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농땡이
딱히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날이 추워서, 그럼에도 햇살은 좋아서.
또는 사무실 창가로 들어오는 밝은 빛의 입자들이 실내의 작은 먼지 사이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느낌이 묘해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오늘 강의도 해야 하고, 영상녹화도 해야 합니다.
어제 완료된 작업 피드백을 하고, 어제 외주 맡긴 작업물을 받아야 합니다.
이번주 유독 할 일들이 많은데, 할 일들이 자꾸 더 늘어갑니다.
아마 그래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늦은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가 근처 정육점에 들러 삼겹살을 조금 샀습니다. 사무실과 집이 10분 거리라 이럴 땐 무척 좋습니다. 잠시 집으로 가서 고기를 굽고 어제저녁에 아이들이 먹지 않아 남은 밥을 데워 같이 먹었습니다. 오는 길에 같이 사온 상추에 열심히 싸 먹으며, 강원도 어느 펜션에 놀러 와있다고 상상해 봅니다. 그렇게 한참 먹고 있는데, 딸이 수업이 일찍 마쳐서 돌아왔습니다. 왠지 더 반갑습니다. 밥이야 먹었겠지만, 고기쌈 좀 싸주냐고 물어보자 달라고 합니다. 후후 1시간짜리 점심 농땡이에 딸까지 합류하니 더욱 완성도가 높아졌습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후다닥 설거지와 뒷정리를 하고 다시 출근합니다.
사무실 가는 길에 커피 한잔을 사가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가끔 일상 속에서 여유를 누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니 감사합니다.
여유는 주어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찾아내고 만들어내는 것인데, 자주 까먹는 그 사실은 오늘은 다행히 잊지 않아서 감사합니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지만, 돌아서면 놓치고 지나간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다행히 오늘은 농땡이 치고 싶은 기분을 살려 작은 여유를 만들었네요.
다시 돌아온 사무실 책상에서 마시는 커피가 제법 부드럽습니다.
오늘의 짧은 농땡이는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