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을 위한 최고의 교육환경
한번 보고 나면 다시 볼 필요가 없는 영화가 있는 반면에
이미 다 아는 내용인데도 몇 번을 다시 봐도 재미있는 영화가 있습니다.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번 듣고 좋은 노래는 반복해서 듣게 됩니다. 심지어 들을수록 더 좋아하게 되는 음악도 많죠. 책도 마찬가지고, 사람도, 음식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건 만남의 속성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만남은 반복의 원인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 사람이 반복하는 것이 그 사람이 됩니다.
어떤 사람을 반복해서 만났는지, 어떤 책을 반복해서 읽었는지, 어떤 영화를 반복해서 봤는지,
어떤 말과 행동을 반복해서 했는지, 어떤 생각을 반복해서 했는지가 나를 만들게 될 겁니다.
저는 다시 읽을 수밖에 없는 책을 좋아합니다. 좋은 책은 한 번만 보고 안 볼 도리가 없습니다.
가장 최근에 만난 책중에서는 조세프 응우옌의 <당신이 생각하는 모든 것을 믿지 말라>가 그런 책이었습니다.
작년 연말에 읽고 행복한 충격과 기쁨을 받았은 이후로 2번 정도 더 읽었고, 이후 책 전체를 한 달 동안 매일 한 조금씩 낭독하며 또 한 번 완독 하기도 했습니다. 2월 독서모임 선정도서이기도 해서 다음 주에 또 한 번 읽을 예정입니다. 이처럼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몇 번을 읽어도 정서적으로 완독 했다는 생각을 할 수 없는 책입니다.
요즘 제가 필사하고 있는 책은
일본 츠타야서점의 창업자인 마스다 무네아키의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인데요.
제가 사이책방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책이기도 하고, 이전에도 여러 번 언급한 적 있듯이 수십 번도 넘게 읽은 책입니다. 이쯤 되면 책장에 꽂혀있는 상태로 책등만 봐도 어떤 생각이나 감상이 스쳐가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모든 사람에게 수십 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인가 하면 그건 아닐 겁니다. 그저 나라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를 변함없이 같은 자리에서 해주는 멋진 선배님 혹은 스승님이 같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낭독하는 책은 릭 루빈의 <창조적 행위 : 존재의 방식>이라는 책입니다.
작년에 소설을 쓰고 있는 친구의 생일선물로 골랐던 책인데, 너무 기대되는 책이라 저 역시 구매해서 읽게 된 책입니다. 전형적으로 완독을 의미 없게 만드는 책이지요..ㅎㅎ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어도 작가의 창조적 사고방식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인데요. 결국 조금씩 여러 번 읽다가 더 깊이 있게 만나고 싶은 마음에 낭독하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했던 조세프 응우옌의 책을 다 낭독하고 이어서 이 책을 낭독 중입니다.)
매일 세계최고의 창의력 멘토가 진행하는 10분 강의를 듣는 기분입니다. 물론 제가 직접 읽고 말하고 들으니 몰입감은 더욱 높아지고요. 몇 번이나 낭독하면서 받은 영감을 기초로 글을 적기도 했습니다.
어제오늘 새벽독서 시간에 읽은 책은 최혜진의 <에디토리얼 씽킹>입니다.
온라인 서점을 살펴보던 중 우연히 탁하고 눈에 걸린 책인데요. 처음 사서 가볍게 읽은 후에 바로 느꼈습니다. '아~ 이 책은 제대로 각 잡고 읽어야겠구나'라고요. 하지만 각 잡고 읽어야 하는 책이 한두 권이 아닐라서..ㅎㅎㅎ 한참을 책장에 머물며 오늘의 만남에 이르게 되었는데요. 재미있습니다. 물론 제가 제대로 봐야겠다고 읽는 책 중에서 재미없는 책은 거의 없기 때문에 너무 믿으시면 안 됩니다. 저는 독서에 있어서만큼은 엄청난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라서요. ㅎㅎㅎ
어쨌거나 어제오늘은 이 책 덕분에 아주 시너지가 폭발했습니다. 글 쓸 주제가 쏟아지고, 글을 쓸 때 내가 취해야 할 조금은 애매했던 스탠스가 또렷하게 보이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우선은 밑줄 그은 부분만 정리하고 있는데, 조만간 다시 읽고 싶은 책입니다. (빨리 다시 읽고 싶은 책은 일부러 끝까지 안 읽거나 그 책과 관련해서 해야 할 일을 좀 남겨두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어떤 책이 어떤 순간 더 읽고 싶어지는 그런 마음속의 끌림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이건 이성적 판단이라기보다는 감성적 끌림에 더 가까운 감정입니다. 그런 식으로 몇 년간 책을 읽어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 이 책이 지금(오늘) 나에게 필요한 이유, 이 책이 나를 데리고 가는 곳 등에 대해서 생각을 확장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 확장의 단계에서는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보고, 작가가 인용한 책을 찾아보는 과정이 동반되는데요. 이미 어제오늘 책을 3권 더 사기도 했습니다.
오늘 이런 이야기를 세세하게 하는 이유는 지금 필사하고 있는 책과 낭독하고 있는 책, 새롭게 읽은 책이 화학작용을 일으키면서 사고의 확장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제가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마치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을 마시면서 '크~ 이맛이지'하는 느낌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런 느낌이 참 즐겁고 행복합니다. 내가 이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그 생각과 행동은 이전의 나는 보지 못했거나 할 수 없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습니다.
어제는 책방에 갔다가 작년에 비슷한 맥락으로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미노와 고스케의 <미치지 않고서야>를 가져왔습니다.
이 책 역시 작년에 몇 번 읽고 낭독까지 했던 책인데요. 어제오늘 펼쳐진 제 생각의 필드 위에 아주 어울리는 책이라 자연스럽게 눈에 띄었고, 다시 읽고 싶어 졌습니다. 최혜진 작가와 미노와 고스케 둘 다 뛰어난 편집자(에디터)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달에 연이어 재미있게 읽었던 <나만의 기본>과 <일상의 악센트>의 마쓰우라 야타로 역시 유명한 잡지의 편집장 출신이네요.
이처럼 언뜻 보기에는 '그냥' 끌려서 선택한 것 같지만, 그런 행동들의 이면에는 '기획자', '디자이너'라는 저의 정체성이 깔려있는 셈입니다. 다만 단순히 상품을 기획하거나 포스터를 디자인하는 걸 넘어서서 내 삶을 기획하고, 디자인하고자 하는 욕망이 클 뿐입니다. 또한 나 자신을 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가치를 발견하고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돕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게 나의 업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 봅니다.
내가 반복하는 것이 곧 내가 됩니다.
우리는 스스로 내가 무엇을 반복할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런 책들을 반복해서 읽고 있는 이유는 나 스스로의 정체성을 그런 사람으로 '규정'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 선택이 잠이 부족해서 피곤한 와중에도 새벽부터 몇 시간씩 저만의 루틴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이런 과정이 나를 성장시키는 것을 알고, 그 성장의 기쁨을 맛보았기 때문에 반복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교육'은 이런 것입니다. 저는 제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고 존중하기 시작하면서 나에게 최적의 교육환경과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입니다. 제가 늘 말하는 '독서'가 바로 이런 교육의 과정을 의미합니다. 독서가 나 자신을 존중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너무 세세하게 저의 독서과정을 다 드러내는 것 같아서 조금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이런 예시가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께도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잘할 필요는 없습니다.
책은 답이 아니라 길이라고 말씀드렸었죠. 정말 내가 나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모습을 결정하고 나면 책은 당신에게 길을 열어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길을 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더 많은 것을 보게 되고,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오늘도 더 나은 삶을 위해
읽고, 쓰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당신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