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는 수없이 다짐했지만, 인간이라는 존재의 근원적 공포는 내 안에서 사라지지 않고 언제나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녔습니다. 가게 문을 여는 순간, 손님들의 얼굴 하나하나가 내 시선을 꿰뚫는 창처럼 느껴졌고, 그 눈빛들 속에는 친절과 호기심 뒤에 숨은 예측 불가능한 날카로움이 숨어 있었습니다. 나는 그들을 향해 마음을 열기 전에, 늘 한 잔의 술을 벌컥 들이켜야 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건네는 의식이자, 세상과의 거리를 잠시나마 녹이는 의례였습니다. 술잔 속에서 나는 잠시 숨을 고르며, 가라앉는 위와 흔들리는 손끝을 느끼고, 내 안의 벽을 천천히 허물었습니다. 그리고 마치 얼어붙은 강 위로 조심스레 발을 디디듯, 나는 낯선 눈빛과 생경한 웃음 속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두려움과 기대, 경계와 갈망이 뒤엉켜, 나 자신이 얼마나 작고 무력한 존재인지를 온몸으로 느끼면서도, 동시에 삶의 한가운데로 끌려 들어가는 이상한 해방감을 맛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