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들 속에 있었다.
아마도 그건 사실이다.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었으니까.
항상 웃고 있었고,
웃는 게 익숙해질 정도로 웃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괜찮아 보였을 것이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보이면
괜찮은 쪽으로 처리되는 게
이 세상의 규칙이니까.
뒤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다.
모른 척하는 게 더 편한 종류의 진실도 있으니까.
아마도
착하다, 만만하다, 쉽게 웃는다,
그런 말들이었을 것이다.
싫지는 않다.
상처가 되지도 않는다.
이미 기대하지 않으면, 아무 말도 날카롭지 않다.
문제는
내가 힘들었을 때였다.
힘들다는 건
울고 싶다는 뜻도 아니고
도와달라고 말하고 싶다는 뜻도 아니다.
그저
조금만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는,
그 정도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진 건 아니다.
다들 그대로 있었고,
그 자리에 있었고,
그냥
나에게는 닿지 않는 위치로 이동했을 뿐이다.
누군가는 떠났고
누군가는 바빴고
누군가는 몰랐고
누군가는 알았지만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다.
나를.
그게 잘못은 아니다.
선택하지 않는 건 죄가 아니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항상 가장 안전한 선택이니까.
마지막 사람마저 멀어졌을 때
나는 울지 않았다.
울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붙잡을 이유도 없었다.
원래 붙잡히는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그때 알았다.
나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할 때만 사용되는 무언가였다는 걸.
부품.
맞다.
부품이라는 말이 가장 정확하다.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없어져도 시스템은 돌아가는.
언제든 교체 가능한 자리.
이름 대신 기능만 남는 위치.
그래서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도 미안해하지 않는다.
그 사실이
슬프다기보다는
이상하게도
조금 안심이 됐다.
기대하지 않아도 되니까.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까.
다치지 않아도 되니까.
혼자라는 건
외로운 일이 아니라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상태였을 뿐이다.
아마 나는
계속 이렇게 있을 것이다.
조용히,
아무도 방해하지 않게,
아무도 불편하지 않게.
그게
가장 나다운 방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