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에는 결혼하면 더 행복할 것 같았는데, 막상 결혼하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더 괴로워하잖아.
이상하지 않아? 도대체 왜 그런 걸까?
아마 지금 막 결혼한 너에게는 전혀 와닿지 않는 이야기가 될지도 몰라.
하지만 분명 한 번은 느끼게 될 거야.
더 행복하려고 결혼했는데, 왜 더 힘든 걸까?
사실 답은 이미 위 문장 안에 다 있어.
그 이유는 간단해. 상대방과 결혼해서 '내가' 더 행복해지겠다는 막연한 바람 때문이야.
이 사람이 나를 이렇게 사랑해 주니까 결혼해서 나를 더 행복하게 해 주겠지라는 생각이 오히려 결혼생활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뜻이야.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잘못된 생각이야.
왜냐하면 결혼은 '나'를 버리고 '우리'를 선택하는 결정이기 때문이야.
근데 사람들은 이 단순한 사실을 몰라.
다시 말할게.
결혼은 내가 행복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더 행복해지려고 하는 거야.
이런 마음으로 결혼생활을 하게 된다면, 아마 수많은 문제들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거야.
만약 결혼하고서도 여전히 나의 행복을 우선시한다면, 그건 상대방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마음이 될 거야. 한두 번 혹은 사람에 따라 여러 번도 이해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런 태도는 결국 배우자 역시 자신의 행복을 우선시하도록 만들게 되겠지. 그리고 그렇게 만든 게 자기라는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정작 그때가 되면 상대가 변했다고 말하게 될 거야. 상대방이 변했기 때문에 내가 괴로운 거고, 결국엔 결혼을 후회하는 마음이 들게 되는 거지.
예를 들어 이런 거야. 결혼해서 남편이 청소와 빨래를 담당하기로 했다고 하자. 그런데 남편이 일이 너무 많아서 못하게 된 거야. 물론 이해는 하지만 서로 약속한 거니까 너는 그래도 남편이 그 일을 해주길 바랄 거야. 그렇게 이해해 주다가 자연스럽게 집안일을 도맡아서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몰라. 그러면 이런 마음이 들 거야. '아니 나도 바쁜데 도대체 왜 집안일을 내가 다 해야 하는 거야.'
이건 단순히 집안일을 누가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야. 배려와 관심의 문제인거지.
여러 가지 경우로 생각해 볼 수 있어.
1) 남편이 자신의 편함과 행복을 위해 집안일을 아내에게 미룬 경우 : 남편이 아직 우리가 아닌 자신의 행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뜻이야. 진솔한 대화를 통해 서로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할 거야.
2) 남편이 맡은 일을 하려고는 하지만 잘 못하는 경우 : 마음은 있지만, 뭔가 서툴러서 하긴 하는데 내 마음에는 들지 않는 경우야. 이런 경우에 지혜로운 대처법은 둘 중 하나야. 내 기준에 맞추고 싶다면, 남편을 개선시키거나 지적하기보다는 내가 도와주는 게 좋아. 그럴 상황이 안된다면 남편의 기준에 나 눈높이를 맞추는 게 좋겠지. 이 상황에서 가장 흔하지만 최악의 대응은 남편의 어설픔을 지적하는 거야.
앞서 언급했지만, 나 중심에서 우리 중심으로 사고를 확장하면 상대가 잘 못하는 일을 시키는 것 자체가 배려가 없다는 뜻일 거야. 하지만 처음에는 이런 생각까진 못할 테니까 우선 상황에 맞춰서 공평하게 분담을 했을 거야. 이때 공평이라는 단어 역시 서로가 남남일 때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가져온 거지. 도대체 더 행복하기 위해서 무엇이 더 공평해져야 하는 걸까?
3) 남편이 집안일을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좀 더 가치 있는 일에 시간을 쓰고 있는 경우 : 회사에서 중요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 매일 야근을 하고 온다거나, 건강상의 이유로 휴식이 필요하다거나 어떤 이유가 되었든지 당장 집안일을 하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조금 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어.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그런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집안일까지 잘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그가 그렇게까지 하도록 내버려 두고 있다는 게 잘못일 수도 있어. 이럴 때는 내가 먼저 상대를 배려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
지금은 당신이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해야 하니까, 내가 이런이런 부분들을 알아서 챙길게. 그러니까 당신은 지금 해야 하는 일이 더 집중해서 원하는 성과를 한번 내보라고 말해주는 거야. 너무 멋진 아내의 모습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단순하게 상황을 구분해서 표현해 봤지만, 중요한 건 얼마나 "우리"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있느냐라고 생각해.
결혼을 하고 '우리'의 행복에 포커스를 맞추게 된다면,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더 큰 행복과 감사함을 느끼게 될 거야.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내가 배우자를 더 배려하고 생각해주다 보면 내 마음의 크기가 두 사람 크기만큼 커지는 거야.
결혼한 사람들이 싱글일 때를 그리워하는 이유는 딱 하나야.
결혼해서 잃어버린 것들(자유로운 시간이나 지출 등)만 생각하기 때문이야.
하지만 결혼이라는 결정 자체가 나 혼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하고, 더 큰 가치인 가족(배우자, 자녀)을 선택하는 일이기 때문에 농담 삼아 푸념을 할 수는 있지만, 진심으로 이전의 상황을 그리워한다면 좀 안타까울 것 같아.
반대로 결혼을 안 한 사람들은 마음껏 자유를 누리지만,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자기만의 가정과 그 가정이 주는 안정감과 새로운 행복을 전혀 누릴 수 없는 거잖아. 그러니까 잃어버린 것에 집중하지 말고, 그걸 포기하고 무엇을 얻었는지를 생각해야 해. 만약 자녀가 생긴다면 느끼게 될 거야. 앞으로 정말 많은 시간을 자녀를 위해 포기해야겠지만, 그 이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과 기쁨을 얻게 될 테니까 말이야.
나 역시 결혼하고서 후회하는 때도 있었고, 힘들었을 때도 있었고, 싸울 때도 많았어.
하지만 그 모든 시간도 결국엔 '우리'에게 더 나은 선택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극복했거든.
물론 이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서로 너무나 잘 맞아서 평생 행복한 사람들도 분명 있을 거야. 하지만 나이가 들어보니 꼭 그게 최선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서로의 다름을 발견하고 맞춰가는 과정에서 분명 고통이 있지만, 그 고통이 서로를 더 성장시키기도 하거든. 그리고 그렇게 성장할 때만 볼 수 있는 게 있더라고. 그건 언젠가 그때가 되었을 때 다시 얘기해 보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당부할게.
나는 '우리'를 위해 더 나은 결정이라고 생각하는데, 배우자는 그 생각과 다를 수 있어.
서로의 생각이 다 같을 거라 기대하면 안 돼. 아무리 사랑하고 아무리 다 이해할 수 있다고 자신해도 분명 이해하기 힘든 상황을 겪게 될 거야. 그런 상황에서 나는 내 생각에 대해 너무나 확신하기 때문에 그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방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울 거야. 그걸 이해시키기 위해 여러 번 대화를 나누고, 설명을 해도 상대는 그 생각을 바꾸지 않을지 몰라. 그런 상황에서 반드시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태도를 잃어버려선 안돼.
그뿐 아니라, 아주 사소한 일에서 배우자에 대해 실망할 일이 자꾸만 늘어날 거야. 물론 반대로 기대이상인 부분도 분명히 있을 거고. 평생 알아가는 과정이라서 생각하는 게 좋아. 오래 함께 할수록 내가 배우자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인 건 부정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결코 '전부' 다 아는 건 아니거든.
상대를 다 알았다고 스스로 단정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해.
그러니 항상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하길 바래.
결혼생활에 그것보다 중요한 건 없어.
나의 행복을 넘어 우리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이야기 또한 이 태도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