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워 넣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책은 가능하면 사서 읽는 편이다. 1년에 300권 넘게 사는 것 같다. 그중 신간은 20% 정도 비중이고, 나머지는 책을 읽다가 새롭게 알게 된 작가나 분야에 대한 관심이 이어져 예전에 출간된 책을 찾아서 사는 경우가 많아 중고책으로 사는 경우가 더 많다. 또 중고책을 많이 사본 사람들은 알지만 한번 구입할 때 배송비가 들기 때문에 평소에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던 다른 책들도 구입할 때 같이 살 수 있으면 같이 구입하다 보니 한 번에 3-4권은 보통이고 많으면 한 번에 10권을 사는 경우도 많다.
이미 샀지만 선물해주고 싶어서 사놓는 책도 있고, 나중에 읽으려고 사두는 책도 있다. 그러다 보니 10권을 사도 그중 제대로 완독 하는 읽는 책은 3권 남짓이다. 나머지는 필요한 부분만 보거나 반대로 전체적으로 훑어보면서 읽고 싶은 부분만 읽고 놔두는 경우도 많다.
이런 패턴으로 몇 년을 살다 보니 책이 많이 늘었다. 종종 농담처럼 말했지만, 내가 책방 하는 하는 이유는 오롯이 나를 위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새해 들어 몇 가지 목표를 세우면서 여느 때와는 달리 'To do list'와 함께 'Not to do list'도 생각해 보았는데, 그중 하나가 책을 그만 사겠다는 다짐이다. 물론 꼭 사야 할 책도 있기 때문에 완전한 강제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는 이전에 샀던 책과 다시 읽을 책을 좀 더 깊이 탐험해 보자는 의미의 다짐이었다.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사고 싶은 책이 생길 때마다 더 생각해 보게 된다. 습관적으로 책을 구입하기보다는 내가 왜 이 책을 사고 싶은지, 이 책에서 얻고자 하는 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사실 새로운 책 중에서 상당 부분은 이미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다른 작가의 관점에서 시사하는 책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그 책을 사보고 싶은 이유는 여전히 그 책에서 언급하는 중요한 내용 중 내가 실천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 된다. 다시 책장을 돌아본다.
책욕심은 끝이 없지만, 정작 그 책에서 말하는 핵심적인 내용을 체득하고 내 것으로 만들려는 욕심은 부족했던 것 같다. 이미 읽었던 책을 다시 펼쳐본다. 여러 번 읽은 책임에도 여전히 내 마음을 울리는 문장들이 나를 반긴다. 책을 사서 소장한다는 만족감을 넘어 더 이상 이 책을 보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성장했는지 스스로에게 반문해 본다.
결국 내가 바라는 건 더 좋은 책을 많이 읽는 것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니까. 올해는 외적 확장보다 내적 확장에 더 심혈을 기울여 보고 싶다. 더 많은 책을 채워 넣기보다는 더 많은 책을 더 이상 읽을 필요가 없는 상태로 만들어보고 싶다.
읽고 싶은 책이 생겨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