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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ge Graph Apr 15. 2016

봄, 봄, 봄

일상문학 열일곱 번째


Today

BY BILLY COLLINS



If ever there were a spring day so perfect,

so uplifted by a warm intermittent breeze


that it made you want to throw

open all the windows in the house


and unlatch the door to the canary's cage,

indeed, rip the little door from its jamb,


a day when the cool brick paths

and the garden bursting with peonies


seemed so etched in sunlight

that you felt like taking


a hammer to the glass paperweight

on the living room end table,


releasing the inhabitants

from their snow-covered cottage


so they could walk out,

holding hands and squinting


into this larger dome of blue and white,

well, today is just that kind of day.



(의역 및 오역)

만약 정말 완벽한 봄의 하루가 있다면 

당신이 집안의 모든 창문을 열어젖히고 싶게 만드는 

오다가다 하는 산들바람에 고양된 하루일 겁니다.


카나리아 새장의 문의 빗장을 열어 

확실하게, 그것의 문설주로부터 작은 문을 비집어 열어젖히는 하루일 겁니다. 


상쾌한 벽돌 길과 작약으로 넘칠듯한 정원이 

거실의 테이블 끝에 놓인 유리로 된 서진을 망치로 깨는 것처럼,

햇빛 속에서 선명하게 새겨져 보이는 하루일 겁니다. 


눈 쌓인 집으로부터 동물들을 해방시켜 

그래서 그들이 걸어나와 손을 맞잡고 가늘게 뜬 눈으로 

이 푸르고 하얀 더욱 커다란 돔 속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하루일 겁니다.


음, 오늘은 딱 그런 하루입니다. 




well, today is just that kind of day.




그런 날이 있죠.

너무 아름다워 그 이미지 그대로 사진 찍어 간직하고 싶은 날이.


벚꽃이 예쁘게 피었다가 지면서 

파아란 이파리들이 돋아나는 요즈음은 더욱 선명한 이미지의 봄날입니다.


봄날의 꽃도 아름답고,

봄을 즐기는 사람도 아름답고,

미소도 아름답고



근데 나중에 보면 

사진으로는 그 아름다움이 표현이 안되죠.


눈이 부시도록 허공에 가득 차 있던 햇빛도 그 사진에는 없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그 사진에는 없고

벚꽃잎을 흩날리던 바람도 그 사진에는 없고



그 여느 때와 같은 '오늘'이지만 

너무 아름다워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는 그런 날.


시인은 그런 날을 한 편의 시 속에 담았습니다. 



우리는 안타깝게도 시인이 말하는 J.U.S.T. that kind of day는 경험할 수 없습니다.


카나리아 새장도 없고, 

상쾌한 벽돌 길이나 작약으로 넘치는 정원도 없거든요.


봄이면 황사에 고생하는, 아파트 천지의 한국에 사는 우리는 

시인의 언어에 공감하기도, 공감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인의 묘사를 따라가면서 

저마다 가지고 있던 봄의 이미지 조각들을 하나, 하나, 꺼내어 

나만의 봄날을 만들어 내게 됩니다. 


카나리아 새장 대신,

봄날이면 더욱 경쾌하고 즐겁게 지저귀는 참새를 생각할 수도 있겠죠.

참새 옆에 어슬렁거리는 뚱뚱한 비둘기도요.


정원을 가득 채운 붉은 작약 대신에 

사람으로 빼곡히 채워진 여의도의 벚꽃길이 생각날 수도 있고요.


저는 봄 하면 서툴렀던 첫사랑과, 수많은 인파로 가득찼던 여의도와, 

그럼에도 행복했던 젊은 날과, 이소라의 노래가 생각납니다. 


이미지는 다르지만,

어찌 됐건 우리에겐 우리만의 봄날이 있습니다.



고마운 시인 덕분에 

우리는 우리의 '오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봄날이 '언어'로 표현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시인의 봄날에는 100% 다가갈 수 없지만,

또한 '언어'로 표현되었기 때문에 

우리의 봄날을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나에게는 

나만의 봄날이 있습니다.

나만의 봄의 언어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나만의 봄날을 글자로 남겨두는 게 어떨까요?


분명 그 글을 읽는 다른 사람에게,

혹은 다른 계절의 나에게 


찬란하게 빛나던 봄날을 떠올릴 수 있게 해주는 기폭제가 될 것입니다. 



일상문학 숙제

1. 봄의 이미지를 적어보자 

2. "음, 오늘은 딱 그런 날이야(well, today is just that kind of day.)"로 끝나는 시를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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