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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Apr 08. 2024

#_도착 5초 전에 꺼져 버렸다.

5초의 아쉬움이 내게 준 교훈

매일 새벽마다 독서모임을 하기 위해 6시까지 사무실에 나오고 있는데요. 이제 3달째라 적응이 되었다고 느낄 때쯤이면 한 번씩 소소한 사고가 생기곤 합니다. (돌아보니 한 달에 1번꼴로 생기는 것 같네요 ㅎㅎ)


지금은 책방 외에도 집 근처에 작은 소호사무실을 구해서 사용하고 있는데요. 여기가 보안이 많이 철저한 편이라 스마트폰의 보안키를 인증해야만 출입이 가능합니다. 그러다 보니 핸드폰을 놓고 오거나 배터리가 없어서 전원이 꺼지면 사무실에 들어올 수가 없는 거죠. 

반대로 사무실에 핸드폰을 놓고 실수로 문밖으로 나가게 되면 다시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실제로 지난달에 그런 적이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어제 조금 일찍 잠든 덕분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여유 있게 씻고 아이들 학교 갈 때 챙겨가는 물통과 어제 못한 설거지도 해놓고, 집을 나섰는데요. 씻을 때 사실 배터리가 10% 정도밖에 없는 걸 보긴 했는데, 사무실 가서 충전하면 되겠지 생각하고, 미리 충전해 놓지 않은 게 화근이었습니다.

가는 중에 배터리를 보니 5% 정도 남아있었는데, 사무실 입구에 도착해서 건물에 출입키를 대면서 보니 1%로 줄어있는 게 아니겠어요? 갑자기 마음이 조마조마해졌습니다.

12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자, 이제 딱 10초만 버텨줘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도착하기 직전에 핸드폰이 그만 꺼져버렸지 뭡니까. 아.. 정말이지, 딱 5초 차이였거든요.

제가 조금만 더 빨리 왔더라면, 씻을 때 잠깐이라도 충전을 해두었더라면, 배터리 충전기나 보조배터리를 챙겨 나왔더라면 그런 일이 없었을 텐데 말이죠. 그러나 후회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 충전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덕분이 새벽독서는 10분 정도 늦게 오픈했고, 저는 우선 방만 열어놓고, 충전하고 다시 사무실로 나오느라 30분 정도를 더 허비해야 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모든 게 저의 안이함이 불러온 결과라는 게 명백합니다.

진작에 보조배터리를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기존에 쓰던 낡은 배터리를 활용할까 하는 마음에 미루기도 했고요. 대신 가방에 여분의 충전기(충전선)를 하나 넣고 다닌다는 것도 집에서 쓴다고 빼놓았었고요.

무엇보다 아침에 씻기 전에 잠깐 충전해 놓았으면 될 일인데, 그걸 놓친 게 가장 큰 실수였을 겁니다.


늘 일상에서 작은 일들이 벌어집니다. 오늘 일 자체는 물론 그리 대단한 실수도 아니고, 큰 잘못도 아니지만, '안일한 마음' 자체는 깊이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이 일 하나에 국한된 부분이 아니라, 분명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상황에서 저는 그런 '안일한 태도'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작은 일일 때 바로잡으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지만, 작은 일이라고 그냥 방치해 버리면 분명 더 큰 문제가 된다고 배웠고, 제 경험으로도 그렇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5초 차이로 사무실에 들어오지 못한 것은 하나의 작은 실패이지만, 이 실패와 번거로움을 통해 저는 내 속에 웅크리고 있는 안일함이라는 녀석을 발견했고, 당장 몰아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이 교훈을 글로 남겨 안일함과 싸우는 무기로 삼아보려 합니다.


더불어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을 다시 한번 상기해 봅니다.


모든 큰 일은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
그러므로 작은 일부터 정성껏 충실히 완벽히 하는 법부터 터득하자.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상태'다.
내가 어떤 상태에 머물러 있느냐가 현재의 나를 말해 준다.
 
현재 내 마음에서 작다고 무시한 것들이 나중에 엄청나게 큰 무언가가 되어 돌아온다. 그러므로 내 마음속에는 반드시 정말 내가 원하는 것들만 채우고, 꼭 필요한 것들만 남겨야 한다. 내가 머물러 있는 지금부터 내가 원하는 상태의 마음으로 바꿔놓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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