쓰다 보니 주황과 연두색 색연필이 제 컬러 취향에 맞아서 그런 류의 컬러로 압축되는 편이고요. 간혹 퍼플색이나 파란색 색연필을 포인트로 쓰기도 합니다.


4. 가방

사실 가방은 몇 년 전에 아주 마음에 쏙 드는 수제 가죽토트백을 구입했는데, 자세가 조금 치우쳤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세교정을 위해 요즘은 백팩만 매고 다니는 편입니다. 지금 백팩은 기존에 크게 취향이라는 게 없을 때 구입한 무난한 검은색 아이더 백팩(노트북 가방 겸용)이라 시간을 두고 천천히 오래 쓸 만한 내 취향에 맞는 가방을 찾아보고는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책과 노트 등을 많이 넣고 다니는 편이라 지금 백팩이 편해서 급하게 바꿀 마음은 없습니다.


5. 시계

금속 알러지가 있어서 반지나 목걸이, 시계 등을 거의 착용하지 않는 편입니다. 반지는 결혼반지 하나만 늘 보관하는 장소에 있고, 목걸이는 아예 없습니다. 시계는 2개가 있는데 10년도 넘은 CK 시계와 최근에 마음에 들어서 구입한 아르마니 시계입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은색계열의 메탈느낌이 좋아서 둘 다 같은 느낌의 체인입니다만, 요즘은 무겁기도 하고, 제 스타일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어서 가죽으로 된 밴드를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역시 시계 자체를 자주 안 차는 경우가 많아서 아주 마음에 쏙 드는 시계를 만나면 그 시계는 가죽스트랩으로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6. 안경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지만, 저는 알 없는 안경을 씁니다. 못난 얼굴을 좀 가리고 다니는 용도라고 말씀드리기도 하지만, 사실 처음 계기는 스타일의 변화를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스타일만을 생각해서 몇 년째 매일 안경을 쓰고 다니는 건 저에겐 좀 버거운 일이긴 한데요. 그럼에도 안경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안경을 쓰고 벗는 행동을 통해 내가 늘 세상을 보는 무의식적 프레임이 있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지금 내가 보는 것이 진실인가? 타인이 나를 보는 모습이 진실인가? 선글라스만 써도 우리가 보는 세상의 색깔이 달라지는 것처럼 늘 우리는 '나'라는 존재의 필터를 통해 세상을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굳이 알이 없는 안경을 고집하는 이유는 시력이 좋기 때문이기도 하고, 왜곡 없이 세상을 보고 싶다는 제 나름의 신념을 반영한 것입니다. 스타일적으로는 당연히 알 있는 안경이 좋겠지만, 때론 스타일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는 법이니까요. 그리고 오늘 글을 통해서는 이렇게 말하지만, 평소에는 딱히 이런 이야기를 하진 않습니다.

취향과 기본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거나 설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스스로 만족하고 설득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죠.


7. 컴퓨터 & 노트북

기본적으로 데스크톱을 선호합니다. 32인치 모니터와 27인치 모니터를 듀얼로 쓰고 있고, 게임이나 고사양 작업을 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10년 전에 산 좋은 모델을 지금까지 아주 잘 쓰고 있습니다.(책방 사무실) 노트북 역시 올해로 8년째 LG 그램을 쓰고 있습니다.(강남 사무실) 깨끗하게 쓴 편이라 지금도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성능이나 속도가 많이 떨어진 상태라서 올해엔 좋은 모델로 다시 구입해야 할 것 같습니다. 노트북도 특이하게 듀얼로 쓰고 있는데요. 노트북이 15인치 화면이라 14인치 휴대용 터치스크린을 따로 구비해서 쓰고 있습니다. 컴퓨터에 대해서는 살 때 좋은 걸 구입하고 오래 잘 쓰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니터는 보시다시피 늘 듀얼로 세팅해야 일의 효율이 극대화되기 때문에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강남 사무실은 책상 너머의 뷰가 좋아서 창을 가리고 싶지 않기도 하고, 공간도 넓지 않은 편이라 슬림한 노트북과 터치스키린 정도의 구색이 딱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원하면 언제든 가방에 넣고 이동하기도 편하고요. 이전에 다른 글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지만, 결국 물건이든 공간이든 자신에게 최적화시키는 게 참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8. 텀블러

커피나 차는 대부분 텀블러에 먹으려고 합니다. 사실 좀 귀찮긴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 사소한 귀찮음을 극복하고 습관으로 만드는 행위 자체가 더 많은 좋은 습관을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느낍니다. 텀블러의 특성상 매일 씻어줘야 하고, 번거롭지만 챙겨야 하는데, 바로 그 점이 대학에서 말하는 수신(修身)의 모티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마음도 몸처럼 매일 새롭게 닦아줘야 하고, 내 신념도 무겁고 번거롭지만 늘 챙기고 다녀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한결 더 쉽게 설득되었습니다. 몇 년간 쓰던 텀블러는 너무 흠집이 많이 나고 낡아서 작년에 새로 하나 구입했는데, 성능도 좋고 디자인도 마음에 듭니다.


오늘은 이렇게 제가 쓰는 일부 물건에 대해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자신의 물건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생각을 좀 엿볼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낍니다.

물건들을 조금 소중히 써야겠습니다. 지금 쓰는 물건이 모두 나답다고 규정하긴 어렵지만, 어떤 식으로든 물건에는 나다움일 묻어나기 마련이니까요.



*오늘 문장은  마쓰우라 야타로의 <나만의 기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_좋은 삶은 결국 인생의 기본기에서 시작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