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영혼도 '잘' 쉬어줘야 합니다.
기독교에서는 일요일을 주일이라고 합니다.
예수님이 금요일에 십자가 처형을 받고 3일째일 일요일에 부활한 것을 기념합니다.
성경에서 하나님이 6일간 천지를 창조하시고, 일곱째 날에는 쉬셨기에 6일 일하고 하루를 쉬는 것은 하나의 창조의 리듬이며, 그 하루의 쉼을 거룩한 안식으로 삼습니다.
그러므로 안식일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쉼"입니다.
물론 교회를 다니는 분들에게는 주일이 쉼이 아닌 또 하나의 왕성한 활동의 시간일 수 있지만, 사실 그것은 본질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쉼은 새로운 창조와 성장을 위한 숨 고르기입니다.
저는 오늘 원래 글은 쉬어 가고 운동만 하려고 했는데, 막상 일요일은 쉰다는 제목을 적고 보니 그동안 깊이 사색해 보았던 주일의 의미와 쉼의 가치에 대해 쓰고 싶어 져서 몇 자 남겨보는 중입니다.
아이디어가 가장 많이 나오는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쉴 때입니다.
송나라의 유명한 문인이었던 구양수(歐陽修)는 세 가지 장소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잘 떠오른다고 말하며 마상(馬上), 침상(枕上), 측상(厠上)을 꼽았습니다. 마상은 말 위라는 뜻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말합니다. 요즘으로 치면 차로 이동하거나 여행을 하면서 창밖의 풍경을 보는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처럼 이동 중에는 새로운 환경을 통해 활발한 사고를 자극합니다.
두 번째 침상은 베개 위라는 뜻으로 말 그대로 잠자리에 누웠을 때를 말합니다. 긴장을 풀고 잠을 청하는 순간은 가장 무의식이 활성화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측상은 측간 위라는 뜻으로 화장실에 있을 때를 말하는데,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개인적 사색의 시간이 되기에 의미가 있습니다.
다들 경험해 보셨겠지만, 세 경우 모두 마음의 긴장을 풀고 생각을 내려놓게 되는 상황입니다. 모두 쉬는 시간입니다. 이렇게 긴장을 풀고 쉬는 모드가 되면 우리 뇌의 뇌파가 바뀌면서 우리는 훨씬 더 창의적인 두뇌활동이 활성화되게 됩니다. 쉼이 곧 창조가 되는 순간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생각뿐만 아니라, 몸도 비슷합니다.
운동을 무작정 많이 한다고 근육이 성장하지 않습니다.
충분히 운동했다면 잘 먹고 충분히 쉬어줘야 근육이 성장합니다. 저도 운동을 배우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근성장은 운동을 할 때가 아니라 쉴 때 일어납니다. 운동을 할 때는 평소보다 더 큰 힘을 요구하는 자극을 주는 것이고, 실제 근육은 쉴 때 만들어지는 것이죠.
역시 쉼이 창조가 되고, 성장을 만든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 삶도 비슷합니다. 각자의 삶이 있고, 일이 있습니다. 하여 주중에는 열심히 그런 일들을 합니다. 하지만 계속 자신의 일이나 역할에만 매진하다 보면 정작 자기 자신의 본질을 잊기 쉽습니다. 자신이 원래 살고자 했던 삶의 가치나 꿈을 잃어버리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쉬어줘야 합니다. 하지만 정작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를 모릅니다.
저 역시 오랫동안 제대로 쉬는 방법을 몰랐지만, 이제는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쉼의 핵심은 안식입니다. 안식의 핵심은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세상의 요란스러운 소리와 생각들을 잠시 내버려 두고, 자신의 가장 중요한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기도와 예배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신이 저 멀리 하늘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성숙한 사람들은 신이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신을 체험한 사람들만이 신이 내 안에서 살아있음을 인식합니다.
그러므로 고요하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진짜 예배이고, 진짜 기도인 것입니다. 그래야 신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죠.
진정한 쉼은 탁해진 영혼의 시야를 맑게 씻겨줍니다. 내 삶이 어디로 향해가는지 보게 만들고, 진정 스스로 더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줍니다.
일요일은 쉬는 날입니다.
그저 몸만 쉬지 말고, 마음만 쉬지 말고, 영혼이 안식할 수 있는 '거룩한 안식'을 스스로에게 선물해주고자 합니다. 누군가는 예배와 기도로, 누군가는 명상과 독서로, 누군가는 여행과 사색으로 거룩한 안식을 만나고 있을 겁니다. 하나의 답만을 찾지 말고, 내게 주어진 다양한 쉼의 기회를 누려보고 싶은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