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by 문효광

그녀는 매일 밤 같은 의식을 반복했다. 침대에 등을 붙이고, 화면을 켠다. 그리고 손가락 하나로 사람들을 지워나간다.

왼쪽.

오른쪽.

왼쪽.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생각은 필요 없었다. 이미 기준은 정해져 있었고, 판단은 반사에 가까웠다. 키 182 이상. 그 한 줄의 문장이 수백 명을 걸러냈다. 얼굴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이름을 읽기도 전에, 그들은 사라졌다.

그녀는 그것을 선택이라 불렀다. 그러나 실제로는 제거에 가까웠다.

어느 순간부터, 남는 사람들은 비슷해졌다. 화면 속 남자들은 모두 단정했고, 모두 괜찮았으며, 모두 어느 정도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그 매력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몇 번의 대화 끝에, 그들은 서로를 잃었다. 이유는 분명하지 않았다. 단지 더 나은 선택지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는 확신이, 모든 관계를 얇게 만들었다.

그날도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평소처럼 사람들을 넘기고 있었다. 손가락은 이미 지루함을 기억하고 있었고, 눈은 더 이상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다 한 순간, 멈췄다.

프로필 하나.

조건에 맞지 않았다. 숫자가 모자랐다. 평소라면 고민할 이유조차 없는 대상이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이미 왼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멈췄다.

이유는 단순했다. 문장 하나.

“비 오는 날엔 우산을 자주 잃어버립니다. 대신, 같이 비 맞아줄 사람을 찾고 있어요.”

별것 아닌 말이었다. 재치 있다고 하기엔 약했고, 특별하다고 하기엔 흔했다. 그런데 그 문장을 읽는 순간, 그녀는 아주 짧게 웃었다.

그 웃음이 문제였다.

그녀는 그동안 수백 개의 완벽한 조건을 통과한 사람들을 만났지만, 웃지 않았다. 아니, 웃을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충분히 괜찮았고, 그래서 오히려 아무 감정도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 남자는 달랐다.

조건에서 벗어났고, 기준에서 밀려났으며, 통계적으로는 이미 탈락한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그녀를 웃게 만들었다.

그녀는 화면을 다시 봤다. 숫자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기준을 바꾸지 않는 한, 그는 틀린 선택이었다.

잠깐의 침묵.

그녀는 처음으로 고민했다. 조건이 맞는 사람들과의 수많은 실패, 그리고 조건에서 벗어난 이 한 번의 웃음. 무엇이 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인지.

손가락이 움직였다.

오른쪽.

아주 작은 선택이었다. 아무도 알지 못하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수도 있는, 그런 종류의 결정.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처음으로 ‘선택’을 했다. 지우는 것이 아니라, 남기는 선택.

며칠 후, 그들은 만났다.

그는 사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대 이상도, 기대 이하도 아니었다. 다만,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었다. 화면 속의 정제된 이미지가 아니라, 말이 끊기기도 하고, 웃음이 어색하기도 한, 그런 사람.

그들은 걷다가 비를 만났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하늘을 올려다봤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우산, 또 잃어버렸어요.”

그녀는 잠시 그를 보다가, 같이 웃었다.

그 웃음은 화면 속에서보다 훨씬 길었고, 훨씬 분명했다.

그녀는 그때 알았다.

자신이 그동안 버려온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단 1초의 기준으로 잘라낸 수많은 가능성들. 숫자로는 설명되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어떤 감각들.

그날 이후로도, 그녀는 여전히 앱을 켰다. 여전히 사람들은 넘쳐났고, 여전히 선택은 가능했다.

다만, 하나가 달라졌다.

그녀의 손가락이, 아주 조금 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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