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을 지키며, 동심을 추억하다.
10월 말이었을 거에요.
지금 편지를 쓰면
산타로부터 편지를 받을 수 있다는 글을
우연히 본 날.
아이가 없었다면
‘그렇구나.’하고 넘어갔을 일이었지요.
그러나, 이제는 아이가 있어요.
지켜주고 싶은 동심이 있어요.
그래서 편지지를 사고,
우표를 사서
핀란드에 있다는 산타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썼어요.
우리 아이에게 답장을 주시겠습니까.
내용은 어차피 영어일 테지만요.
동생 괴롭히지 말고,
부모님 말씀 잘 들으라는 내용이면
더욱 좋고요,
아니어도 상관 없습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고조되던
12월 중순.
국제우편으로 답장이 왔어요.
동심을 지키다가
제 동심을 추억해 보았어요.
자고 일어나면 와 있던 선물.
어쩌면 꼭 사이즈가 맞았을까.
크리스마스가 겨울이었기에
겨울용품들을 많이 받았어요.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산타가 부모님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 때는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배신감 같은 건 전혀 남아 있지 않거든요.
나의 동심을 지켜주신 것에
감사하고,
어떻게 숨기셨을까 상상하며
웃음지었을 뿐이었지요.
언제쯤, 산타의 현실을 알게 될까요.
그 때까진 지켜주고 싶어요.
아들 원, 아들 투.
둘의 동심을요.
성탄을 축하하며,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