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대원 May 06. 2024

#_때론 빨리 읽어야 더 잘 이해된다

능동적인 독서의 시작과 속독의 지향점

오늘 아침 새벽독서 시간에 2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책을 읽은 시간은 고작 1시간 30분 정도였는데, 그 어느 때보다 그 2권의 책이 깊이 있게 다가왔습니다. 작가가 적어놓은 글이 아니라, 작가가 전하려는 의도와 의미가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굉장히 멋진 아이디어 몇 가지를 얻었고, 조만간 바로 실행해 볼 예정입니다.


사람들이 독서에 대해 가장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 중에 하나가 바로 빨리 읽으면 이해가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실제로 읽을 수 있는 능력보다 훨씬 더 느리게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그런 방식으로 읽으면 책에 대한 흥미가 뚝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재미있는 영화를 2배 정도 느리게 보면 어떤 기분일까요?

생각만 해도 답답하지 않으세요?

어쩌면 여러분이 책을 읽을 때 느끼는 답답함과 좀 비슷하다는 생각 들지 않으신가요?


반대로 유튜브나 넷플릭스로 재미있는 영상을 볼 때는 앞으로의 내용이 더 궁금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은 내용은 건너뛰고 중요한 내용만 본 경험은 없나요?

그렇게 건너뛰면서 빨리 봐서 내용이 기억이 안 난다거나 이해가 안 된 적 있었나요?

아마 없었을 겁니다. 왜냐하면 그런 경우 내가 무엇을 보고 싶은지 기준이 나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정확한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책을 읽을 경우에 이 책을 읽음으로써 얻고자 하는 결과물이 분명하기 때문에 훨씬 더 빠르게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목차에서 필요한 부분만 먼저 찾아서 읽어볼 수도 있고, 이미 알고 있는 사례나 잘 이해 안 되는 부분은 과감히 건너뛰면서 읽을 수 있습니다.


오늘 아침 제가 책을 읽은 방식을 살펴볼까요?

저는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어제 1/3 정도 읽었고, 오늘 나머지 부분을 읽었는데요.

이미 몇 번 읽었던 책이기 때문에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들이 표시되어 있었고, 그 부분들을 중심으로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작가가 이런 내용을 통해 나에게 전하고자 하는 의도와 더 깊은 의미를 발견하려고 애썼습니다. 저 역시 현재 하고 있는 일과 관련해서 고민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고, 그 부분에 도움이 되는 영감을 얻으려고 책을 펼친 거였으니 당연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1/3쯤 읽고 나서 비슷한 관점에서 같이 읽고 싶어서 가져온 <무조건 심플>이라는 책을 펼쳐서 읽습니다. 이전에 가볍게 읽은 책인 것 같긴 한데, 딱히 기억나는 부분은 많지 않습니다. 별도의 밑줄이나 접힌 부분이 없는 걸 보면 가볍게 초독만 하고, 더 깊이 있는 재독을 하지 않은 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전에 읽던 방식과는 달리 속도를 확 늦춰서 깊이 있게 필요한 부분을 읽어 봅니다.

서문을 통해 전체적인 책의 맥락을 잡고, 1장을 읽으면서 핵심 메시지로 다가가는 하나의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봅니다. 포드의 사례와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사례에서 많은 영감을 받게 됩니다. 무엇보다 앞서 읽었던 책이 강조하는 부분과 새로운 책에서 제시하는 방향성이 하나로 융합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이제부터는 책을 읽는 것은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책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떠오른 아이디어를 확장해 나가 봅니다.

이전까지 알고 있던 다른 지식들과 례들을 떠오르는 대로 메모합니다.

두 번째 책을 덮고 다시 첫 번째 책을 펼칩니다. 이번에는 이케아의 사례와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사례에서 영감을 받습니다. 두 번째 책에서 말하고 있는 관점으로 첫 번째 책의 사례들을 분석해도 얼마든지 훌륭한 사례가 될 만큼 중요한 연결점을 찾게 됩니다.


어떤가요? 제가 책을 읽으며 생각이 확장되어 가는 과정을 최대한 디테일하게 표현해 봤는데요.

이처럼 때로는 책을 빠르게 읽으면서 전체적인 방향성과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 책에 접근하느냐에 따라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질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계속 반복해서 말씀드리고 있지만, 책을 읽을 때 내가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에 대한 '나의 기준'이 뚜렷할수록 독서는 명쾌해집니다. 때로는 딱 10분만 읽어도 정말 말할 수 없이 유익한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나의 기준 없이 책에 기준을 두고 읽으면 계속 끌려다니는 느낌을 받을 뿐 아니라, 책을 잘 이해하려는 마음이 앞서 쉽게 지쳐버리고 맙니다.


우선 이것부터 인정하고 받아들입시다.

우리는 책을 한 번에 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물론 내가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분야의 쉬운 책을 읽는 경우라면 잠깐 읽어도 이해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우리가 읽고자 하는 책은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책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당연한 걸 뭐 하러 말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독서력이 낮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독서능력에 대한 메타인지가 떨어지기 때문에 책의 수준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말해서 여러분이 아무리 어려운 책을 느리게 읽는다고 해서 그 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앞서 비유한 영화를 보는 것으로 다시 상상해 보세요. 무조건 느리게 읽는 게 답이 아닙니다. 때로는 빨리 읽어야 훨씬 더 잘 이해됩니다.


때로는 필요한 부분만 읽어야 하고요. 때로는 더 읽을 수 있어도 책을 그만 덮고 책에서 얻은 영감이나 생각들을 글로 쓰면서 정리해야 합니다. 이해 안 되는 부분은 과감하게 건너뛰면서 읽을 줄도 알아야 하고요. 반대로 너무 쉽고 이미 알고 있는 내용도 빠르게 스킵할 있어야 합니다.


좋은 독서는 능동적입니다.
좋은 독서의 기준은 늘 '나'에게 있습니다.


그게 독서를 제대로 배우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독서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나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자, 내 삶의 기준과 방향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면 한 번쯤은 제대로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제대로 나만의 독서법을 정립하고 내가 나아지고 있다는 기분을 반복적으로 느끼며 실제로 성장해 간다면, 시간이 갈수록 내 의식 수준이나 사고 수준이 자연스럽게 높아져있지 않을까요?


이전에는 너무나 고민되던 일들이 내가 성숙해질수록 대수롭지 않은 문제들이 되고, 나에게 훨씬 더 중요한 삶의 가치에 집중하면서 살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지금 여러분의 독서방법을 한번 점검해 보세요.

모든 책을 똑같은 방식으로 읽고 있진 않나요?

같은 속도로 처음부터 한 자 한 자 놓치지 않고 읽고 있다면, 여전히 초등학교 저학년 때 배운 독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책의 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내용을 내 안에 담아 넣을 나의 생각그릇입니다.

커다란 강이나 호수에 물을 뜨러 가더라도 결국 내가 떠올 수 있는 물의 총량은 내가 준비한 물통의 크기만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조금 더 자유롭게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한번 읽어보세요.

나의 삶의 기준에 맞게 보다 능동적인 방식으로 책을 만나보세요.

똑같은 책을 읽더라도 전혀 다른 내용이 보이고, 이전엔 느끼지 못했던 영감을 받을 수 있게 될 겁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런 경험 때문에 독서를 멈출 수 없는 것이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_딥(deep)한 독서가 힙(hip)한 삶을 만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