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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Jun 14. 2024

#_반전의 옥상 정원

누구나 마음속에 자기만의 정원이 필요하다

제가 일하는 사무실은 12층이라 주변에 비슷한 높이의 건물들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다 창문으로 내려다 보입니다. 특히 동쪽으로는 높은 건물이 없어서 스카이뷰가 제법 그럴싸합니다.



매일 아침 새벽독서모임을 하기 위해 사무실에 도착하면 요즘은 일출시간이 빨라서 이미 동쪽 창으로 햇살이 복도 중간까지 멀리 비추고 있는 장면을 봅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간이기도 해서 잠시 갓 솟아오른 태양을 바라보며 아침햇살을 만끽하곤 합니다. 물론 잠깐입니다. 10초 남짓? 길어야 20초 정도 될까요? (워낙에 잘 타는 피부라 안 그래도 많이 그을린 얼굴이 더 탈까 봐 오래는 못 즐깁니다. 후후)


그런데 창밖으로 보이는 수많은 건물들 중에서 우연히 바로 근처 골목에 있는 작은 상가건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건물 옥상에 주변 풍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작은 정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상가건물 옥상이다 보니 정원이라고 해도 대단한 건 아니지만, 영동시장 골목이라 술집과 해물탕집이 있는 5층짜리 가게 건물 옥상에 나무가 무성한 20평은 넘어 보이는 정원을 꾸며놓았다는 사실이 뭔가 큰 반전처럼 느껴졌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지 않는 한 볼 수 없는 곳이고, 작은 숲처럼 꾸며놓은 공간 옆으로는 10개는 족히 넘어 보이는 다양한 장독대가 있는 것으로 보아 해당 건물 5층에 건물주가 상주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추측해 보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건 누군가 그 건물 옥상을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문득 '내 마음에도 저런 정원이 필요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아도, 언제든 혼자 올라와 잠시 쉴 수 있고, 내가 심어놓은 나무들이 무성히 자라고 있는 그런 공간말이죠.

또 하루 중 반드시 나만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매일 새벽독서를 하고 글을 쓰고, 명상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겠지만, 조금 더 '현재의 나'에 집중하고 감사할 수 있는 충만한 시간을 늘리고 싶습니다.


먹고 노는 유흥의 거리에 그런 가게들이 입점해 있는 건물 옥상에 제법 풍성히 우거진 정원이 있다는 사실을 마주하며, 나 자신을 돌아봅니다.


일상에서 잘살고 있는 순간보다 나도 모르게 허비하고 흘러가버리는 시간이 더 많다고 느낄 때가 많은데요.

그럼에도 내가 나의 내면에 정원을 가꾸고, 그곳을 중심으로 범위를 점점 넓혀갈 수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생길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지금 내 마음속은 어떤 풍경인지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여러 풍경들 속에서 나만의 고즈넉한 정원이 그려집니다.

비 온 뒤 하늘처럼 맑고 푸르며, 6월의 햇살을 받은 나뭇잎처럼 반짝이는 공간을 가꿔나가고 싶습니다.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곳이 아니라,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한 그런 공간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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